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손님이 다 빠져나간 아주 늦은 시간에 세모자(母子)가 우동집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레 우동 1인분만 시킨다. 이들의 형편을 짐작한 우동집 주인 내외는 친절하게 맞으며 우동을 넉넉하게 담아 제공한다. 그리고 훗날 세모자는 우동집을 다시 찾아, 그때 주인 내외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용기가 됐다고 감사해하며 우동 3인분을 주문한다.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그릇>에 나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지난 1월 11일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신한은행 연수원에는 이러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낭독형식으로 울려 퍼지면서 ‘2013년 신한경영포럼’이 시작됐다.
신한경영포럼은 한동우 회장을 비롯해 은행, 카드, 금투, 생명 등 신한 모든 그룹사의 CEO와 임, 부서장 600여명이 참석하는 그룹 전략회의다.
이 자리에서 신한금융그룹은 2013년도 전략 목표를 ‘2013 신한 재창조’로 설정하고, 부제를 ‘GREAT 신한을 위한 준비’라고 발표했다.
최근 금융을 둘러싼 국내외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에 신한을 이끌어왔던 성공방식을 Zero Base에서 재검검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과 경영시스템을 모색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신한금융그룹은 새로운 성장방식 구축, 자원의 효율적 활용, 리스크 관리 강화, 따뜻한 금융의 본격 실천이라는 4가지 방안을 수립했다.
특히 올해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임을 강조하고자 전례 없이 한동우 회장이 직접 그룹의 전략을 발표했다. 한 회장은 “어렵고 불확실한 경제여건 속에서 금융의 따뜻함을 통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또한 그는 “변화된 환경에서 불확실성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함으로써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며 “2013년은 ‘GREAT’ 신한을 위해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아문센처럼 철저하게 잠재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해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경영포럼은 견고한 조직문화만이 위기상황에서 조직의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듣기만 하는 강연 위주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 포럼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현악 연주와 함께 시 낭송가인 공혜경 씨가 <우동 한그릇> 전편을 낭독하는 시간외에도 그룹 내 신한가치 실천우수자들의 우수사례 발표, 열린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특히 이날 저녁식사는 한 회장을 비롯한 6명의 CEO가 임, 부서장을 위해 직접 모듬전을 부치고, 어묵탕을 배식하는 등 경영진과 임직원 간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이색 이벤트도 열렸다.
2013년 신한금융 4대 과제 요약 1. 새로운 성장방식 구축
환경의 변화로 유효성이 약화된 기존의 성장방식과 차별화 요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지속 모색해 나갈 예정. 지난해 출범한 WM 및 CIB 사업모델을 본격화하는 한편, 고객 R&D를 강화하고 그룹사 간 차별화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함.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시장이나 은퇴 시장, 스마트 금융 등 새로운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2. 자원의 효율적 활용
최근의 수익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흐름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임. 따라서 단순히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의 비용절감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 변화된 환경을 감안해 지금까지 자원 배분 방식의 적정성을 되돌아보고 채널 전략과 조직 구조의 정비, 마케팅 방식 혁신, 인력 운용의 전문화 등 개선안을 찾고자 함.
3. 리스크 관리 강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잠재적 위기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 현재 자산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분석해 리스크가 커진 영역은 성장을 제한하고,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자산으로 이를 대체하는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꾸준하게 추진하고자 함. 또한 가계대출이나 거액 기업여신 등 위기 발생 시 큰 충격이 예상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과 심사를 강화하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도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재무적 안전장치를 충분히 확보하겠음. 고객정보 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등 규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 후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
4. 따뜻한 금융의 본격 실천
지난해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미션으로 정립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따뜻한 금융을 경영관리 시스템에 반영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 시너지 전략이나 현장에서의 영업 방식, 평가체계 등 모든 면에서 ‘고객 중심’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자 함.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점점 약화되는 상황에서는 따뜻한 금융을 통해 구축한 고객과의 깊은 신뢰관계가 강력한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