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밀워키 아트 뮤지엄 ‘콰드라치 파빌리온’…하늘의 새와 호수 위 요트 같은 박물관
입력 : 2014.02.07 11:11:08
콰드리치 파빌리온 전경
미국 북중부에 위치한 위스콘신주는 인디언어로 ‘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바다와도 같은 미시간호와 수천 킬로미터 길이의 강줄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위스콘신주의 대표적 도시인 밀워키는 미시간호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1888년 설립된 레이튼 아트 갤러리(Layton Art Gallery)와 20세기 초 설립된 밀워키 아트 인스티튜트(Milwaukee Art Institute)를 통합하여 1957년 밀워키 아트 뮤지엄(MAM ; Milwaukee Art Museum)이란 명칭으로 출발하게 된다. 1957년 이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전쟁기념관을 신축했고 1975년 데이빗 카흘러(David Kahler)에 의한 부분 증축이 이루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확장을 하였다.
윈드호버홀-미시간홀 방향
1994년에 MAM 경영진은 “강한 상징적 이미지의 창조를 통한 박물관의 정체성 정립”을 모토로 대규모 홀과 전시장, 고객지향의 운영체계를 갖춘 새로운 파빌리온(Pavilion)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제 공모를 통해 2001년 5월 4일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의 설계를 채택해 현재의 콰드라치 파빌리온(Quadracci Pavilion)을 완성했다. 백색노출콘크리트의 이 건물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와 미시간 호수 위에 떠있는 요트를 형상화하고 있다.
또 실내로 스미는 빛이 공간의 조형미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피라미드 형태의 유리로 된 천창(Sky Light)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를 덮고 있는 날개 모양의 햇빛가리개(Sun Screen)는 조광의 양에 따라 마치 비상하는 새의 날개처럼 접고 펼 수 있는 가변식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이 부분에 자리 잡은 메인 리셉션 홀은 상당히 기하학적으로 형성된 천장 아래에 현대적 공간을 담고 있다. 약 1만3200㎡ 규모의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크게 리셉션 홀과 강당, 카페, 상점, 주차장 등 퍼블릭 공간과 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윈드호버 (Windhover)홀은 콰드라치 파빌리온의 구조미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구조물은 세부적으로 플라잉 버트레스(주벽과 떨어져 버팀목 구실을 하는 노출보)와 아치, 리브볼트 등을 갖춘 고딕양식 대성당을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포스트 모던적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반 층에는 아트리움과 기획전시회를 위한 갤러리 공간, 1500㎡에 300석 규모 강당과 교육센터 상점 등이 들어섰다. 100석 규모의 레스토랑은 호수를 전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1억2000만달러의 건축비가 투입된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던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미국 내 첫 작품이다. 2001년 미국의 시사저널지 타임은 콰드라치 파빌리온을 올해의 최고 건축물디자인으로 선정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다른 현대 건축가들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을 테마로 하는 많은 건축물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여러 건축가들이 정지된 자연의 모습을 건물에 표현하려고 시도할 때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살아있는 자연을 건물에 표현함에 따라 보다 역동적인 건축물을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의 스케치를 보면 인체를 비롯해 대부분 살아있는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디자인
주로 사람의 눈과 같은 신체 부위나 역동적인 인체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날아오르는 새, 또는 동물의 뼈와 같은 것들이 모티브가 된다. 거의 모든 건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런 특징을 작가 정신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콰드라치 파빌리온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조형성 외에도 높이30m 중앙홀까지 유리지붕을 통해 최대한 자연광을 도입하고 있으며 외부의 날개가 차양막(Sun Screen)의 기능을 하여 일사조건에 따라 접혔다 펴졌다 하며 일사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를 키네틱(Kinetic) 건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키네틱 건축이란 기계적 작동을 통해서 모양이 변화하는 건축을 말하는 것이다.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건축은 동물이 형상으로 변형시켜 디자인된 것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콰드라치 파빌리온이다. 칼라트라바의 작품들은 바다나 호수, 강가 주변에 건축된 게 많아 물과 산, 인간과 새 등 자연적 요소를 모티브로 삼는 것이 어쩌면 필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건축물은 건축물 자체의 모티브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문화나 도시와 어떠한 연계를 갖는가에 대한 고려를 많이 했다. 그러한 요소를 조형성에 반영하든가 또는 그의 주특기인 브리지 등을 통해 상호간의 연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콰드라치 파빌리온의 레이만 브리지에선 미시간호와 도심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찾으려 고심한 칼라트라바의 사명감을 엿볼 수 있다.
