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3만명의 일본 동북부 지방 미야기현 중심도시 센다이 아오바구엔 그냥 보면 평범한 유리건물 같지만 자세히 보면 기하학적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특이한 건물이 있다. 일본 센다이시 교육위원회가 관할하고 있는 복합문화시설인 센다이 미디어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첨단 건축소재인 철재기둥과 유리로 된 이 건물은 문화예술과 관련해 정보량과 매체의 비약적 증가로 디지털 정보의 접근과 활용을 중시하게 됨에 따라 정보와 사람,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를 증대시키는 정보와 사교의 장이 되게 할 필요성에 의해 탄생됐다.
1989년 새로운 미술관 겸 도서관 건립계획이 제시되면서 이 건물의 건축이 시작됐는데 약 10여 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의 활발한 참여와 논의를 거쳐 탄생했다. 설계는 1994년 공모전을 통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토 토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담당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미술과 영상문화의 활동 거점이자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공문화시설이다. 건축 작품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앞서가고자 만들어진 실험적 건축물이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매체의 결합을 통해 건축물에 가상의 세계를 접목시키는 독창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첨단 지식과 문화를 제공하고 이용자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네트워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모든 장벽으로부터 자유롭고 정상인과 장애인, 이용자와 운영자, 언어나 문화 등의 장벽을 뛰어넘는 시설로 계획된 것이 이 건물의 이념이다. 그런 만큼 누구나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고 편집하고 전송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정보 이용에 있어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 마련에 더욱 신경을 써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와 녹음된 도서가 갖춰져 있다. 이곳 프로그램은 미술, 영상 및 미디어에 관한 전시회나 영화 상영, 워크숍,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언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과 제휴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도서관이나 다양한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사업 개발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 건물은 부지면적 3948.72㎡이고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물 연면적은 2만1682.15㎡가 된다. 2000년 준공했으니 공사기간은 약 32개월로 3년이 채 안 된다. 공사비는 약 130억엔이 소요됐다고 한다.
건물은 1층 내부 광장을 통해 도서관과 갤러리, 최상층 문화시설로도 연결된다. 각 층별 시설 구성을 살펴보면 지하 1층엔 활판인쇄 연구소, 유료주차장 등이 있다.
지상 1층은 공개공지와 광장, 안내카운터 등 열린 공간으로 미디어테크의 관문인데 전면 거리와의 일체감을 연출한다.
2층은 아동도서관과 안내시설로 시각·청각장애인의 상담 카운터와 도서관이 있으며, 시민도서관의 아동서적 코너가 배치돼 있다.
3, 4층은 공공도서관으로 구성되며 센다이시에 있는 7개 도서관 중 하나로 중앙도서관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5, 6층은 고정 및 오픈 플랜 전시실이 있으며 최상층인 7층은 영상도서관, 강당, 편집실 등으로 구성돼 정보의 편집과 제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각 층 실내디자인 각기 다른 건축가 작품
이 건물의 첫 번째 특징은 건물의 구조시스템이다. 건물 전체는 13개의 튜브 형태 강관 트러스 구조로 된 철골 독립 샤프트와 하니컴 강판 형태의 샌드위치 구조 슬라브인 철골 플랫 슬래브로 각 층마다 다른 평면을 이루고 있다. 각 층에 소장된 매체의 형태별로 7개 층을 모두 다르게 설계해 서로 다른 매체와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부구조는 지하 1층에 지진에너지 흡수장치를 갖추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건물의 공조시스템. 더블스킨(Double Skin)으로 된 유리면과 상부 개폐장치를 설치해 공조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공조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여름에는 개폐장치를 개방해 안쪽에 상승기류를 일으켜 유리면을 냉각하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이중외피의 상부 개폐장치를 닫아 단열성이 높은 공기층을 만든다.
세 번째 특징은 수직 튜브를 통해 전달되는 자연광과 설비 배관 및 수직 동선. 이것은 옥상의 채광 장치가 햇빛을 반사해 튜브를 통해 건축 내부에 도입한다. 네트워크 및 공기 조절 설비 배관, 배선, 엘리베이터, 계단 등의 수직 동선도 파이프 구조로 형성했다. 기둥을 포함하는 건물의 코어는 중요한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소외된 공간이나 채광이 확보되지 않는 공간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디어테크는 건축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구조적 역할을 하는 이 부분을 각종 설비의 이동통로이자 건축적으로 수직이동 역할을 하며 동시에 채광이 확보된 특별한 공간으로 형성했다. 이러한 건물의 특징을 통해 자연적 요소와 인공적 요소가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이 건축물은 투명성을 강조한 외부 형태가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외피는 내외부의 연결을 강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매체의 정보를 저장하고 운영하고 또한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미래 디지털 시대의 도서관 공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문화와 예술의 거점이자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를 이용해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하는 공간이다.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문화와 예술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및 예술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층의 실내 공간 디자인은 여러 건축가들에 의해 각기 독특하게 디자인됐다. 이 건물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형태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져 편리하고 쾌적한 장소로 많은 이들이 예술과 미디어를 탐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현대 건축의 대표적 첨단 건축소재인 유리와 철을 통해 혁신적이고 독특한 구조와 개방성을 강조한 품격 있는 외피를 세련되게 구현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경량의 투명한 건축물로 매우 경쾌하게 보이지만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장시간의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일부 천장 마감을 제외한 구조와 외장 마감 모두 잘 보존되어 더욱 유명해진 건물이다.
