순수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청라국제신도시에서의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자 사실상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사 커밍아웃이 이어졌다. 이러한 시기에 굳이 전기차 시승이라니.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지만 궁금해졌다. 과연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시기상조일까. 현대차의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이하 코나EV)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 구간 약 200여㎞를 운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굳이 아쉬운 부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보다 좋은 도심형 세컨드카가 있을까’란 생각에 운전석에 앉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참고로 2023년 4월에 출시되며 2세대로 진화한 코나 EV에는 64.8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CATL이 제조한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다.
현대차가 2세대 코나를 구상하면서 전기차 모델을 먼저 디자인했다는건 이미 주지의 사실. 코나EV는 기존 코나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를 계승하며 전기차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나 볼륨감이 돋보이는 전면과 측면 라인, 여기에 예리한 선까지 더해지며 세련미도 강조됐다. 특히 ‘디 올 뉴 그랜저’를 시작으로 이제는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된 단 한 줄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이 준중형SUV에 찰떡같이 어울린다. 빈 공간이 확 줄어든 휠 디자인도 고급스럽다. 사실 휠 디자인은 번호판 외에 전기차를 구분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휠의 비어 있는 공간, 그러니까 개구율이 높으면 속도를 올릴수록 많은 공기가 유입돼 공기저항 측면에서 불리하다. 내연기관차는 미세한 차이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자랑거리인 전기차는 개구율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휠에 선보다 면이 많은 이유다. 전기 충전 포트는 차량 전면에 위치했다. 내부는 준중형이 맞나 싶을 만큼 여유롭다. 대시보드에 자리한 12.3인치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간결하다. 처음 접했어도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별 무리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린 4인 가족에겐 퍼스트카로, 휴일 나들이를 떠날 땐 효율적인 세컨드카로 운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서 밝힌 64.8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코나EV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55Nm의 성능을 발휘한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417㎞(롱레인지, 17인치 휠). 차량을 인도 받았을 때 충전량은 약 70%, 주행 가능거리는 315㎞였다. 시승을 마친 후 확인한 전비는 7.1㎞/kWh나 됐다. 무엇보다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시 두 상황 모두 실내가 조용하다. 전기차가 조용한 건 당연한 미덕이랄 수도 있는데, 자동차의 풍절음은 전기차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차체의 볼륨감을 강조해 동급 SUV 대비 우수한 공력계수(0.27Cd)를 달성했다는 게 실감나는 부분이다.
이외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안전 하차 경고,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코나EV의 가격은 4654만~5323만원이다. 개별소비세 혜택과 구매보조금을 반영할 경우 스탠다드 모델 프리미엄은 3000만원대 초중반, 롱레인지 모델 프리미엄은 3000만원대 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8호 (2024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