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JEEP)는 80여 년간 사랑받아온 정통 SUV 브랜드다. 랭글러로 대변되는 이 미국산 SUV는 남성적인 매력이 강해 때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의 톱티어를 꼽을 때면 늘 첫손에 꼽히는 강자이기도 하다.
그럼 온로드에선 어떨까. 어쩌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연결하는 지프의 접점이다. 1992년 북미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30여 년간 5번의 진화를 거치며 도심주행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실제로 1994년 국내에 수입될 당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최고급 세단의 대안’이었다.) 국내에 출시된 트림은 리미티드와 오버랜드 2가지. 그중 상위 트림인 오버랜드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 오프로드 약 300㎞를 시승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주행과 연비가 인상적이었다.
첫인상은… 적당했다. 그랜드란 명칭에 훌쩍 큰 덩치가 연상됐지만 선입견이었다. 실제 크기를 살펴보면 전장은 4900㎜, 전폭 1980㎜, 전고 1790㎜, 휠베이스는 2965㎜에 이른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전장은 95㎜ 짧고 휠베이스는 65㎜ 길다. 그럼에도 크기가 적당해 보이는 건 순전히 디자인 덕분인데, 공기역학을 고려해 뒤로 갈수록 살짝 낮아지는 지붕 라인이 늘씬한 측면 디자인을 완성했다. 여기에 전면부에 나란히 배열된 7개의 직사각형(세븐-슬롯 그릴)이 세련된 분위기를 더한다. 내부는 세단에 가깝다. 테크노 가죽을 덧댄 스티어링 휠부터 10.25인치 컬러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나파가죽 시트까지 꽤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탁 트인 시야는 강점. 낮아진 벨트라인과 확장형 글라스 덕분이라는데 주행 시 확실히 유용했다.
3.6ℓ V6 24V VVT 업그레이드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5.1㎏·m의 성능을 발휘한다. 도심의 막히는 구간이나 뻥 뚫린 고속도로, 비포장 구간에서도 그리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RPM(분당 회전수)도 볼거리. 주행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5가지 주행 모드를 번갈아가며 운행한 결과, 목적지에 도착한 후 확인한 연비는 8.1㎞/ℓ(표준연비 7.4㎞/ℓ, 도심 6.6㎞/ℓ, 고속도로 8.8㎞/ℓ), 100㎞/h로 달린 고속도로에선 11.7㎞/ℓ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버랜드 트림에 장착됐다는 쿼드라-트랙Ⅱ 4×4 시스템이 토크를 낮게 제어하고,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이 주행 성능을 최적화한다는데, 그 효과를 연비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사운드 시스템. 매킨토시가 디자인한 19개의 스피커와 사운드는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아, 한국 운전자를 위해 ‘Uconnect T맵 내비게이션’도 기본 장착됐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