현대 건축의 아이콘! 이토 토요
이토 토요는 건축물을 설계함에 있어 형태의 규칙성이나 공통적인 건축 어휘를 갖지 않는다. 그는 건축의 개념을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으며 현재 처해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그의 건축을 전개하고 있다. 건축물이 들어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먼저 고민하고 용도에 따른 특성과 부지의 가능성을 찾아내 그것이 표출되는 건축물을 설계해 왔다.
그는 자신을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건축가”라고 설명할 정도로 프랑스 거장이자 세계적인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토 토요는 1941년 경성에서 태어났고 1965년 동경대학 공학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도쿄 우에노 공원 리노베이션 계획’이 최고 졸업작품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71년 도쿄에서 자신의 ‘어번 로봇(Urban Robot)’ 스튜디오를 개설했고 1979년 자신의 이름을 딴 토요 이토 건축사무실로 이름을 변경했다. 1984년 제3회 일본건축가협회 신인상을, 1986년 ‘Silver Hut’으로 일본건축학교상 수상했고 요코하마의 ‘Tower of Wind’로 이름을 날렸다.
1990년 삿포로의 게스트하우스 토고 무라노상을 수상했고 1992년 야츠시로 시립박물관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1993년 나가오카 시립문화예술관 현상설계에서 1등에 당선되는가 하면 2002년 센다이 미디어테크로 세계건축상 동아시아 최고 건물상을, 2003년 센다이 미디어테크로 일본건축협회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그는 다카마츠 노미야 전하기념 세계문화상, RIBA골드메달, 일본건축학회상 작품상 2회, 굿디자인상 대상, 프리츠커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최근에는 동경대학 교수,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의 부 책임자, AIA의 명예회원, 북 런던대학 명예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다.
TOD’S 오모테산도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로 연면적 2548㎡, 동경 오모테산도에 있는 상업업무시설이다. 이탈리아의 구두, 가방 브랜드인 TOD’S의 매장이다. 외벽에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구조와 외피를 일체화시키면서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하는 독창적 디자인이 돋보인다. 하나의 커다란 나무가 외관인 형상의 건물은 수목의 생장을 표현한 상징적인 형태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가로수 느티나무 가지의 실루엣 모습을 건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두께 30cm의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외관을 형성했다. 콘크리트 외벽 사이의 유리는 재료의 대비로 인해 더욱 강한 인상을 준다. 또한 가로수 모양이 변형되어 콘크리트로 바뀌어 가는 듯한 형상이다. 실내공간도 나무의 줄기나 가지를 확대한 듯한 입체감이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옥상에는 유리로 된 미팅룸이 있어 활용도가 높다. 전면이 유리로 된 경쾌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콘크리트로 중후한 느낌을 불어넣었다. 커다란 창을 통해 자연채광을 하도록 했고 내부공간은 천연 인테리어 소재인 목재, 가죽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무형상의 구조는 올라가면서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각 층별로 색다른 공간을 연출한다.
후쿠오카 ‘아일랜드 시티’ 중앙공원
‘아일랜드 시티’는 하카타 만 동쪽에 있는 대략 400헥타르의 인공섬이다. 이 건물은 후쿠오카 시립 식물원으로 단층 건물이며 연면적은 약 5000㎡이다. 평면적인 인공섬에 새로운 특성을 만들기 위해 계획했다. ‘웃음 GRIN’라는 이 공원의 핵심 시설은 이 섬의 첫 번째 건물이다. 대지와 건축물이 하나가 되어 지면에서 다시 지붕으로 걸어 다닐 수 있고 구조물 지붕은 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내부로 빛이 들어온다. 벽은 녹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을 닮은 건축, 자연을 담은 건축으로 인공섬 위에 만들어진 식물원으로서 종이를 꼬아서 만들어진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각각의 매스 안에 식물들이 들어 있는 형태로 평면상 동선이 연결되며 3개의 매스가 상호 연결되어 소통할 수 있게 돼 있다.
건물 위 외부 산책로는 다시 내부 공간으로 연결되며 다시 외부로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전체는 세 개의 매스로 구성되며 각각의 공간은 내부와 외부 사이에 연속적으로 나선형 형태를 통해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옥상은 잔디를 식재했는데 전체 섬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전망을 제공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타마 예술대학 도서관
도쿄 교외에 있는 예술대학을 위한 도서관으로 2007년에 완공됐다. 2층 건물로 외부는 대형 아치 형태로 유리벽으로 구성해 열린 공간을 만들어 캠퍼스 주변 자연환경을 내부로 확장되게 계획했다. 계획 개념은 전체 교직원에게 오픈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지상에 넓은 오픈 갤러리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과 캠퍼스를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통로 역할을 한다. 1층은 각종 행사, 전시회를 위한 다목적 갤러리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대형화면을 갖춘 극장공간이 있다. 1층 후면에서 학생들은 최신 잡지를 읽고 영상자료도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적인 전문능력을 중시하는 대학에 걸맞게 도서관도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자칫 차가워 보이는 콘크리트를 노출시켜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처리해 감수성이 풍부한 미술학도들에게 무한한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적합한 공간으로 계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