회랑외부
예술에 엔지니어링을 입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건축학 및 도시학 석사학위를 마쳤다. 그 후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업들에 나타난 수학적 질서에 감명을 받고 스위스 취리히에서 구조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교량이나 철도역사 등 기하학적 구조미를 갖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콰드라치 파빌리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입구 중앙에 자리 잡은 메인 리셉션 홀은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에 의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천창 위에는 버크 브리즈 솔레이(Burke Brise Soleil ; sun break)라 불리는 새 날개 형상을 한 길이 66m의 햇빛가리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조광의 양에 따라 움직이는 2개의 회전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1개의 유압장치에 의해 작동되며 한 축에 36개씩 8~32m 길이의 스틸파이프 72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15톤이나 나간다. 이는 마치 비상하는 새의 날개처럼 접고 펼 수 있게 설계되어 메인 홀로 들어오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버크 브리즈 솔레이를 열고 닫는데 약 3분 30초가 소요된다. 핀센서는 지속적으로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모니터링하여 풍속이 시속 65km를 넘어가면 날개가 자동으로 접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날개는 통상적으로 아침에 펼치며 정오에 한 번 여닫이를 반복하고 저녁에 닫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채광창 설계를 위해 5명의 기술자가 9000시간을 투입해 500여 매의 도면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가우디만큼이나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설계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건축세계는 한마디로 ‘역학을 기본으로 하는 구조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그의 작품이 수천 년간 건축의 기본원리였던 형태적 안정미보다는 안정성이 보장된 긴박감과 긴장감이 야기하는 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건축가가 구조적 지식을 동원해 건물의 안정성을 설계의 기본으로 하였던 것과 달리 칼라트라바는 힘의 균형이 보장된 역설적인 구조가 만드는 특별한 형태미를 세상에 소개하였다.
이미 칼라트라바가 가우디(Gaudi)의 건축에서 큰 영향을 받았음을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는 가우디만큼이나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설계를 통해 자신만의 형태미를 완성하는 건축가이다. 자주 그와 비교되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이 유연하게 변화하는 곡면의 외피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며 구조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를 현실화하는데 반해 칼라트라바의 건축은 건물의 뼈대에 해당하는 구조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디자인 요소로 적극 활용한다.
즉 칼라트라바의 구조체는 건물의 외형을 결정하는 뼈대일 뿐만 아니라 절묘한 힘의 균형을 완성하여 극적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중요한 디자인적 요소인 것이다. 그는 구조체를 자주 건물 외부로 노출시키거나 때론 교묘한 장치를 통해 움직이도록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시도로 건축의 한계를 넓히고 있다. 그의 디자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날렵한 철골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쇳물을 부어 만드는 부조제조법 대신 부재를 달구어진 쇠로 두들겨 만드는 단조방식을 사용한다.
아키텍처 파워
개관 당일 3만2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아키텍처 파워’를 보여준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밀워키의 새로운 심벌로 자리매김했다.
