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이자 범LG가(家) 식품업체 아워홈 경영권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식자재유통 2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한화그룹은 아워홈 인수를 통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호텔·레저 사업과 아워홈의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을 결합해 외식·서비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번 아워홈 인수는 조선·방산(김동관), 금융(김동원) 등 두 형에 이어 경영에 나선 3남 김동선 부사장의 승계 밑그림을 그리려는 목적도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2020년 식자재 유통회사인 푸디스트를 VIG파트너스에 매각했는데 이번 아워홈 인수는 한화그룹이 식자재 유통시장에 재진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는 어떤 비전을 담고 있을까?
먼저 아워홈에 대해서 살펴보자. 비상장사인 아워홈의 지난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각각 1조 9835억원, 943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아워홈 매출 중 단체급식 부문은 59%, 식자재유통(식품제조 포함)부문은 41% 비중을 가지고 있다. IB업계선 아워홈의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 부문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각각 절반씩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아워홈은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급식·식자재 유통 부문이 분리되면서 지난 2000년 설립됐다. 연암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故) 구자학 전 아워홈 회장이 아워홈 경영을 맡았다. 구자학 회장은 2002년부터 4남매에게 비상장사인 아워홈 지분을 넘겨주기 시작했고, 2016년경엔 지분 거의 전부를 물려주게 된다. 이 때문에 아워홈 지분은 장남 구본성(38.56%)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0%) 삼녀 구지은(20.67%) 등 4남매가 나눠 가지게 됐다.
막내인 아워홈의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16년부터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남매 간의 갈등이 일어났다. 갈등의 구도는 주로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전 부회장 간에 이뤄졌고, 장녀인 구미현씨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구본성 구지은 전 부회장이 번갈아가며 아워홈 경영을 맡았다. IB 업계 한 임원급 관계자는 “장녀인 구미현씨는 줄곧 아워홈 지분을 매각하길 원했다”라며 “하지만 경영 수업을 받고 실제 아워홈에 애정이 많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이 계속 경영을 주장하며 갈등의 골이 커졌다”고 회고했다. 이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구본성·구미현 두 남매 지분 58.62%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당초 아워홈의 시장가치는 약 1조원 정도로 분석됐고, 구미현씨는 2조원 내외에서 매각을 원했다. 한화그룹이 중간에 해당되는 1조5000억원을 제시하면서 매각 측의 구미를 당겼고, 이에 매각이 성사된 것이다. 다만 구명진·구지은 두 주주가 아직 아워홈 지분 약 40%를 팔지 않았기 때문에, 한화그룹이 경영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아워홈 경영에 있어서 두 주주와 계속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한화그룹 측은 아워홈 인수를 통해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단체급식 부문에선 계속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수년간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시행해 왔는데 아워홈은 다른 경쟁사에서 뺏어온 사업장이 26개인 반면, 다른 사업자에 빼앗긴 사업장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며 “식자재 유통시장(연간 64조원 추정)도 커지고 있어 아워홈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자재 유통부문은 신사업으로서 더욱 공격적으로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4조원으로 추정된다. 2015년(37조원) 대비 급속도로 성장했다.
식자재 유통시장은 대형 급식업체, 호텔, 외식 프랜차이즈, 병원, 학교 등에 식자재를 유통하는 시장을 말한다. 그동안은 영세한 도매상 위주로 운용되어 왔으며, 전체 시장규모의 약 20% 만이 대기업 계열사가 담당했다.
현재 식자재유통 부문 빅3는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2조원 중반대 매출을, 삼성웰스토리는 1조원대 매출을, 그리고 현대그린푸드도 수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빅3의 매출액 합만 4조원 가량이어서, 전체 식자재 유통시장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식품업체들도 식자재유통에 뛰어든 상황이다. 동원그룹의 식자재유통 계열사인 동원홈푸드, 사조그룹이 지난해 VIG파트너로부터 사들인 푸디스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배달앱 1위사인 배달의민족도 배민상회 등을 통해 식자재유통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에 따르면, 식자재유통에 뛰어든 업체는 약 1000여 개에 이른다. 영세한 개인사업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같이 유수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해 ‘품질 좋은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 해주며 시장 점유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식품제조 기능이 일부 있는 아워홈도 이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릴 여지가 있다. 현재 아워홈의 매출액은 연간 약 2조원이고, 식자재 유통부문 매출액은 약 8000억원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물류센터 기반을 확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경우, 64조원에 달하는 식자재 유통부문에서 일부 점유율을 가져오며 아워홈의 식자재부문 매출액을 상승시킬 수 있다.
