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문을 여니 웰컴 라이트 속 벤틀리 로고가 발아래에 놓이며 객을 맞는다.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대시보드를 훑어보니 중앙에 크롬 베젤로 장식된 불스아이(Bullseye) 송풍구가 당당하다. 그 중심에 자리한 아날로그 시계에도 ‘BENTLEY’란 문구가 선명했다.
시동 버튼을 누른 후 기어봉 위의 B로고를 눌러 변속하고 서서히 앞으로 나서니 특유의 배기음이 손끝에 전해졌다. ‘부다다다다당~’, 오가며 던져지는 뭇 시선의 반은 이 배기음 때문인데, 이 차가 바로 벤틀리라는 신호음인 양 간간이 들리는 품이 싫지 않았다. 벤틀리의 ‘신형 벤테이가’에 올라 경기도 가평 일대 약 60㎞를 주행했다. 무엇보다 주행 중 차선변경이 탁월했다. 알아서 피해주는 주변 차량의 센스(?)라니….
▶Exterior&Interior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1세대 부분변경 모델
벤틀리 측의 말을 빌리면 “2015년 첫선을 보인 벤테이가는 럭셔리 SUV란 세그먼트를 만든 차량”이다. 쉽게 말해 요즘 숱하게 들리는 럭셔리 SUV의 원조란 말이다. 이 차,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벤틀리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9년과 2020년엔 벤틀리의 글로벌 판매량 중 41%를 차지하며 핵심모델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세단인 ‘플라잉스퍼’의 인기가 좀 더 높지만 SUV의 판매량이 세단을 앞선 요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신형 벤테이가는 그러니까 그런 관심을 불러온 (1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우선 외관은 3세대 ‘컨티넨탈 GT’와 ‘신형 플라잉스퍼’에 적용된 벤틀리의 최신 디자인이 적용됐다. 더 커지고 뚜렷해진 매트릭스 그릴은 좀 더 곧게 서있고 지능형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와 결합된다. 특히 헤드램프는 벤틀리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크리스털 컷 공법으로 마무리돼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다. 후면부는 좀 더 대대적인 변화를 거쳤다. 트렁크는 차량 후면의 전체 폭이 한 번에 열리는 테일게이트가 적용됐고, 새로운 캡슐형 램프가 장착됐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새롭게 디자인된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 휠, 도어 트림, 시트 등이 장착됐다. 뒷좌석 공간이 최대 100㎜나 넓어져 잠시 ‘차박에도 어울리지 않을까’란 생각이 스쳤지만 그건 음…. 이 차가 왜 럭셔리 SUV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와이퍼를 구동해보시길. 창 아래가 아니라 와이퍼 자체에서 물이 분사되며 창을 닦는다. 물 분사 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창에 얼룩이 남는 걸 방지하려는 벤틀리의 노력이 낳은 고급 기능이다.
▶Power Train&Function
부드러운 가속, 접지력 높은 브레이크
파워트레인은 벤틀리의 4.0ℓ, 32 밸브 듀얼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V8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된 V8 엔진은 550마력의 출력, 290㎞/h, 제로백 4.5초의 성능을 낸다. 운전자의 중심이 높은 SUV이지만 급출발, 급정거에서 흔들림이 크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코너를 돌 때 횡방향 롤링 힘에 즉시 대응해 최대 타이어 접촉을 보장하는 전자식 액티브 롤 컨트롤 기술인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는데, 그래서인지 스티어링 휠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도로를 붙잡는 듯한 접지력이 탁월했다.
온로드 4종, 오프로드 4종 등 최대 8가지가 제공되는 드라이브 모드도 볼거리. 차량의 높이도 조절이 가능한데 버튼과 다이얼 조작만으로 운전자의 취향을 설정할 수 있다. 공인된 복합연비는 6.7㎞/ℓ. 실제 주행해보니 고속도로에선 8.4㎞/ℓ까지 올랐고, 주행 후 확인해보니 7.1㎞/ℓ를 기록했다. 가격은 3억1000만원대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