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소국 크로코지아의 평범남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수개월 동안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러던 그가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곤 자신의 모습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공항면세점의 휴고 보스(HUGO BOSS) 매장에 들어선다. 영화 <터미널>의 로맨스는 바로 이 장면부터 시작된다.
휴고 보스 매장 앞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곤 슬쩍 미소 짓는 남자가 비단 영화 <터미널>의 나보스키 뿐일까. 성공한 남성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휴고 보스는 독일의 글로벌 패션브랜드다. 지난해 15%의 순매출 성장을 기록한 휴고 보스는 최근 2015년 매출목표를 25억유로에서 30억유로로 상향조정했다. 아시아와 전자상거래 매출증가가 상향조정의 이유다.
불황의 시대에 불황을 모르는 명품 중 단연 돋보이는 신장세다. 그만큼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지지가 든든하다. 이러한 기세에 클라우스 디트리히 라르스(Claus Dietrich Lahrs) CEO는 지난해 말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은 더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휴고 보스는 사상 최고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포효하기도 했다. 과연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재단사가 설립한 명품 브랜드
‘휴고 보스’란 브랜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난 재단사 휴고 보스(Hugo Boss)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재단사이자 설립자인 휴고 보스는 1923년에 독일 남쪽 슈바빙 산맥 자락의 메찡헨에 회사를 설립하고 인지도를 높여갔다. 현재 휴고 보스는 크게 ‘BOSS’와 ‘HUGO’ 두 가지 브랜드 라벨로 나뉜다. 남성복과 여성복, 스포츠 라인까지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국내에는 BOSS의 전 라인인 ‘보스 블랙(BOSS Black)’ ‘보스 오렌지(BOSS Orange)’ ‘보스 그린(BOSS Green)’ ‘보스 셀렉션(BOSS Selection) 이 론칭됐다.
1931년 나치당에 가입하며 전환기를 맞은 휴고 보스는 나치에 제복과 군복, 작업복 등을 납품하며 10년 사이 매출이 껑충 증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쟁 포로와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들을 이용해 의복을 생산한다. 전쟁이 끝난 후 휴고 보스는 나치당에 협력한 혐의로 투표권과 사업운영권을 박탈당했으며, 10만마르크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후 1967년 회사를 물려받은 홀리 형제가 1970년대 초부터 남성복에만 집중한 결과, 기성복 시장에서 다시 명성을 얻게 됐다. 고급 원단을 이용해 품질을 인정받았고, 품위 있는 디자인으로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개성적인 패션’이란 콘셉트가 호평을 받았다. 남성복에 ‘패션’이란 개념을 부여한 최초의 시도로 휴고 보스는 당시 독일에서만 400만마르크의 매출을 올렸다.
1972년에는 포뮬러원 자동차 경주대회를 후원하며 주목받기 시작한다. 현재 휴고 보스는 포뮬러원을 비롯해 테니스와 골프대회 등을 후원하고 있다. 미술분야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관리하는 ‘휴고보스 상’을 후원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수여되는 이 상은 선정위원회에 의해 세계 예술가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가 진행된다.
1980년대에 셔츠, 넥타이, 재킷 등을 생산하기 시작한 휴고 보스는 중반 무렵 향수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안경, 시계 등으로 제품 영역을 확대하며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성장한다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행적과 사과
지난해 휴고 보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군복을 만들며 징용 근로자를 고용하고 학대한 점에 대해 첫 공식 사과했다. 히틀러 나치 독일 시절 휴고 보스의 역사를 다룬 ‘휴고 보스, 바이마르 공화국과 제3제국 시절(1924~1945)의 의류기업사’ 발간과 관련해 “나치의 국가사회주의 시절 휴고 보스의 공장에서 고통 받은 이들에게 깊은 사과를 표시하고 싶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 이 책은 당시 폴란드인 140명과 프랑스인 전쟁 포로 40명을 강제 고용한 휴고 보스가 충성스런 나치였다고 결론짓고 있다.
책을 살펴보면 재단사 휴고 보스가 설립한 회사는 독일 경제가 기울며 파산했지만 1931년 나치당에 가입하며 전환기를 맞는다. 나치당에 대규모로 갈색셔츠를 납품하는가 하면, 1938년부터 군복과 작업복을 만들며 부를 얻게 된다. 역사상 가장 멋진 제복 중 하나라는 평을 얻으며 명성까지 거머쥔 휴고 보스는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1940년 전쟁 포로와 징용 노동자를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업권이 박탈당하며 다시금 쇠락했지만 1953년 남성 정장을 선보이며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명성은 높아져 갔지만 이후 징용 노동자 유족의 소송과 전쟁 당시 행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스 블랙(BOSS Black)
Superior·Premium·Contemporary
세련된 유러피언 감성 위에 절제된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한 모던 라이프 스타일 패션브랜드. 완벽한 테일러링과 정교한 피팅감, 최상의 소재가 특징이다.
보스 오렌지(BOSS Orange)
Urban·Lighthearted·Confident
개성 있는 젊은 감성들을 겨냥한 컨템포러리 패션 라인. 2010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알렌(Eyan Allen)을 영입하며 브랜드 심볼을 재해석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콘셉스토어의 리뉴얼과 시즌별 광고스토리 전개로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SNS를 통해 다양한 패션 피플과 소통하고 있다.
보스 그린(BOSS Green)
Sporty·Relaxed·Vigorous
유러피안 감각이 더해진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실용성과 기능성이 강화된 디자인과 소재의 선택이 특징적이며 임팩트한 컬러의 조화가 식상한 골프 룩을 탈피, 젊고 세련된 개성을 대변하고 있다.
보스 셀렉션(BOSS Selection)
Luxurious·Modern·Elegant
휴고 보스가 제안하는 최상의 럭셔리 라벨 브랜드. Super-fine 150수, 이태리 최고의 실크 등 최고의 원단이 사용돼 고품격 터치를 느낄 수 있다.
2012 S/S Collection ‘THE GREAT ESCAPE’
보스 블랙의 이번 시즌 콘셉트는 ‘THE GREAT ESCAPE’. 비즈니스와 캐주얼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던 클래식 룩을 제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활동적인 실루엣의 슬림핏 라인을 제공한다. 린넨 소재의 수트와 버진 울 원단으로 디자인된 투 버튼 재킷이 명확한 특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키포인트는 쓰리 버튼과 싱글 브레스티드의 카키 브라운 컬러 수트. 문 라이트 블루의 슬림컷 셔츠, 위크 엔더 백과 더스티 레드의 포인트 벨트를 함께 매치해 보스 블랙의 이상적인 룩을 완성했다.
캐주얼 스포츠 웨어는 쿨 코튼 치노 팬츠, 가볍고 스타일리시한 니트 웨어, 유행을 타지 않는 편안한 데님 아이템 등을 활용해 자유분방한 감성을 자극했다. 이 스타일에서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인 가죽 재킷은 부드러운 나파(새끼 양) 가죽에 어깨 부분의 퀼트와 팔꿈치 부분의 아플리케가 더해져 한층 트렌디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 시즌의 컬러는 그레이와 베이지, 다크 블루와 독특한 느낌의 블랙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여기에 문 라이트 블루와 더스트 레드가 화룡점정. 전체적으로 통일된 컬러 조합과 적절한 포인트 컬러를 믹스하는 스타일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