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외 정치 격변기를 맞아 대기업들은 2012년에 단단히 대비하기 위해 지난 연말부터 어느 해보다 ‘준비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전문가를 과감히 발탁하고 여성과 젊은 인력을 중용해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뚫겠다는 의도를 이번 재계 인사에서 감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11월부터 계속된 삼성, 현대차, LG, SK,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재계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를 보면 재계 인사 트렌드의 새로운 윤곽이 잡힌다. 지금까지 나온 재계 임원 인사는 ‘파워(POWER)’로 요약된다. 성과(P, performance)와 오너십 강화(O, ownership) 여성 발탁(W, woman) 엔지니어 중용(E, engineer) 조직 재편(R, rebuilding)이 이번 인사의 트렌드란 해석이다. 주요 그룹들이 인재의 파워를 앞세워 글로벌 위기와 불확실성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부상한 인물들을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삼성,재무팀 출신 김석 사장 증권 맡아
삼성증권 김석 사장
지난해 12월7일 삼성 사장단 정기인사의 맨 위 칸은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이 장식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유례를 찾기 힘든 반도체 불황기에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중흥을 이끈 주역이다.
권 부회장의 승진은 ‘거대공룡’ 삼성전자가 원톱에서 투톱 체제로 본격 전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제까지 최지성 부회장 단독으로 세트(완제품)와 부품사업을 챙겨왔지만 권 부회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하게 되면서 매출 16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재돌입했다.
삼성전자 DS 총괄 권오현 부회장 / 삼성전자 심수옥 부사장
1952년생인 권 부회장은 대광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KAIST 전기전자공학 석사,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공계 출신이다. 1988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반도체 부문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2년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는데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당시 64M D램 개발팀을 이끈 이가 권 부회장이다. 권 부회장은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불모지로 꼽히던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부문으로 이동했고 상무에서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연달아 승진할 때까지 시스템LSI사업부를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때 승부사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2년 당시 시스템LSI 개발실장(부사장)이었던 권 부회장은 여러 품목을 백화점식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제일 자신 있는 품목 5개를 집중 개발해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선별적 육성 전략은 몇 년 후 빛을 발해 1등 고지를 속속 점령했다. 스마트카드IC는 2006년부터 1위를 달성해 60%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스마트폰용 모바일AP는 2009년부터 1위에 올랐다.
1950년생으로 대구상고와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도 삼성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물산에서 삼성맨의 첫발을 내디딘 그는 삼성전관(현 삼성SDI)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재직한 7년은 정 부회장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시기다. 그는 이 기간에 침체기에 빠져 있던 삼성엔지니어링을 알토란 같은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삼성엔지니어링을 떠나기 전인 2009년 회사 매출은 4조원이 넘었다. 무려 회사를 4배가량 키운 셈이다. 회사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 활동 무대를 넓힌 게 주효했다. 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맡은 뒤에도 단순 시공 위주의 국내 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매진했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추진력과 위기돌파 능력은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인정할 정도다.
1954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석 삼성증권 사장도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부상한 인물.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출신인 김 사장은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재무팀에서 기반을 다진 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에서 다양한 금융 경력을 쌓았다. 또한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은 지 2년 만에 국내 1위로 회사를 이끄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발탁됐다. 삼성특검 여파로 물러났던 김인주 씨가 삼성선물 사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작년 12월13일 발표된 삼성의 정기 임원인사도 재계의 눈길을 확 끌었다.
임원 승진 폭이 전년보다 적을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사상 최대 규모인 501명을 승진시켰기 때문. 특히 2010년(79명)에 이어 77명의 발탁 인사를 내면서 삼성 차세대 리더들의 진용이 한층 새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48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2009년 32명, 2010년 30명과 비교하면 50%나 늘어난 규모다. 삼성 고위 인사는 “전무·부사장 승진자 수가 역대 최고인 175명”이라며 “향후 삼성 경영을 이끌어갈 CEO 후보군을 두껍게 하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부사장급 승진자 중에는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이 단연 시선을 모았다. 심 부사장은 삼성 오너가를 제외하면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에 이어 여성 전문경영인으로는 두 번째로 부사장이 됐다. 삼성전자에선 첫 여성 부사장이다.
