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4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가 공동 창업해 영업해온 영풍그룹의 알짜 계열사 고려아연은 국내 1위 비철금속 기업이다. 경영권을 두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장씨 일가)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최씨 일가)이 각자 치열하게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2차전지 소재·수소사업 회사로 전환시키겠다는 최 회장의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장 씨 일가와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9월 들어 고려아연 주식 1만5286주(0.08%)를 매입했다. 10월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고려아연 지분 5%를 보유하게 되는 현대차그룹을 우군으로 확보한 가운데 지분 추가 매집을 통해 장 고문 측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측 지분율은 28.62%에 이른다. 장 고문 측 지분율은 33.22%다. 10월 6일 현대차그룹 신주가 상장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이 장 고문 측을 앞지르게 된다. 양 가의 지분 매입 속도전에 내년 3월 주총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의 고려아연 이사회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기 때문에 표 대결을 통해 한쪽이 이사회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결국 결정권은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8%(168만4902주). 최 회장과 장 고문이 서로 상대방의 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면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있어야 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