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제8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며 새로운 비전으로 ‘POSCO the Great’를 제시했다. 이후 내실 있는 성장으로 경영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추진된 ‘혁신포스코1.0’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해 7월에는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자 경영쇄신을 선포했다. 권 회장이 직접 발표한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 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었다. 이와 함께 윤리경영과 구조조정 가속화 등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춰 추진된 ‘혁신포스코2.0’은 WP(World Premium·고부가가치)제품과 솔루션마케팅,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개선효과, 재무건전성 확보라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의식구조 혁신’ ‘수익구조 혁신’ ‘사업구조 혁신’이라는 3대 구조혁신을 가속화해 재도약을 위한 체질개선을 이루고,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우선 의식구조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금품수수, 횡령, 성윤리 위반, 정보조작 등 4대 비윤리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경쟁, 기록, 공개라는 3대 원칙을 세워 수익성 중심의 투명, 공정, 시장지향적인 거래시스템도 확립했다. 또한 성과 중심으로 경영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특별 보상하는 등 성과창출에 집중하는 업무방식을 독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성과주의를 독려하기 위해 현재 통상적인 관리직인 경영리더군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전문가군의 ‘듀얼래더(Dual Ladder)’ 시스템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수익구조 혁신을 위해선 WP제품 등 고부가가치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고부가 전략’과 운영구조 혁신 등 연간 1조원의 비용을 줄이는 ‘저원가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 기술적·상업적 지원을 하던 기존의 솔루션마케팅에 ‘휴먼솔루션’을 더해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진행된 르노삼성 ‘SM6’와 쌍용차 ‘티볼리에어’의 공동프로모션 행사가 휴먼솔루션의 대표적인 실천 사례다. 포스코의 초고장력강판(1000MPa)을 전체 강판의 18.5%까지 적용하고 국내 최초로 TWB-HPF(복합성형가공제품)를 적용해 동급 차량 대비 차량 경량화와 안전성을 향상시킨 SM6와 포스코의 WP고강도강이 약 71% 적용된 티볼리에어는 각각 포스코센터에서 전시·판매됐고, 권 회장이 직접 차량에 탑승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사업구조 혁신은 철강 외 ‘솔루션트레이딩’ ‘스마트인프라’ ‘발전 솔루션’ ‘에너지소재’라는 4대 도메인에 솔루션 개념을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신사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구조 혁신 전략을 세웠다. 고부가가치강의 시장을 확대해 철강제품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파이넥스(FINEX)와 CEM(Compact Endless Casting and Rolling Mill,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 등 공정기술, 발전용 대용량 포집기술과 같은 환경기술 등 차세대 프로세스 마련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포스코 파이넥스 공장 전경
▶2015년 매출, 영업이익 줄었지만 사상 최대 판매량 기록
포스코는 지난 1월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2016 Investors Forum’을 열고 2015년 연결 기준 매출액 58조192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시황부진에 따른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전년대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했지만 포스코 별도로는 매출액 25조6070억원, 영업이익 2조2380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시황 악화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판매량은 3534만 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스코 고유의 고부가가치제품인 WP제품과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 증가로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0.7%P 상승한 8.7%를 기록했다. 비용절감을 통한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5.7% 상승한 1조3180억원을 달성했다. 앞서 밝힌 포스코의 솔루션마케팅은 권 회장 취임 이후에 도입된 마케팅 전략이다. 고객사에게 제품뿐만 아니라 성형, 용접 등의 이용기술을 함께 제공하는데, 지난해부터는 이를 한층 강화한 휴먼솔루션을 도입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포스코는 순차입금을 5조7000억원이나 줄여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2010년 이래 최저수준인 78.4%로 낮췄다. 별도 부채비율은 19.3%로 포항제철소 가동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된 계열사 구조조정도 목표를 초과 달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지난해 19개의 계열사를 구조 조정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포스하이메탈, 포뉴텍, 뉴알텍 등 34개사를 정리했다. 이와 더불어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등 11건의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2009년 연결기준 8조6000억원이던 시재를 상회하는 8조7000억원 수준의 시재를 확보했다. 고유 기술 판매 사업에서도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인도 민영 철강사인 우땀갈바메탈릭스(Uttam Galva Metallics Ltd.)와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1공장 및 광양제철소 CEM 설비 이설 사업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모그룹인 우땀갈바그룹과는 150만 톤 규모의 파이넥스 기술 수출도 협의 중에 있다. 이외 중국 충칭강철, 이란 PKP사와도 파이넥스 및 CEM 기술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 ‘POIST’ 판매를 협의하는 등 총 13건의 기술 수출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올해 1월 전 세계 철강사로서는 최초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 참가해 기술전시회를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강판 기술을 선보였다. 포스코는 이 자리에서 트윕(TWIP), HPF(Hot Press Forming·고온프레스성형)강과 같은 포스코 고유제품을 비롯해 30여 종의 미래 자동차 소재를 선보이고,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강판이 모두 적용된 가장 이상적인 철강 차체를 공개했다.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공개된 자동차강판 소재 중 포스코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최첨단 강재인 트윕강은 전 세계에서 포스코가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한 강재다. 강도와 가공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꿈의 강재’로 평가받고 있다. 강도는 ㎟ 당 100㎏의 하중을 견디면서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가공성은 무려 3배나 높다. 따라서 충격 흡수가 탁월해 충돌 시 주로 자동차의 앞뒤 부분인 범퍼빔 등에 적용해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그동안 경쟁사에서도 트윕강 개발에 열중했으나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또한 통상 철강재의 강도가 1.5GPa(mm² 당 150㎏까지 하중을 견디는 강도)보다 높아질 경우 가공이 어려워지는데, 이 단점을 보완해 열처리 시 가공성을 높인 제품이 HPF강이다. 이 제품은 주로 측면 충돌 또는 전복 사고 시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해야 하는 센터 필러(Center Pillar·차의 기둥에 해당하는 필러) 등에 적용되며, 현재 전 세계에서 포스코가 유일하게 세계 최고 강도 수준인 2GPa(기가파스칼)급(단위면적 당 약 200kg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지난 2014년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르노의 리터카(1ℓ로 100㎞를 주행할 수 있고 CO2 배출량은 22g에 불과한 친환경·고연비 차량) ‘이오랩’에 처음 적용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번 북미모터쇼에 최근 양산에 성공한 고강도·고연성의 1GPa급 트립(TRIP)강과 현재 포스코가 개발 중인 트립강보다 가공성이 한층 높은 PosM-XF(Extra Formability)강 등을 함께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 첫 번째)이 광양제철소를 찾아 출하과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올해 2조8000억원 투자, 58조7000억원 매출 달성 목표