갈수록 프랜차이즈화되고 있는 외식업도 식자재 유통업체에겐 기회다. 은퇴한 고령층이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거 나서면서, 프랜차이즈와 연계된 식자재 유통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식자재 수요의 약 60~70%가 외식업, 즉 식당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존 5060 식당 창업자는 원래 알고 지내던 영세 상인을 통해 식자재를 주문하지만, MZ세대는 인터넷 플랫폼 등을 통해 가격을 비교해보며 식자재를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덕분에 대기업 자본이 들어가 IT화·물류시스템 선진화 등을 통해 재고관리에 강점을 보이면 더 많은 식당 창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성장성 때문에 이번 아워홈 인수엔 사모펀드인 ICS(IMM크레딧앤솔루션)도 약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ICS는 연 내부수익률(IRR) 6%, 5년 내 기업상장(IPO) 등의 투자 조건을 달았다.
다만 업계선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주력사업이자 본업인 단체급식 부문은 어느 정도 아워홈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식자재유통 분야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서, 한화그룹이 아워홈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만만치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식자재유통업은 3단계에 걸쳐 발전해왔다. 식자재 1.0 시대는, 대기업이 진출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유통망을 확대하는 ‘C&D(Cash&Delivery)’ 시장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마진 사업이 되버리자, 단순히 식자재 유통을 넘어서 식자재 제조도 겸하는 식자재 2.0 시대가 도래했다. 대표적인 예가 센트럴키친(CK)이다. 센트럴키친은 대량의 식재료를 전처리하거나 조리 또는 반조리 상태로 가공해 공급하는 중앙 집중 조리시설이다. 김치를 단순히 유통하는게 아니라, 절인 김치까지 만들어 유통시켜주는 개념이다. CJ프레시웨이가 2018년 송림푸드 인수를 통해 제조설비 시설을 구축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젠 식자재 3.0 시대, 즉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한 주문효율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마켓보로, 오더히어로, 오더플러스, 식봄, 푸드팡 등 식자재 온라인 플랫폼사가 대표적이다.
식자재3.0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MFC(Micro Fulfillment Center, 지역거점 물류센터)다. 이는 대형 고객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와는 구분된다. CFC가 여러 점포들의 물류를 도심 외곽지역의 대형 물류기지에 집중하는 개념인 데 반해, MFC는 고객과 가까운 점포나 도심에 위치한 소형 물류 배송 시설이다. MFC는 재고관리, 상품입고, 포장 및 출하, 배송에 이르는 전체 물류 과정을 일괄 처리할 수 있다. 창고관리시스템(WMS),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등 첨단 솔루션과 결합하면서 물류 및 배송 서비스의 스마트화가 가능하다.
영세한 프랜차이즈 식당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즉시 결제를 통해 대금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으며, 도심 근처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반품 및 제품 교환 시에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MFC 장점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22년 약 403억원을 투자해 마켓보로 지분율 27.48%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마켓보로는 마켓봄과 식봄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켓봄 서비스는 전사적자원관리를 활용해 식자재 유통업체와 매입처를 연결해주는 공급망 서비스다. CJ 투자 이후 마켓보로의 총 거래액(GMV)은 지난 2021년 6352억원에서 2023년 2조 7496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식자재유통 선도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이미 식자재 3.0 단계까지 나아간 상황이다. 반면 한화그룹이 인수하는 아워홈은 아직 식자재 2.0, 즉 제조+유통 단계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에 한화그룹 내부적으로도 식자재 유통과 관련해 진출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라며 “아워홈 인수가 한화그룹에게 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결국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지휘한 아워홈 경영권 인수가 성공하기 위해선, 아워홈의 추가적인 밸류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