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암초에 부닥쳤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해외 경쟁당국들의 움직임이 사뭇 다르게 흘러가면서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2020년 11월 인수를 추진해 2021년 6월 말 마무리짓겠다던 대한항공의 당초 계획은 어느덧 3년 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기업결합심사다. 필수 신고국가 중 어느 한 국가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반대할 경우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결국 무산된다.
특히 EU 경쟁당국은 8월 3일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다. 일단 합병을 바로 무산시키기보다 슬롯(공항 당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시각) 협상 등을 두고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합병을 위해 이미 영국과 중국에 일부 슬롯을 반납했는데, EU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더 많은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EU가 예상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앞으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EU 경쟁당국은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병을 최종 불승인해 합병을 무산시킨 바 있다. 만약 합병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조원태 회장 리더십에 흠집이 나는 것이 불가피해지는 것은 물론 아시아나 항공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