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전화기, 음악 및 동영상 플레이어, 카메라, 일정관리 수첩, 내비게이션, 인터넷 뱅킹 프로그램 등이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아직 스마트폰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지불 결제다.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할 때 이를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것을 ‘모바일 결제’라고 한다면 모바일 결제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은행, 신용카드,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들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카메라, 내비게이션, 인터넷 뱅킹 등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모바일 결제도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를 ‘모바일 결제’라고 부를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구분이 되어있지 않다.
모바일 결제 지배적 플랫폼 아직 없어
지금 모바일 결제 시장은 다양한 ‘플랫폼’들이 경쟁하고 있다. 스마트폰 OS에서 iOS, 안드로이드, 심비안, 블랙베리 등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마트폰 OS와 달리 모바일 결제는 플랫폼끼리 서로 완전히 배제하지 않을 뿐더러 아직 지배적인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생활에 보편적으로 들어온 모바일 결제 방식이 있다. 하나는 휴대전화 소액결제이고 다른 하나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인앱(In-App)결제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는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휴대전화 요금에 포함시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결제 시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인증하므로 간편하다. 문제는 한도가 크지 않다는 점과 보안이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한 사기(스미싱)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국민 중 스미싱 문자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없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이 방식은 보안상 허점이 크다.
인앱결제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앱 안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앱 다운로드를 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게 되는데 이 신용카드로 다른 앱에서 결제를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앱 이외의 오프라인 결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프라인결제 단말기와 스마트폰을 연결시켜줄 방식이 필요하다. 구글은 지난 2011년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구글 월렛을 내놓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용자가 늘고 있는 모바일 결제방식은 모바일카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그대로 휴대전화에 저장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유심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앱방식이다. 두 방식은 신용카드 정보를 어떻게 저장해두느냐의 차이다. 유심방식은 휴대전화에 필수적인 유심칩에 저장하고, 앱방식은 저장하지 않고 매번 가상번호를 생성한다.
그러나 구글월렛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아직 모바일카드는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과 NFC, QR코드, 바코드 등을 통해 결제하려면 단말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가맹점이 돈을 들여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게는 3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있는데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매장에서는 자비로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모바일카드를 보유하고 있어도 결제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게 한계다.
하지만 최근 주요 신용카드사들이 일제히 모바일카드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시장 파이가 커지면 단말기 설치 단가가 훨씬 낮아지게 된다”면서 “단말기 설치가 크게 늘어나면 모바일 카드 사용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심과 앱 외에 마이크로SD라는 새로운 플랫폼도 준비단계에 있다. 이 방식은 휴대전화에 삽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SD카드에 정보를 저장한다. 유심칩보다 보안성이 높고 휴대전화가 바뀌어도 마이크로SD카드만 옮기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전자화폐도 중요한 모바일 결제수단이다. 우리가 대중교통을 사용할 때 이용하는 선불형 교통카드가 대표적이다. 이 교통카드를 스마트폰에 가져오면 대중교통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맹점에서도 현금처럼 결제를 할 수가 있다.
지불결제 수단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모바일 결제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모바일 지갑이다. 모바일 카드가 우리 지갑에 있는 신용카드만을 스마트폰에 옮겨왔다고 한다면 스마트월렛은 지갑을 통째로 옮겨왔다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보다는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카드가 현재는 주를 이룬다. 하지만 모바일 카드나 교통카드 등 다양한 결제수단과 연결 가능하기 때문에 모바일 지갑은 좀 더 광범위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e모바일 카드 사용법
모바일카드의 최대 장점은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고,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다는 점. 현재는 자신이 플라스틱카드로 보유한 신용카드만 모바일로 발급할 수 있다. 모든 스마트폰이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자신이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모바일 카드로 발급이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유심카드는 자신이 거래하는 신용카드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야 한다. 신청하면 SMS를 통해 주소가 오고 이를 통해 들어가면 모바일 카드를 다운받게 된다. 유심카드는 주로 동글단말기(NFC)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매장에서 모바일카드로 결제하겠다고 얘기하면 가능 여부를 알려주게 된다. 이때 설치된 스마트폰을 동글단말기에 접촉하면 결제가 된다. 비밀번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입력하면 된다. 유심카드의 경우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어도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은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파리크라상, GS25, CU 등이다.
앱카드는 스마트폰에서 구글플레이스토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직접 검색해 다운받으면 된다. 앱카드는 바코드, QR코드, NFC 세 방식 모두에서 결제할 수 있다. 결제 시 카드앱을 실행시키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결제수단을 선택하면 된다. 앱카드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등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용어설명 NFC(Near Field Communicationㆍ근거리 무선통신) : 10㎝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단말기 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
[이덕주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