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국내 시장에선 세단보다 SUV의 인기가 높은데, ‘XT4’ ‘XT5’ ‘XT6’ ‘에스컬레이드’ 등 SUV 라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에스컬레이드(ESCALADE)다. 2022년 11월까지 캐딜락 판매량의 약 60%를 견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알려진 에스컬레이드는 1998년 첫선을 보인 이후 2021년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그동안 이른바 아메리칸 럭셔리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이 차는 크기면 크기, 디자인이면 디자인, 성능이면 성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독특하고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다.
2022년 2월에 출시된 ‘에스컬레이드 ESV(Escalade Stretch Vehicle)’는 말 그대로 에스컬레이드를 길게 늘인 차량이다. 5380㎜에 이르는 에스컬레이드의 전장보다 정확히 385㎜나 길어졌다. 이미 독보적으로 큰 차를 왜 더 크게 만들었나 싶은데 직접 시승해보니 넓어진 실내공간이 주는 안락함은 더할 나위 없었다. 물론 하차감도….
사실 5세대 에스컬레이드가 공개됐을 때에도 크기가 화두였다. 4세대와 비교해 전장은 200㎜, 휠 베이스가 130㎜나 길어졌으니 어디다 내놔도 훤칠한 키와 당당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ESV는 한술 더 뜬 셈이다. 당연히 국내 출시된 차량 중 가장 크고 길다(휠베이스만 3407㎜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에 비해 확실히 넓어진 실내공간은 1, 2, 3열 어느 곳에 앉아도 레그룸이 충분하다. ‘움직이는 사무실’이란 말이 실감나는 상황. 2열과 3열을 접으면 바닥이 평평해 ‘차박’에도 썩 잘 어울린다. 특히 2열과 3열을 접은 상태의 적재공간이 4044ℓ나 된다. 웬만한 픽업트럭 저리가라다.
에스컬레이드 ESV에는 업계 최초로 신형 에스컬레이드에 장착된 4K급 화질의 38인치 LG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 등 최신 옵션이 그대로 적용됐다. 전방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실시간 화면에 내비게이션 정보를 증강현실로 알려주는 ‘AR 내비게이션’,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야간 시야를 향상시킨 ‘나이트 비전’, 36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 듀얼 12.6인치 터치스크린이 포함된 2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마사지 기능이 탑재된 1열의 16방향 파워 시트, 1열 중앙에 자리한 콘솔 쿨러(냉장고)까지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는 최신 기술이 그득하다. 어쩌면 차는 또 하나의 ‘집’이란 개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을까 싶다.
파워트레인은 신형 에스컬레이드와 동일한 6.2ℓ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바다다다당~”하는 특유의 배기음을 내며 튀어나간다. 최대 75㎜까지 높낮이를 조절하는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뒷좌석 승차감을 높여주는 멀티링크 독립식 리어 서스펜션도 그대로 적용됐다. 쉽게 말해 오프로드에선 차체를 높이고 고속주행 구간에선 차체를 낮춰 운행할 수 있다.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주차장에 큰 몸집을 집어넣어야 할 땐 입 언저리에 슬쩍 욕설이 묻어났다. 6.0㎞/ℓ(복합 6.5, 도심 5.8, 고속도로 7.8)에 멈춰 선 시승 연비도 야속했다. 어쩌랴, 안락함엔 늘 그만한 비용이 따르거늘…. 가격은 1억6357만원이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