MAM(Milwaukee Art Museum) 측은 “시민들이 우리 미술관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명물로 여기고 있다”며 “문화·예술 분야의 포괄적인 중심지로서 콰드라치 파빌리온의 역할을 확장하고 밀워키 사회를 위한 문화적 주춧돌로 위치와 영역을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한다. 도시를 대표하는 박물관(또는 미술관)을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재정상의 문제는 발주자의 큰 짐이 되지만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의 예를 보더라도 도시 전반에 끼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 초 미국 구겐하임 재단에서는 유럽에 미술관을 건립하고자 유치 도시를 공모했고 베니스, 잘츠부르크, 빌바오가 미술관 건립을 신청했다. 당시 빌바오 시민 90% 이상이 이를 극렬히 반대했다. 엄청난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연간 4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야 했는데 당시 빌바오는 관광객이 거의 없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변화와 도시 재건을 위한 빌바오시의 확고한 의지는 빌바오에 구겐하임 뮤지엄 유치를 성공시켰다. 개장 첫 해 관람객만 130만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빌바오는 도시의 활기를 되찾았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도시가 건축을 통한 도시부활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 표본으로 삼는 것이 바로 빌바오의 사례이다. MAM의 콰드라치 파빌리온 역시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의 하나이다.
대형 전시시설의 빛과 그림자
빌바오에서 시작된 대형전시관 건축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지 8년 정도가 지나서부터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전시관 본연의 기능보다는 외형 부풀리기에 치우친다는 게 비판의 초점이다. 전시관이 구조미에 주력하다 보니 정작 전시물이 놓일 공간은 협소하거나 전시물의 전시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며 건축물이 그 자체로 강력한 예술적 조형미로 관심을 끌게 됨에 따라 때때로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그 빛을 잃게 된다.
또한 건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 정작 미술품 컬렉션에는 소홀해져 거대한 격납고로 전락되어 미술애호가보다 평범한 여행객이 스쳐가는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 모범사례로 꼽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의 전시물은 보잘 것 없기로 유명하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칼라트라바의 환상적인 디자인에 의한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MAM(Milwaukee Art Museum)에 2500만달러의 빚을 남겼다. MAM은 이제야 손해에서 회복하기 시작하고 있다.
한때 붐이 일었던 미국 내에서도 이제는 묻지마식 신축은 점차 줄어들어가고 있다. 거대한 확장과 관광사업, 그리고 그들이 이끌어낼 관심으로 정당화시키던 경향도 바뀌고 있다.
대신에 그들은 전시물의 중요성과 현시대 예술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는 더 넓은 공간을 만들고 관광객보다 지역사회 관객들을 대접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여러 대형 문화시설이 계획, 검토되고 있다.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덴마크 스노헤타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통영시가 프랭크 게리와 함께 건립을 검토했던 윤이상 음악당, 현재는 사업이 보류되어 있는 한강 노들섬의 한강 예술섬 프로젝트 등도 그런 맥락의 하나이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문화관광 면에서 국가나 지역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으나 충분한 검토가 부족해 실패할 경우에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과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검토한 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들터닝 토르소 (Turning Torso-Malmoe, Sweden)
터닝 토르소
사람, 동물의 관절 및 뼈의 모습을 통해 구조적, 디자인적인 건물을 설계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다른 대표작으로 터닝토르소가 있다. 스웨덴 말뫼에 소재한 터닝토르소는 지하2층~지상54층, 연면적 1만8000㎡, 높이 190m의 주상복합건축물로 고층빌딩이 많지 않은 북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터닝토르소는 칼라트라바가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비틀리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사람의 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9개의 입방체 큐브로 분리해 전체 형태를 90도 틀어져 고정되어 있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다이내믹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축물은 주거영역과 상업영역으로 크게 구분되며 아래의 1, 2번째 입방체는 상업시설로 약 4000㎡이며 주거영역은 3번째부터 9번째까지 대략 1만3500㎡규모이다.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은 엘리베이터로 동선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건물이 비틀리며 움직이는 듯한 외부 형태로 인해 상하층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바다를 향해 있는데 이는 이 건물만의 특별함이기도 하다.
한편 터닝토르소가 의미하는 특별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조선공업 지역이며 주요 무역항이었던 말뫼는 조선업의 퇴보와 더불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난 2003년 현대중공업은 스웨덴 말뫼 최대 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인수했다.
