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김 씨는 지난해 5월 만성 두드러기로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애를 태우다가 뜻하지 않게 작은 기쁨을 발견했다. 당시 아이의 상태가 아주 심각해 하루 병원비만 16만원이나 됐다. 보험을 들어둔 상태지만 주변 사람들은 실비보험에 해당되지 않는다거나, 청구해도 보험금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김 씨는 진료비 영수증을 첨부해 삼성생명에 서류를 제출했다. 창구 직원은 위로를 하며 부족한 서류를 현장에서 챙겨 마무리 해줬다. 참 친절하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왔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청구한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안내 문자가 온 것이다. 창구 직원이 친절하다는 생각만 하던 김 씨는 당일 보험금까지 바로 들어오자 세상 참 좋아졌다며 흐믓해 했다.
# 서울에 사는 박 씨는 지난해 6월 위암 진단을 받고 서둘러 수술까지 받았다. 병상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던 중 보험 가입 사실을 떠올린 박 씨는 바로 담당 컨설턴트에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화한 지 3시간 만에 보험금 신청이 접수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로부터 3시간여가 흐른 오후 5시 36분 박 씨는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너무나도 고마운 나머지 그는 휴대폰으로 받은 문자 메시지 두 개를 첨부해 보험금을 기대 이상으로 빨리 받게 돼 고맙다는 글을 삼성생명에 보냈다.
요즘 이처럼 싹 바뀐 삼성생명의 보험금 프로세스가 화제다. 그 동안 보험은 가입하기는 쉬워도 보험금 받기는 꽤 까다롭다는 게 통념이었다. 특히 생명보험은 보험금 신청 절차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내부 심사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받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거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보험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금 신청 절차가 더 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앞장서서 도와주는 회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부친상을 당한 한 씨는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문자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폐암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돌아가신 부친 때문에 집안 전체가 어려울 때였다.
장례식 마지막 날, 발인 직전에 보험사 컨설턴트가 찾아왔다. 한 씨는 그저 친분이 있기에 문상을 온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컨설턴트가 현장에서 청구서와 사망진단서를 받아갔다. 삼성생명은 컨설턴트가 지점에 접수를 한 지 2시간 30분 만에 13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황망한 상태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한 씨가 놀란 것은 당연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보험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그 동안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까다로운 심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고객 입장에선 사고 신청 후 보험금을 받기까지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게 반복되니 보험은 가입하기는 쉬워도 보험금 받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쌓였다.
사고 보험금 80% 24시간 내 지급
삼성생명은 2012년 들어 이젠 보험사가 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고객 입장에서 보험지급 프로세스를 재검토했다. 그해 7월 보험업계의 보험금 지급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고객사랑 지급서비스’를 발표했다. 보험금 접수에서 심사, 지급,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전면 개혁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회사가 연간 지급하는 보험료는 줄잡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1년 365일 가운데 공휴일을 빼면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씩 지급해야 한다. 그 많은 보험금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이 아니라, 고객이 감동할 시간에 지급하려고 회사 측은 사망이나 질병 등 사고보험금 지급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재편했다.
ARS에서 계속 버튼을 눌러야 했던 불편은 보험금 지급 전용 콜센터(1577-4118)를 개설해 없앴다. 보험금 지급에 소요되는 시간도 대폭 단축했다. 사망보험금 긴급 지원 시스템 도입에 이어, 접수 채널도 다양화했다. 직통으로 한 ARS 외에 홈페이지에서 접수하거나 모바일, Fax로도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우선 보험금 청구당일 지급비율을 23%에서 50%로 높이는 목표를 정했다. 개선 전의 2배가 넘어야 가능한 목표지만 그해 말까지 달성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생명은 지난해엔 보험금 청구 후 24시간 내 80%를 지급하자며 목표를 끌어 올렸다. 전년 실적의 160%지만 서비스를 개선하기 전에 비하면 345%나 되는 수치다.
고객들이 더 편하게 묻고 접수할 수 있도록 보험금 지급 전용 콜센터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삼성생명은 여기에 100여 명의 보험금 전용 상담원을 배치해 불필요한 ARS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상담원과 연결되도록 했다. 서류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청구서류 문자인식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와는 별도로 컨설턴트가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접수하는 ‘고객사랑 방문접수 서비스’도 채택했다. 고객이 보험금 접수하려고 직접 창구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덜어준 것이다.
