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부품업체로 선정됐다. 세계 최대 금융정보업체인 다우존스와 스위스 투자기관 로베코샘(Robeco SAM)이 매년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2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2014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자동차 부품업체 중 1위를 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상위 10% 기업을 의미하는 ‘DJSI World’에 4년 연속 편입되며 연속기업으로의 가치 역시 입증했다. 사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최대 부품업체를 넘어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서 발표한 글로벌 100대 차 부품업체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으며, 해마다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주목할 기업으로 선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이처럼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 배경을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바로 집중력 있는 R&D와 체계화된 물류시스템이다. 이 중 R&D 부문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R&D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현대모비스의 또 다른 강점인 ‘물류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현대모비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아산물류센터와 현대파텍스를 지난 9월 30일 직접 찾아가 봤다.
현대 파텍스
최첨단 DPS물류체계 갖춘 아산물류센터
“여기가 현대·기아차 부품서비스의 핵심기지입니다.”
지난 9월 30일 충남 아산에서 만난 안홍상 현대모비스 서비스부품기획실 이사는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에 도착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4만1402㎡(약 7만3024평)의 넓은 부지에 오직 6개의 건물만 서 있는 이곳에는 하루에만 9.5t 트럭 300대가 드나든다. 협력 및 하청업체들과 계열사에서 완성된 현대·기아차의 갖가지 부품들이 이곳을 거쳐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전국에 이 같은 물류센터를 총 4곳(아산·울산·냉천·경주) 운영 중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아산물류센터다.
현대모비스 관계자에 따르면 아산물류센터는 국내 70개 사업소에 현대·기아차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해외 201개 국가에는 기아차의 A/S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부품공급 차종은 196개 모델이며, 품목은 201만개에 달하는데, 이 중 양산차종은 78개(40%), 단산 차종은 118개(60%) 모델이다. 취급하는 부품이 많다보니 보유하고 있는 부품수도 엄청나다. 수출용 부품만 20만9000개이며, 국내 정비센터로 보내질 부품 역시 13만7000개 등 총 34만6000개 품목의 부품을 보유 중이다.
사무동 입구에 선 버스에서 내리자 곧바로 지게차의 구동소리가 들려왔다. 사무동 내 미팅 룸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물류센터를 돌아봤다.
아산물류센터는 수출 3개동, 국내 3개동으로 구성된 3만8473평 규모로 동마다 진출입로가 따로 구성돼 있다. 화물을 적재한 트럭의 이동반경을 넓혀 원활한 하적을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넓은 부지를 가로질러 내부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직원들이 들고 있는 PDA(휴대단말기)가 눈에 들어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산물류센터는 모든 처리를 PDA를 통해서 하고 있다”면서 “201만개에 달하는 부품을 모두 바코드로 처리해 PDA를 찍으면 수량과 저장위치는 물론 출고량과 일자까지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창고에 들어서자 3-way 랙포커(3방향 지게차)가 등장했다. 8층 아파트에 달하는 높이까지 부품을 쌓는 공간으로, 이곳 역시 PDA를 통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산물류센터 측은 직원은 물론 지게차와 출고장 등 곳곳에 PDA와 컴퓨터를 비치해 실시간으로 부품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물류시스템이 현대모비스의 ‘디지털 파킹 시스템(DPS)’이다. PDA를 활용해 부품을 놓는다는 의미로, 부품의 크기와 활용도에 따라 작업자의 동선을 배려해 적재된 후 평균 2일, 수출은 4일을 넘기지 않고 출하된다. 이렇게 하루에 반출되는 부품 값만 77억원에 달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부품들의 재고현황 및 정보를 PDA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DPS 도입을 통해 초보자도 별 무리 없이 쉽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물류시스템 도입 이후 아산물류센터의 생산성은 30% 이상 향상됐으며, 결손율 역시 기존 0.004%에서 0.001%로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단종차량 부품생산 전담하는 현대파텍스
현대모비스가 현재 생산·판매 중인 차량의 부품을 취급한다면 단종차량의 부품은 현대파텍스가 담당하고 있다. 현대파텍스는 아산물류센터에서 아래쪽인 충남 서산시에 자리 잡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A/S 부품의 책임공급업체로,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단종 후 8년간 판매차량의 부품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형모델을 개조해서 타는 ‘리스토어’ 마니아들이 늘고 있고, 차량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져 ‘단종 후 8년’이란 수치가 무의미해졌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단종차량의 부품생산을 위한 전문기업을 설립했다. 바로 2005년 탄생한 현대파텍스다. 이 회사는 2007년에 초기 자본금 400억원 중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56%, 31%, 13%를 분담해 설립했다.
20만7316㎡ 부지에 세워진 현대파텍스 내부에 들어서자 다양한 금형세트가 눈에 띄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단종차량에 사용됐던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금형세트다. 금형세트 보관 장소 바로 앞에는 부품을 생산 중인 프레스 기기가 자리해 있다.
현대파텍스 관계자는 “4800여 개의 금형 틀과 4대의 프레스 기기를 사용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생산된 부품들은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도장·포장 라인을 갖춘 일관생산시스템을 통해 프레스→차체→도장→포장 등의 과정을 거친 후 곧바로 현대모비스 물류센터로 납품된다”고 말했다. 현대파텍스는 현대차 2902개, 기아차 1936개 등 금형세트 48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금형을 이용해 연간 200여 만개 이상의 단종차량 부품들을 생산한다. 엄청난 크기의 금형 틀은 공장 내는 물론 외부에도 자리를 잡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신차를 출시하면 단종차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현대파텍스가 보관해야 할 금형 틀 역시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파텍스는 금형 틀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창고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공장 내부에 위치해 있는 현대파텍스의 금형 틀을 살펴보면 틀 옆에 차량 모델과 생산연도가 쓰여 있다.
한 현대파텍스 관계자는 “2007년 생산을 시작한 후 현대차 19개 모델, 기아차 18개 모델의 금형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단종된 지 20년이 지난 포니2와 각그랜저로 불린 그랜저 1세대의 금형도 보유하고 있어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단종차량 패널 부품들의 가격은 양산 당시와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 “이윤 추구보다는 서비스차원에서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완성차업체가 단종차량의 부품생산업체를 설립한 예는 전 세계에서 현대파텍스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단종차량의 금형 틀은 언제 폐기될까.
김진원 현대파텍스 경영지원실장은 “인기모델일수록 금형 보관기간 역시 길어진다”면서 “비인기 모델이라 해도 생산이 중단된 지 최소 15년이 지나야 금형 틀 폐기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완성차부터 단종된 차까지 현대·기아차의 모든 부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와 현대파텍스를 돌아본 후에야 현대모비스가 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부품회사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