이 크레인은 1970년대 말뫼의 심벌과도 같은 존재로 조선업의 번영기를 상징했기 때문에 이를 ‘말뫼의 눈물’이라 불렀다. 조선업의 쇠퇴와 더불어 도시는 활력을 잃어 갔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게 되었다. 이후 스웨덴 정부와 EU의 주도 하에 시정부와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
버려진 공장과 조선소에 IT 및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자원에너지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결국 지식기반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도시로 탈바꿈했고 이러한 시기에 건설된 것이 터닝토르소이다. 말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고 자존심을 상징할 수 있는 또 다른 심벌을 갖게 된 것이다.
리옹 생텍쥐베리공항
프랑스, 리옹 생텍쥐베리공항 TGV역사
리옹은 파리에서 동남쪽으로 470km 떨어져 있으며 어린왕자의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리옹시의 북동쪽 30km 근방의 생텍쥐페리 공항과 연계되는 TGV역사는 국제 공모를 통하여 칼라트라바에 의해 설계가 되었으며 약 8억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1994년 7월 3일에 개장했다.
개장 당시는 사토라스공항역(Satolas Airport Station)으로 불렸으나 생텍쥐페리 고향의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생텍쥐페리 공항역으로 변경되었다. 공항과 관련된 시설들이 그러하듯이 칼라트라바도 날개를 펼친 새와 같은 이미지를 콘크리트와 철골로 표현하였다.(정작 칼라트라바는 사람의 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주차장 쪽에서 이어지는 두 개의 길이 120m, 높이 40m의 철제 프레임에 의해 공항 쪽으로 펼쳐지면서 기본 골격을 만들어 내부 중앙홀의 대공간을 형성시켜주고 있으며 콘크리트 구조를 바탕으로 검은색 철골지붕과 창호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콘크리트의 아이보리색과 어우러져 세련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엄청난 크기의 홀을 덮고 있는 천장의 패턴은 강한 힘이 느껴지는 동시에 정교하며 천장을 이루는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가 사용한 케이블 구조의 콘셉트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칼라트라바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풀어놓았다.
500m길이의 플랫폼은 구조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다이어몬드형 천창을 통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며 외부로 드러난 플랫폼은 고속전철과 더불어 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역사는 공항과 길이 180m의 브리지에 의해 연결된다.
이 브리지는 평범하게 기둥이 지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수교와 같은 시스템을 채택하였으며 내부에 무빙워크를 설치하여 이동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역에는 6개의 트랙을 가지고 있으며 중앙의 트랙은 최대 속도(300km/h)로 이 역을 통과하는 열차를 위한 트랙이며 4개의 트랙은 2개의 플랫폼을 통해 접근 및 이용이 가능하다.
건축가이며 조각가, 구조엔지니어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1951년 7월 28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났다. 발렌시아의 Escuela Tecnica Superior de Arquitecture에서 건축학 학위와 도시학 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건축학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1975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ETH(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구조공학을 전공하여 1979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취리히에 건축과 구조설계사무소를 개설하여 활동을 시작하였고 1984년 바흐 데 로다 브리지(Bach de Roda Bridge)를 디자인했다. 그의 국제적 명성을 얻게 한 첫 번째 교량 프로젝트이다. 이를 기점으로 알라밀로 브리지(1992), 빌바오의 캄포 볼란틴 풋브리지(1997), 알라메드 브리지(1995)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1989년에는 파리에 두 번째 사무실을 설립하여 리옹 생텍쥐페리 공항역(1994)을 작업하였고 1991년에는 발렌시아에 세 번째 사무실을 개설하였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를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흔히 구조설계의 마술사라고 한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구조설계에 해박한 이해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의 작업들은 콘크리트의 조형성을 최대로 활용한 유기적 형태의 당당함에 압도되었고 인체를 모티브로 한 세심함과 조형성은 그가 얼마나 용의주도한 디자이너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구조공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조형감을 구조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해 낸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당시 건축가들에게 취약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의 당시 건축가들은 어디까지나 아티스트로 조형적인 것에 치중하며 구조나 공법 등과 같은 엔지니어적인 부분에는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칼라트라바의 작품들은 이에 대한 반기를 든 것이기도 했다. 최근 설계부실에 따른 소송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뛰어난 구조미를 바탕으로 조형적 예술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건축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의 새로운 작품이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