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첫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IDC)를 공개했고, 네이버는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 오픈을 앞두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0월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포함해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7조8500억원(약 58억8000만달러)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NHN은 광주광역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과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이달 완공해 본격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클라우드도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비롯해 향후 3~5년간 100㎿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재난·재해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정보기술(IT) 회사들이 국내에 자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관련 기술을 끊임없이 진화해가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는 특히 생성형 AI 기술 인프라와 클라우드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어 미래 IT의 핵심 인프라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방대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데이터센터의 역할은 필수다. 지난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의 필요성과 안정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자체 데이터센터는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스템 운영에 최적화하는 만큼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9월 26일, 카카오는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준공식을 열었다. 서버용 컴퓨터 12만 대를 보관할 수 있는 이 데이터센터는 안정화 작업을 거쳐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첫 삽을 뜬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카카오가 처음으로 자체 구축한 데이터센터다. 연면적 4만 7378㎡에 서버 12만 대·서버 보관 설비인 랙 4000대를 보관할 수 있는 초대형 규모로 지어졌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하이퍼스케일로 분류한다. 데이터센터 안산에 저장 가능한 데이터양만 6EB(엑사바이트)에 달한다.
카카오는 외부 업체에서 빌려 쓰고 있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를 새 데이터센터로 통합·이전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현재 카카오가 임차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규모는 서버 10만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운영 시스템 설치와 안정화 테스트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본격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제2 데이터센터 건립도 추진중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부지에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각 세종’ 데이터센터에서 각종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도 춘천 구봉산 자락에 첫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후 세종에서 제2 데이터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각 세종’이 이르면 11월 가동될 것으로 예상한다. 네이버의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운영할 핵심 인프라로, 외부 투자 없이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미래형 로봇 데이터센터를 표방하는 ‘각 세종’은 ‘각 춘천’의 6배 규모인 29만 3697㎡ 대지 위에 세워지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약 60만 유닛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예정이다. 수전 용량 또한 ‘각 춘천’의 6.7배인 270㎿에 달한다.
네이버는 ‘각 세종’을 빅데이터, AI, 로봇 등 팀 네이버의 기술 역량을 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스트럭처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클라우드 사업에서 핵심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만큼 로봇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돼 데이터센터 현장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시장 세계 선두인 AWS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5년간 투자해온 금액(약 2조7300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포함해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7조8500억원(약 58억8000만달러)을 투자한다.
최근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폭증하고 있는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앞다퉈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있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AWS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이 가파른 성장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시장분석기관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코리아(IDC)는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이 2023년 2조7027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8.8% 성장해 2027년 3조8473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WS는 이번 투자를 통해 건물, 통신망을 포함한 모든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자체 데이터센터도 건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리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여러 개를 묶은 가용영역(AZ) 4개를 아우르고 있다. 그동안은 모두 임차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왔다.
AWS가 AZ를 4개 이상 운영하는 리전은 서울을 포함해 미국의 버지니아 북부와 오리건, 일본 도쿄 등 4곳뿐이다. 클라우드 업계 안팎에서는 AWS의 자체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곳으로 인천, 세종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대해 AWS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검토 단계로 상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 6G, 자율주행, 가상세계(AR·VR) 등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이유로 AWS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세울 것이란 전망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국내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020년 부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개소했고 카카오를 비롯해 국내 주요 클라우드 업체 3사인 네이버클라우드와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도 모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급성장은 클라우드 시장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 통신망 어딘가에 ‘구름’처럼 싸여 보이지 않는 컴퓨팅 자원을 각 기관·기업 내부의 전산실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외부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가상 서버를 말한다. 개념 자체는 가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치를 비롯한 컴퓨팅 장비를 갖춘 물리적 공간, 즉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특히 초거대 데이터센터는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로 통용된다. 일종의 거대한 ‘데이터 물류센터’인 셈이다.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회사의 경우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돈을 내고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구글, MS, 아마존 등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서비스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특급 보안시설에 준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외 빅테크들은 자체 데이터센터와 DR(재해복구)센터 설립 등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예컨대 화재 또는 기타 운영 중단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데이터 액세스를 다른 데이터센터로 자동으로 전환해 중단 없이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비상용 백업 발전기를 구비해 정전 시에도 데이터센터에 계속 전력을 공급하는 식이다.
카카오는 첫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에 화재·지진·홍수 등 자연 재해와 재난에 대비한 재난 설계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화재에 대비한 4단계 화재 대응 시스템을 비롯해, 내진 설계와 정전에 대비한 전력·냉방·통신의 이중화 등 홍수나 해일, 태풍, 지진 등의 자연 재해에 대비한 강력한 재난 설계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초속 28m의 바람, 규모 6.5 지진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준공식에서 “어떠한 재난과 사고에도 완벽히 대응하는 (카카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서비스로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지키겠다는 카카오의 다짐과 약속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각 춘천’을 10년간이나 무중단, 무사고, 무재해로 운영 중이다. 각 춘천은 수도권 대비 연중 기온이 2~3도 낮은 춘천의 자연풍을 활용해 서버실 열기를 식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센터는 통상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지역인 산 중턱을 깎거나 매립지 등에 주로 세워진다. 데이터센터는 기반을 깊게 파야 할 필요가 없지만 설계 시엔 일반 사무실이나 공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어져야 한다. 가령 발열량이 막대한 서버 열을 신속하게 식히기 위한 공조 설비 등을 설계할 때부터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서버는 기본적으로 높은 부하로 돌아가는 고성능 컴퓨터이기 때문에 뜨거울 수밖에 없다. 서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이 데이터센터이기 때문에 서버 컴퓨터의 열을 식혀주고, 더 나아가 적절한 온도(21~27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주 중요하다.
넓은 부지 확보 또한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네이버 ‘각 춘천’의 경우 본관과 서버동을 분리해 총 4개의 동으로 설계됐다. 회사 측은 “서버를 여러 동에 분산한 이유는 안전성을 높이고 데이터 증가 속도에 맞춰 증축이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A동에 불이 나더라도 해당 동을 셧다운하고 B,C동은 정상 가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 좁은 부지에 층으로 짓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화두는 ‘친환경’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빗물, 중수, 폐열 등을 재활용한다.
데이터센터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차세대 데이터센터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운용뿐 아니라 실내 냉각과 습도 유지에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특히 생성 AI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센터 내에서 효과적인 열 관리 기술이 부각된다. 데이터 처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이는 열에너지로 변환돼 데이터센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와 MS 같은 빅테크들은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등 새로운 실험을 벌여왔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과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적 운영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태양열,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시간대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황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