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이 최근 포드, 코치(KOC)와 함께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지역에 배터리 생산 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원래는 지난해 3월 SK온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추진하던 유럽 생산 거점이었다. 포드의 합작 파트너 변경을 놓고 LG엔솔과 SK온이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 SK온의 수율 문제가 이번 일의 원인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수율이 70~80%에 불과해 포드 측이 합작선을 변경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SK온의 재무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고 전했다.
투자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을 지난해 국내 배터리 시장의 승자로 꼽는다. 작년 1월 70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해 10조원 이상의 시장 유동성을 쓸어 담았다. 반면 비슷한 시기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에 나섰던 SK온은 결국 모회사의 수혈로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그쳤다.
SK온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SK온의 한 간부는 “수율이나 자금 문제를 경쟁사에서 얘기할 수는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회사의 전체적인 수익성 등을 따진 결과로 공개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SK온 측은 LG엔솔-포드 간 MOU라도 끝나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자칫 이번 사건으로 지난 소송에 이어 LG와 SK그룹 간 갈등이 재차 불거질까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정이야 어찌됐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은 모든 업체들에 해당되는 얘기”라며 “해외에 있는 합작법인들의 수율이 국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건 공통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