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Test-Drive] 첨단 편의사양에 프리미엄 더한 ‘더 뉴 팰리세이드’, 작심하고 변신한 국산 SUV의 큰형님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06.30 15:14:47
수정 : 2022.06.30 15:15:02
팰리세이드의 기세가 등등하다. 2018년 12월 국내 시장에 등장한 이 국산 대형 SUV는 올 4월까지 41개월간 총 18만8500대가 판매됐다. 본격적인 출시 첫해랄 수 있는 2019년 성적을 살펴보면 5만2299대로 대형 SUV 부문 점유율 69.5%를 차지했다. 그해 국산·수입을 합한 시장 규모는 7만5218대였다. 2020년엔 6만4791대가 판매되며 연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는 올해도 여전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올 4월까지 판매량을 살펴보면 대형 SUV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시장 점유율이 무려 95.7%나 된다. 그중 팰리세이드가 1만7164대로 국산 대형 SUV 시장의 절반 이상(58.1%)을 차지했다. 올 4월 바다 건너 뉴욕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더 뉴 팰리세이드’는 그러니까 팰리세이드의 첫 부분변경 모델이다. 시승에 나선 차량은 빌트인 캠(69만원)과 듀얼 와이드 선루프(88만원)가 탑재된 가솔린 3.8 캘리그래피(5069만원) 모델.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를 오르내리며 약 200여㎞를 시승했다. 이전보다 부드러워진 코너링과 조용한 실내가 인상적이었다.
▶Exterior&Interior
압도적인 크기, 좀 더 웅장해진 전면부 그릴
사실 팰리세이드는 아직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제품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는 출시된 후 수년의 시간이 지났거나 진보된 기술이 적용돼야 하거나 소비자의 관심이 희미해졌을 때인데, 팰리세이드는 모든 면에서 여전히 쌩쌩하다. 특히 이전 모델 계약자가 지금도 줄을 선 상황, 이미 계약한 이들이 부분변경 모델을 받아야 할 판이다. 어쩌면 현대차 입장에선 신구 모델이 모두 호기로운 행복한 순간일 것이고, 이미 계약한 이들은 계약금을 넣었더니 신형이 나온 웃지 못 할 순간이다.
우선 첫인상은 이전 모델처럼 생각보다 컸다. 실제 크기는 거의 변화가 없는데(전장(4995㎜)만 이전보다 15㎜ 늘었다) 더 넓어진 정면의 캐스케이드 그릴과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이 하나로 이어지며 좀 더 웅장해졌다. 시승 도중 마주친 이들 중 어떤 이는 “마치 장갑차처럼 탄탄해 보인다”고 했고 다른 이는 “다른 차가 와서 부딪쳐도 튕겨나갈 것 같다”고 했다. 둘 다 강하고 튼튼하다는 표현인데, 다분히 남성적이란 첫인상은 부분변경 모델에서도 여전했다.
파워트레인에 따라 구분된 가솔린 3.8과 디젤 2.2 모델이 각각 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 캘리그래피 트림을 갖추고 있는데, 시승에 나선 캘리그래피 트림은 전용 내·외장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삼각형 무늬의 파라메트릭 실드와 밝은 크롬 컬러가 더해진 라디에이터, 인테이크 그릴, 전용 20인치 휠과 퀼팅 나파가죽 시트,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디지털 센터 미러, 앰비언트 무드램프, 2열 윙타입 헤드레스트 등인데, 아예 없었으면 모르지만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다면 없을 때 매우 허전한 기능들이다.
▶Power Train&Function
더 조용해진 실내, 프리미엄이란 이런 것
캘리그래피 트림에 전용 옵션까지 둔 건 다분히 구매 고객의 성향을 고려한 영민한 대응이다. 차를 사는 이들이 대부분 이 트림을 선택하니 잘 팔리는 차를 더 돋보이게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트림별 구매 비중은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가 50%, 그 다음인 프레스티지가 40%, 익스클루시브가 10%다.
운전석에 오르면 우선 넓은 실내가 인상적이다. 패밀리카를 논할 때 기아의 ‘카니발’과 비교되곤 하는데, 결코 밀리지 않는다. 전장이 약 5m에 달하니 리어 뷰 미러가 때로 무용지물일 수도 있는데, 카메라로 촬영된 후면상황이 전달되는 디지털 미러가 적용돼 야간이나 비오는 날에도 화상이 선명했다.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모두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탑재돼 시트 옆 버튼만 누르면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눕혀진다. 간단한 설정을 거치면 주행 시 시트의 안마 기능이 저절로 작동되는데, 도로가 막히거나 장시간 운행 시 이보다 좋은 기능이 또 있을까 싶었다.
2열도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어 비즈니스 차량으로도 꽤 장점이 많아 보였다. 3열에는 C타입의 충전구와 열선시트가 새롭게 적용됐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장시간 탑승하기엔 여전히 버거워 보인다. 2열 시트를 조정하면 무릎 공간은 확보할 수 있지만 헤드룸 공간은 살짝 부족했다.
주행 시 확연히 달라진 건 스티어링휠과 실내 정숙성. 우선 손끝에 전해지는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덕분에 급격한 코너에서도 스티어링휠을 잡는 힘이 줄었다. 6기통 3.8 가솔린 엔진도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실내 소음이나 진동이 덜했다. 흡음재 두께를 늘리고 충격 흡수 장치를 개선해 고속주행 시 진동을 최소화했다는데 고속도로에 올라 110㎞/h로 속도를 올려도 실내에 울리는 노래의 가사가 또렷했다. 더 뉴 팰리세이드의 가격은 가솔린 3.8모델이 3867만~5069만원, 디젤 2.2모델이 4014만~5216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