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23조원에 55개 계열사를 거느린 KT가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맞을 전망이다. 취임 직후 6000여 명을 정리하면서 비대한 조직을 정비했던 이석채 회장이 떠난 마당에 다시 구조조정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이다.
외압으로 회장마저 떠나야 하는 위기에 KT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맥킨지가 제시하고 있다. 맥킨지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에게 좋은 위기(a good crisis)를 날려버리지 말라고 했다. 위기일수록 과감히 사업을 재편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기업들이 살아남는다고 리포트는 밝혔다. 리포트는 다음과 같다.
기업들 자원재편에 소극적
대다수의 기업들은 보유하는 자원을 재편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멀티 비즈니스 기업들의 리소스 재편 패턴을 주제로 한 맥킨지의 대규모 연구에 의하면, 1990년에서 2005년 사이에 대부분 기업의 총 자본 대비 사업별 투입자본 비율은 매년 변동 없이 일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유자원을 아주 적극적으로 재편한 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성과 낮은 변동성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고위 경영진에게 제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영진들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그 여파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이들은 또 경기악화로 신규 가치창출 원천을 모색하는 게 불가피해지면서 자원재편 양상 역시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실제는 이와 확연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분석대상을 확대하여 1500개 기업의 지난 20년간 실적 추이를 추적했다. 맥킨지는 이 연구에서 자원재편에 대해선 1990년에서 2010년까지 20년 기간 동안 각 사업부에 투입된 자본지출의 최소 비율을 1에서 차감한 값으로 측정했다. 이 연구에서는 또 최소 두 개의 서로 다른 네 자릿수 SIC 코드로 자본지출을 보고하는 미국 내 1508개 상장기업에 대한 콤퓨스타트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결과 경기침체가 기업의 자원재편 패턴에 미친 영향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수 년의 침체기간 동안 기업들이 보여준 전반적 자원재편 의향 역시 이전 15년에 비해 결코 크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영진들의 본능은 옳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자원에 대한 역동적 재편은 경기침체 기간일수록 더욱 결정적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본 연구조사의 표본기업들 중 상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들과(자원재편이 활발한 기업) 하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들(재편에 소극적인 기업)의 실적을 비교해 보면 이런 경향이 잘 나타난다.
재편에 적극적인 기업이 주주에 기여
도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 20년간 자원재편에 활발했던 기업들과 재편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기업들 간의 주주총수익률(TRS) 격차는 최종 5년간 2.4%에서 3.9%로 확대되었다.
이 정도 격차가 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20년간 주주수익률이 연간 3.9%포인트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자원재편이 활발한 기업의 투자자가 자원재편에 소극적인 기업의 투자자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지분가치 신장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모든 배당금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크기다.
이와 같은 전반적 패턴은 산업부문별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기초소재나 에너지 및 유틸리티, 정보기술, 소비자제품 및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산업부문을 막론하고 자원재편이 활발한 기업들의 TRS 중앙값은 재편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비해 언제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생존 관련 통계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견된다. 분석대상 기간을 보다 연장한 신규 조사 결과, 자원재편이 활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간의 기업생존율 격차는 당초 조사기간의 13%에서 22%로 증가하였다.
분석대상 기간인 20년 동안 두 차례의 세계 경제위기(1999-2002년 및 2007-2010년)가 발생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두 번의 경제대란을 거치면서 두 번 모두 자원재편에 소극적이었던 기업과 한 번의 경제위기 시에만 적극적인 재편을 감행한 기업, 그리고 두 차례 모두 적극적으로 자원을 재편한 기업으로 구분해보니 결과는 역시 매우 분명하게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두 차례 모두 자본재편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의 TRS는 한 차례의 경기침체 시에만 적극 자본을 재편한 기업들에 비해 3% 더 높았으며, 두 차례 모두 자본을 재편하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서는 4.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표 2>
경기침체기 동안 자원재편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에 투입되었던 자본이나 자원을 철수하여 다른 사업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이용가능한 자원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익잉여금은 물론이고 신규차입이나 자기자본 등을 모두 막론하고 신규로 조달할 수 있는 자본 자체가 대체적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2007년에서 2010년까지의 경제위기 기간 동안 표본기업들의 전사적 신규 가용자금 규모는 15%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역동적 기업인일수록 재편 과감히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유망한 성장 기회 지원을 위한 펀딩과(자본 확충을 통한 육성이 필수적인 사업) 성숙단계에 있거나 실적이 저조한 기회(잠재적 가지치기 대상에 해당하는 사업)와 관련된 펀딩 간의 득실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그 어떤 때보다도 중요하다. 분석 결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재편한 기업들의 경우 기존 자원은 물론이고 신규 자원도 모두 과감히 재편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에 재편에 소극적인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 투입된 자원을 철수하기를 주저하는 성향이 컸다. 그 결과 소극적인 기업에선 재편 대상이 되는 것은 대부분 신규 자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역동적인 고위경영진의 경우 한 부문의 자원을 철수하여 다른 부문에 투입하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회성의 급격한 방향 전환만이 능사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신규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들은 모두, 단기적 변화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사업상 포커스를 급격히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명확한 전략에 입각하여 단계적으로 리소스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더욱 크게 신장함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법은 기업 포트폴리오를 한두 차례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것보다 대체로 더 높은 수익성을 가져올 뿐 아니라 수익의 변동성 역시 상당히 낮추는 결과를 보인다. 이 같은 분석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자원재편은 호황기는 물론 불황기일수록 더욱 적극 사용해야 할 근육과도 같다.
따라서 경기주기 내 모든 단계에서 관성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특히 신규 자본이 고갈되는 침체기일수록 이를 더욱 철저하게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믈라덴 프럭 맥킨지 부카레스트 오피스 컨설턴트 · 스티븐 홀 런던 오피스 이사 · 데베쉬 미탈 지식센터 스페셜리스트 / 정리 정진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