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월 말을 끝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아마존닷컴의 ‘트위치(Twitch)’ 자리를 네이버가 꿰찰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위치는 아프리카TV와 함께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던 업체다. 이를 틈타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는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플레이어인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역시 기회를 노리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스트리밍이란 네트워크를 통해 음성이나 영상을 물 흐르듯 재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스트리머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한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23년 116억9000만달러 규모에서 2028년 182억2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 이용자는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e스포츠 열기가 매우 높은 만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 역시 충분하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치지직은 출시와 동시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인기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치지직은 최대 1080p 60프레임 등 고화질 해상도와 주문형 비디오(VOD) 다시 보기, 텍스트 투 스피치(TTS)보이스 후원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치지직의 시청자는 별도 재화인 ‘치즈’를 네이버페이로 구입해 후원할 수 있다.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네이버 플랫폼 내 서비스와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커뮤니티와 커머스, 간편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고, 이용자 유입 확대에 따른 광고 수입 증대 등을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향후 치지직을 네이버 검색, 게임판, 네이버카페, 클립 등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들과의 연계를 통해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본연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또 네이버는 10~20대 이용자들을 네이버에 오랜 시간 붙잡아두기 위해 게임 스트리밍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한국 트위치를 집어삼킬 수 있다’ 보고서를 통해 국내 트위치의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유저 트래픽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면 치지직의 사업 가치는 1조원을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우선 트위치 구독 이어가기 서비스를 통해 기존 트위치 이용자 흡수에 나섰다. 구독기간 이어가기 신청을 통해 트위치에서의 구독기간이 합산되고, 팔로우했던 스트리머 리스트가 치지직에 자동으로 추가된다. 네이버는 또 끊김 없는 60프레임 방송을 위한 대규모 증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2월 중순께 대부분 방송이 60프레임으로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킬러 콘텐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농심 레드포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월 16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치지직에서 농심 레드포스의 LCK 선수단을 포함해 팀 전속 스트리머 ‘얏따’ ‘농관전’이 스트리밍을 진행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치지직은 e스포츠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를 강점으로 삼아, 다양한 프로 e스포츠 구단과 협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앞으로 커머스, 숏폼 등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프로 e스포츠 구단과 함께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는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으로 반격에 나선다. 올 2분기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숲)’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아프리카TV의 국내 서비스명을 올해 3분기에 숲(SOOP)으로 리브랜딩한다. 욕설과 정성 논란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프리카TV’라는 기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이미지를 벗어내고 트위치의 빈자리를 네이버가 아닌 아프리카TV가 빠르게 점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아프리카TV는 새로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의 베타 버전을 올해 2분기 해외를 중심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SOOP은 모든 구성 요소를 아우르는 ‘숲’ 생태계처럼, 다양한 이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뜻한다. 향후 SOOP 업데이트를 통해 모바일 게임 방송, e스포츠 토너먼트 개최 등 게임 및 e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아프리카TV 측은 “기술 혁신을 통해 스트리머, 유저(이용자), 파트너사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하고 포용적인 스트리밍 커뮤니티 문화를 형성하고, 모두가 베네핏(이익)을 얻을 수 있는 스트리밍 사업 선순환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전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한다. 새롭게 출시되는 SOOP은 영어·태국어·중국어(간체·번체)를 지원하며, 기존 아프리카TV 플랫폼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아프리카TV 측은 “국내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한 기술력과 경험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과 e스포츠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해 콘텐츠 필터링 등 안전한 시청 환경 조성도 관건이다. 특히 시장 경쟁에서 플랫폼이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것은 ‘브랜딩’ 차원에서 중요하다. 아프리카TV는 선정 방송 등 세간의 비판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BJ’, 후원에 사용되는 ‘별풍선’ 등의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의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다.
네이버는 치지직 시범 서비스 기간에 논란이 되는 방송들이 잇따라 발견되자 곧바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앞서 치지직에선 한 여성 스트리머가 지난 1월 3일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와 일본 국기가 새겨진 머리띠를 착용한 채 방송을 진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치지직 측은 이를 발견해 다음 날인 4일 운영 정책 위반 등을 이유로 해당 스트리머가 운영하는 채널을 정지 처리했다. 또 연령 제한이 필요한 라이브 및 영상 서비스에 시청자를 19세 이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연령 제한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는 음란물 필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인 ‘엑스아이(X-eye)’를 치지직 내 확대 적용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엑스아이가 유해 사진·영상을 걸러낼 수 있는 확률은 98%로, 현재 치지직의 VOD와 채팅에 적용된 데 이어 추후 라이브 영상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아프리카TV 역시 실시간 음란물 필터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처음 선보인 태권S가 대표적으로 아프리카가 축적한 영상 수백만 건을 기반으로 AI를 학습시켰다. 정확도는 최대 97%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유명 스트리머 유치 ▲양질의 콘텐츠▲사용자경험(UX) 등 서비스 운영 노하우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차단·관리 등 브랜딩을 시장의 성패를 가를 요소로 보고있다.
우선 시장에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기 인터넷 방송인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유명 트위치 인기 스트리머들이 어떤 플랫폼을 택하느냐가 관심사다. 팔로워만 60만 명이 넘는 ‘풍월량’ ‘서새봄냥’ 등은 네이버 ‘치지직’으로의 이적을 발표했다. 반면 104만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가진 ‘우왁굳’은 아프리카TV로 둥지를 옮겼다.
어떤 곳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스트리머)의 장기적, 다각적 수익화 전략을 통해 플랫폼과 창작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치지직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실제 스트리머 입장에서는 생태계가 잘 조성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TV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트위치에서 게임, 스포츠 방송을 보던 이용자를 초기에 흡수하는 것이 플랫폼들의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스트리밍 시장의 판도 변화는 기존 크리에이터 시장에도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와 숏폼을 앞세워 ‘후발 주자’인 네이버가 가세하자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기존 사업자들은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스타그램은 자사 숏폼 서비스인 ‘릴스’에서 크리에이터가 팬들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을 기존 미국 시범 운영에서 한국 등 전 세계 국가로 최근 확대 적용했다. 후원 재화인 ‘스타’를 받은 크리에이터들이 스타 하나당 일정 금액으로 정산받는 구조다. 또 인스타그램은 크리에이터에게 ‘월간 구독료’ 등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국내에서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특히 주요 소비계층으로 꼽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면서 주요 채널로 자리잡는 추세다.
[황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