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는 건 유니크한 것, 싼타페는 가장 기능 중심적인 디자인.”
5년 만에 풀체인지된 ‘디 올 뉴 싼타페’가 미국에서 베일을 벗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26일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신형 싼타페를 최초로 공개했다. 신형 싼타페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비례와 균형에 가장 충실한 차”라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재구성했다.
Q 디자인할 때 다른 차들도 고려 대상이 되는지요.
A 처음엔 그렇지 않은데 품평회나 발표회 때는 항상 경쟁차들을 놓고 같이 비교합니다. 기존 모델이나 옛날 차와 도 상품성을 비교하죠.
Q 싼타페는 어떤 차와 비교했습니까.
A 싼타페를 디자인할 당시에는 미드사이드 SUV 중에 싼타페 같은 차가 없었어요. 디자인이 다 끝나고 났더니 디펜더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사실 내부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 아니냐도 말도 있었습니다.
Q 5세대 싼타페를 본 정의선 회장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A 회장님은 현대차가 챌린저가 되길 원하세요. 패스트폴로어는 그만하고 정말 좋은 제품으로 퍼스트 무버가 되라고 말씀하시죠. 주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세요.
Q 온라인상에서 ‘디펜더를 닮았다’ 품평이 회자됐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챙기십니까.
A 저는 크리에이터잖아요.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관이에요. 제가 평생 현대차 부사장으로 일할 것도 아니고, 제 타이틀은 죽을 때까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그런 중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점은 언젠간 이해해주시겠지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싼타페는 가장 기능 중심적인 디자인이에요. 사실 전 다르다는 게 부정적이라기보단 유니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싼타페에서 디자인 주관이 뚜렷하게 반영된 부분은.
A 테일게이트 기능 설계요. 루프랙에서의 차박이 편하고 안전할 수 있게 돕는 디자인이에요. 제가 직접 수백 번 올라갔습니다. 눈 감고도 올라갈 수 있어요.
Q 다양한 액세서리를 추가한 싼타페 XRT 콘셉트도 공개했는데, 이 모델도 양산할 예정입니까.
A 지금은 말 그대로 콘셉트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아웃도어는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싼타페도 그렇지만 패밀리카를 소개할 때 주로 ‘아빠차’란 수식어가 붙는데요. ‘엄마차’를 디자인하신다면.
A 사실 5세대 싼타페의 기능성은 거의 엄마차에 가까워요. 개인적으론 엄마가 운전했을 때 더 편한 차, 아빠는… 텐트 쳐야죠.
Q 현대차 디자인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A 우선 싼타페는 상품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미국 관계자들도 일단 호평하고 있어요. 중국은 팬데믹 이전엔 1년에 서너 번씩 다녔는데 이후엔 상하이모터쇼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도로에서 현대차를 한 대도 못 봤어요. 예전엔 3분의 1이 폭스바겐이었는데 그마저도 없더군요. 대부분 중국산 전기차였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세일즈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더군요. 조금씩 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Q BYD 등 중국차의 디자인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A 그곳 디자인 수장들이 다 유럽 출신이에요. 저와 유럽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죠. 디자인 수준이 무척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또 히트한 모델을 스캔해 앞, 뒤 디자인 바꿔 재빨리 시장에 선보이죠. 그런데 그런 디자인은 헤리티지를 만들기가 힘들죠. 중국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그게 뭐 어떠냐고 하더군요. 요즘 휴대전화 살 때 디자인 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합니다. 애플이나 화웨이나 똑같이 생겼는데, 결국엔 디지털 디바이스의 역할과 기능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성패를 가르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중국 차와 비교해 우리가 모자란 건 빨라 따라가야 하고 잘하는 건 차이를 확실히 더 벌려야 합니다. 중국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에요. 포기할 수 없죠. 거기서 포기하면 게임이 끝나는 겁니다. 죽기 살기로 해야죠.
Q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엔 레벨3가 적용됐고, 미국에선 레벨4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A 레벨4가 미국이나 한국에 적용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완벽한 레벨4나 5까지는 기술력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 등으로 인한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로드맵은 사실 로보택시 같은 경우 저희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시범적으로 상용화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제한적인 구간이고요. 제가 봤을 때 자율주행 레벨4가 시작되는 첫 구간은 도시가 아니라 고속도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선 빨리 가는 것보다 조금 늦어도 ‘최고(Best)’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을 제외하고 최근 괜찮다고 생각한 차가 있습니까.
A 개인적으로 포르쉐와 랜드로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의 레거시(Legacy)는 60년, 80년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각진 차 하면 랜드로버를 떠올립니다. 현대차는 이제 그런 작업을 시작했고, 우리에게도 50년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후대에 어떤 스토리를 남겨야 할지가 제겐 중요한 사실이자 고민입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