포스코는 올해도 사업구조, 비용구조, 수익구조, 의식구조 등 기존의 틀을 깨는 ‘구조혁신 가속화’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해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35개사를 추가로 정리하고, 그룹차원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WP제품 판매량을 전체 판매량의 48.5%까지 늘리고 WP강종수도 2000건 이상 양산을 추진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사업 관리강화, 비윤리 행위 무관용 원칙 등 성과와 윤리중심 경영강화로 의식구조 혁신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수출증가로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선박 건조량 증가, 민간 주택 확대 등 국내 철강재 소비량의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가시화에 따른 철강가격 반등 분위기가 감지되는 데다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5~7%의 견조한 수요 성장이 예측돼 철강시황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 목표를 연결기준 58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조강생산과 제품판매 목표는 각각 3720만 톤, 3530만 톤이다.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경영 방침에 따라 연결기준 투자비는 지난해보다 3000억원 늘어난 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올 3월 11일 열린 제 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철강기술은 물론 설계 및 운영 등 생산을 제외한 엔지니어링 기술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가 기술을 판매하는 방식은 계약에 따라 판매된 기술을 직접 사용한 철강회사에서 사용료를 받거나, 포스코 기술이나 설비모델을 채용한 건설 회사가 설비공사를 수주하고 그 금액의 일부를 포스코에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또한 엔지니어링 사업으로 기술 인력 파견 등의 용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당장 판매가 가능한 기술은 파이넥스 공법과 CEM기술로, 이를 각각 혹은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이 꼽히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값싼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저가의 석탄을 사용할 수 있어 제철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재정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흥국가에서 더 많은 기술 판매 기회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CEM기술은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통합했다. 고온 슬라브를 식히지 않고 바로 코일로 압연해 가공비 절감과 에너지 손실 저감 효과가 높아 고효율 친환경 설비를 요구하는 철강 선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포스코가 기술 판매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상황에서 철강제품 판매로는 한계가 있는 데다, 창립 초기부터 지속된 연구개발로 축적된 기술이 선진 철강사를 포함한 전 세계 철강사에 판매할 수준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이넥스 공법은 중국 중경강철과 이란 PKP사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15건을 추진하고 있고 CEM 기술은 독일 철강엔지니어링 업체인 SMS(Schloemann Siemag)사와 계약을 맺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7건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충칭지역에 파이넥스 공법과 CEM 기술을 결합한 제철소 합작사업으로 양국 정부 승인을 받았다. 이란에도 두 기술을 적용한 제철소 건설 합의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포스코는 지난 2월 14일 권오준 회장을 비롯해 주정부 관계자 약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살타(salta)주(州)에서 상업용 리튬 생산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권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포스코 고유의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리튬직접추출기술을 이곳 환경에 접목시킨다면 아르헨티나와 한국 양국 모두에 친환경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착공식 다음날인 2월 15일,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포스코 리튬추출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기술 개발 경과 등을 설명하면서 리튬자원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환경 친화적 기술임을 피력했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리튬 자원 개발의 중요성,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등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발전적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해발 4000m 포주엘로스(Pozuelos) 염호에 들어설 생산 공장은 이차 전지용 고순도 리튬을 연간 약 2500톤 생산해 자동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국내외 양극재 제조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원료로 리튬이 약 40㎏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약 6만 대 분량이다. 포주엘로스 염호는 면적이 106㎢에 달하고 매장량이 150만 톤으로 추정되는 리튬 생산의 최적지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다. 포스코는 올해 초 포주엘로스 염호의 광권을 소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리테아(Lithea)社와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 염호 사용 권한을 확보했고 독자 기술력을 통한 경제성 확보로 리튬 사업 진출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이 공장에는 리튬 추출에 1년 이상 소요되던 기존 공법 대신 화학반응으로 소요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포스코의 독자 기술이 적용된다. 포스코는 향후 리튬 연간 생산을 4만 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며 2500톤 규모의 상업 생산시설 건설에 우선 착수했다.
포스코의 리튬 사업은 권 회장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부터 생산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독자 기술 개발 이후 최근까지 2톤, 20톤, 200톤으로 시험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대량 생산 및 경제성 확보 가능성을 점검해 왔다. 리튬은 세계 시장 규모가 2012년 7만 톤에서 2014년 17만 톤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27만 톤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 중 포스코가 생산하게 될 이차 전지용 고순도 리튬 제품 원료시장은 2020년 전체 시장 규모 중 50%에 해당하는 13만5000톤 규모로 유망한 시장이다. 포스코는 이 외에도 여타 철강회사가 보유하지 못한 고유기술을 약 100여 개 이상 개발하고 있어 이번 사업 목적 추가를 통해 더 많은 기술의 사업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