내부 시스템 획기적 개편
고객과 대면하는 쪽 뿐 아니라 회사 내부의 프로세스도 바꿔야 했다. 신속한 지급을 위해 전산만으로 심사를 완결하는 전산심사 시스템을 확대했다. 본사가 아닌 고객 창구에서 직접 심사를 강화하도록 업무도 분산했다. 이를 통해 과거 2~3일 걸리던 전체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복잡한 청구나 지급 조건 때문에 조기지급 실적이 전무하던 사망보험금에도 ‘일부 우선 지급 서비스’를 도입했다. 어려운 일을 당한 고객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일부라도 최대한 빨리 지급하자는 뜻에서다.
사망보험금 지급은 사망신고 등의 절차 때문에 통상 2∼3주의 기간이 소요됐었다. 이를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 서류만으로 접수 후 1일 이내에 3000만원 한도에서 일부라도 지급토록 했다. 가입자가 장례비 등 긴급 자금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도만 만들어선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전 조직에서 시간이 지나더라도 차질 없이 계속 진행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삼성생명은 이를 위해 매일 홈페이지에 당일 얼마의 보험금이 지급됐고, 새해 들어 당일까지 지급액은 얼마이며, 신청 후 24시간 이내 지급률이 몇 %인지를 공개하고 있다. 매일 수치가 나가니 하루라도 늦추면 당장 실적이 마이너스가 된다. 고객과의 약속을 시스템으로 보장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24시간 내 80% 지급 약속을 지켰다.
회사 측은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보험금 지급금액이나 건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보험금을 투명하게 지급하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무를 넘어 감동을 준다
이후 삼성생명은 빠른 지급을 넘어 감동을 주는 차원으로 보험금 지급 서비스를 진화시켰다. 고객이 보험금 접수 후 처리 과정을 궁금해 할 것을 감안해 보험금 심사와 처리 경과를 신속하고 상세하게 휴대폰 문자나 전화로 알려주고 있다.
서비스는 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차별화된 사후 서비스를 위해 컨설턴트가 유가족을 찾아 사후에 점검해야 할 리스트를 제공하고 보험금을 활용한 상속이나 재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유가족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질병 등으로 보험금을 받은 고객에겐 해당 질병을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은지를 알려주는 ‘건강 케어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의 연령에 따라 필요한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질병예방 문자정보 서비스’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그 동안 일부 가입자에 한해 하던 방문 서비스를 연중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확대한 ‘고객사랑 방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컨설턴트가 직접 가입자를 찾아가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미처 챙기지 못한 보험금 수령이나 각종 안내정보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도록 정보를 갱신하고, 은퇴 후를 대비한 노후 설계까지 안내하고 있다. 담당 컨설턴트가 그만둔 경우엔 콜센터에서 직접 전화해 방문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런 서비스 개선 성과는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생명보험부문 최우수 기업으로 삼성생명을 10년 연속 선정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도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 생명보험부문 1위 회사로 삼성생명을 9년 연속으로 뽑았다.
Mini Interview
윤호준
삼성생명 CS지원팀 차장
보험의 가장 큰 기능 빠른 보험금 지급이죠
“콜 센터 시스템 바꾸는 데만 한 달가량 걸렸고 콜센터 직원들을 다시 교육시키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죠.”
보험금 당일 지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참여했던 윤호준 삼성생명 CS지원팀 차장은 이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2012년 고객사랑 지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당일 지급률을 50%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오후 늦게 접수하는 경우 당일 지급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2013년 들어 24시간 지급률 80%를 목표로 세워 계속 맞춰 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지급과정이 까다롭다는 인식을 해소하려고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의 가장 큰 기능은 보험금 지급인 만큼 기왕 지급할 바에야 최대한 빨리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접수를 쉽게 했을 뿐 아니라 문의하기 쉽고, 빨리 지급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호응이 아주 좋아졌죠.”
연금보험료도 신속 지급
그는 사고보험금 신속 지급 서비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면서 지난 8월엔 연금보험료도 신속히 지급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만기가 되기 전에 안내장을 보내고 컨설턴트가 방문해 얼마나 받게 되며 어떤 식으로 받는 게 가장 유리한지를 안내해 줍니다. 고객의 재무 상태나 건강 상태를 확인해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받을 수 있게 조언하는 것이죠.”
그는 건강 케어 서비스도 주목하라고 권했다.
“암보험 신청 시 보험금을 지급하면 끝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머물지 않고 암 종류에 따라 어떻게 관리해야 좋은지 등 환자가 궁금해 할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고객 연령대별로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는 게 좋은지, 어떤 질병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전 사후로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