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51주년을 맞은 농협중앙회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 2일 하부조직을 농산물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경제지주와 금융사업을 맡는 금융지주로 분리했다. 농협중앙회는 1961년, 당시 농업은행과 농협이 통합되면서 설립됐다.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을 막 지나친 농협중앙회는 다시 신용과 공제 사업을 각각 독립된 법인으로 나눠 제2의 삶을 위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농협측은 경제부문에서는 기존의 판매농협의 토대를 굳건히 구축하고, 금융부문에서는 경쟁력 있는 국제 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등장은 업계 지도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은행과 증권, 보험 캐피탈 등 7개 자회사의 자산규모가 240조원에 달하는 농협금융지주는 단숨에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규모를 갖추게 됐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를 맞이한 금융업계는 농협금융지주의 향후 행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신경분리를 단행한 이후 바짝 몸을 낮춰왔다. 출범 이후 외부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내부적으로 향후 지주사의 비전과 전략 수립에 심혈을 기울였다. 출범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인 4월 3일에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리된 농협금융지주의 비전과 발전전략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농협금융지주의 비전 및 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외국 자본 견제하고 공공적 역할 수행
“농협금융은 5대 금융그룹 중에서 외국계 자본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유일한 금융그룹이다. 농협금융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는 대한민국 대표 금융그룹의 역할을 할 것이다.”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인사말에서 농협금융지주가 순수 국내자본으로 설립된 유일한 민간 금융그룹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한국금융시장 잠식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대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20.9%)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하나금융지주 63.4%, KB금융지주 62.6%, 신한금융지주 61.0%). 농협측은 이렇듯 외국 자본이 막강해진 국내 금융산업에 공공적 성격의 금융그룹으로서 정책 실효성 확보 등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인사말에서 농협금융지주가 순수 국내자본으로 설립된 유일한 민간 금융그룹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한국금융시장 잠식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대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20.9%)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하나금융지주 63.4%, KB금융지주 62.6%, 신한금융지주 61.0%). 농협측은 이렇듯 외국 자본이 막강해진 국내 금융산업에 공공적 성격의 금융그룹으로서 정책 실효성 확보 등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은 “이윤을 작게 내더라도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인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을 주식회사 형태와 적절하게 접목해서 농업인, 서민,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 공공적 금융회사로서 국민경제적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밝히며 실적에 매달려 이전까지 수행해 온 공적인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농협의 자본금은 농업인의 출자금으로 이뤄져 있어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에서 창출된 대부분의 이익은 배당금과 명칭사용료의 형태로 중앙회로 환원돼 전액 농업인을 위한 실익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외의 금액도 농업·농촌에 직접금융지원을 하거나 경제사업에 자금공급용도로 사용된다.
양적경쟁보다 안정화에 총력
신충식 회장.
농협금융지주는 당분간 저축은행 인수 및 보험사 인수·합병 등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를 지양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조직 안정에 집중해 당분간 M&A 등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M&A를 검토하겠지만 저축은행 인수는 지역 농·축협이 전국 읍·면 단위에 1167개나 있어 상호금융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수신업무가 중복되는 문제가 있어 향후에도 검토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식 상장 역시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날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타 은행과의 경쟁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목적과 다른 지향점을 갖고 태어났다. 외형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누가 고객과 지역경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하는 한편 “자산 규모라는 게 BIS 비율이 있어서 금리를 마음대로 못 늘린다. 타 은행들은 60% 이상 외국자본인데 우리는 100% 민족자본인 만큼 자본 조달에 그만큼 제약을 받는다. 저쪽(타 금융지주)은 이제 상장이 돼 외국계 자본을 얼마든지 끌어들여 오는데 우리는 순수 국내 자본으로만 경쟁한다. 외형은 의미가 없고 국가 서민 경제 발전에 누가 더 기여하느냐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밝히며 타 금융지주와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신 회장은 4대 금융그룹지주 회장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4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많이 배우도록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양적경쟁은 지양하는 대신 특화된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신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된 핵심 사업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공공기관금융과 농업금융 부문은 수십 년간 시장 1위를 지켜 온 비결을 바탕으로 시장 내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예정이며 국내 4위 규모의 생명보험사, 대형유통업을 영위하는 농협경제,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진 지역 농·축협과의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손익목표액을 지난해보다 30% 늘린 1조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미지 제고·사업영역 늘려갈 것
농협금융지주측은 장기 비전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정하는 한편 조합과의 상생을 통해 상호 발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신 회장은 “주주이자 동반자인 지역 농·축협과 협력 및 상생을 추구할 것”이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축협은 지역 소매금융에 집중하는 한편 금융그룹은 수도권 및 대도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및 글로벌 진출에 집중해 경합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전략이다. 신 회장은 농촌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도권에는 10여 개 점포를 새로 여는 등 대도시 및 수도권 지역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은 젊은 층 고객 유입에도 힘쓸 예정이다. 신 회장은 “농협이 노령, 고령, 지방, 이런 이미지가 강해서 (스마트 뱅킹이나) 그런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며 “올 한 해 새로운 이미지를 확보하고 젊은 층 고객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농협금융지주측은 국내 시장의 안정화 이후 해외시장 진출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농협의 해외사업 부문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며 “이번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미국 뉴욕사무소를 지점으로 개설하고 향후 장기적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글로벌 금융그룹 야심
마지막으로 농협금융지주측은 단기 안정화를 이룬 후 본격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3단계 장기전략을 통해 이를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1단계는 2012년 말까지 미래를 위한 경쟁력 마련을 위해 전사 사업가치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는 한편 경쟁사 수준의 생산성과 수익성 및 사업 역량 확보를 통해 미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는 2015년까지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리더십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 선도은행으로 도약하는 한편 계열사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금융지주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 3단계는 2020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표 은행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아시아 선도 금융그룹 브랜드를 구축하는 한편 해외 M&A 추진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통해 농협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3조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