심 부사장은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와 관련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P&G를 거쳐 2006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오퍼레이션(GMO)의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심 부사장 승진에는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재 중용론’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8월 이건희 회장은 사내 여성 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여성도 사장까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심 전무는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7명의 여성 임원 중 1명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의 부사장 승진도 눈길을 끌었다.
1968년생으로 이재용 사장과 나이가 같은 임 부사장은 삼성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지난 연말 인사에서 승진했다.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5년 삼성전기로 이동해 기획팀과 전략솔루션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울고와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사장과 결혼해 일약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현대차, 아반떼 돌풍 주역 김용칠 부사장 특진
현대차 백효흠 사장
현대차에선 ‘영업ʼ의 전설로 유명한 백효흠 사장이 가장 이목을 끈다. 백 사장은 현대차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위 임원까지 승진한 영업 전문가다. 현대차 영업지원실장과 상용사업부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08년 베이징현대 판매본부장(전무)으로 승진하며 현대차의 중국 판매를 총지휘해 왔다. 판매본부장을 맡으며 쏘나타와 베르나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돌풍을 일으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그는 지난해 말 임원인사 때 베이징현대의 총경리로 영전한데 이어 올해 1월12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현대차의 중국 생산과 판매를 총괄하게 된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특히 올해 여름엔 베이징 3공장 완공을 계기로 현대차가 중국내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며 “백 사장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1951년생에 경남 출신인 백 사장은 배정고와 경상대,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용칠 현대차 부사장도 주목되는 인사다. 김 부사장에게 2012년은 매우 뜻 깊은 한 해로 남게 됐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2012 북미 올해의 차’로 현대차 아반떼가 선정되면서 현대차그룹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는데, 아반떼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 다름 아닌 김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인사 때 부사장 겸 차량개발 1센터장으로 승진해 현대·기아차의 소형차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 그가 손을 댄 모델들은 전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반떼 외에도 베르나가 쏠라리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에서 국민차 반열에 올랐고 중국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나타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연비 경쟁력과 성능이 뛰어난 소형차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에 첫선을 보이는 신형 i30과 올해 여름 선보일 벨로스터 터보 등을 통해 현대차 소형차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입증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포항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김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샤시설계실장과 설계 3실장, 차량개발 4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기아차에선 이번에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장을 맡게 된 신명기 부사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신 부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그룹 내 최고의 자동차 품질 전문가다. 품질본부 출범 때부터 합류해 품질사업부장과 기아차 품질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1년부터는 현대와 기아차의 품질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초기 품질 외에도 내구 품질에서 일반 브랜드 부문 3위에 오르며 현대·기아차의 품질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며 “이 같은 공헌도가 그룹 내부에서 크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칠 부사장처럼 신 부사장에게도 2012년은 매우 의미 있는 한 해로 남게 됐다.
12일 미국 최대 시장조사 업체인 JD파워가 발표한 자동차 재구매율 부문에서 현대차가 사상 처음 1위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BMW와 함께 4위에 랭크됐다. 자동차 재구매율 1위는 미국 소비자들이 그만큼 현대차를 가장 다시 사고 싶은 브랜드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도 현대·기아차는 잔존가치 부문에서 브랜드별 평가 3위에 오르는 등 큰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올해도 신 부사장은 모든 차량의 양산 품질을 철저하게 확보해 현대·기아차 품질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동아고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신 부사장은 현대차 품질경영실장과 품질사업부장, 기아차 품질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LG, 전지사업 권영수 사장에 일임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 LG전자 권희원 사장 /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사장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걸쳐 단행된 LG그룹 임원 인사는 인화를 중시하면서도 성과를 철저히 반영하겠다는 인사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작년 LG 임원 인사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인물 중 하나는 권영수 전 LG디스플레이 사장의 LG화학 이동이었다. LG그룹 사장단 인사를 며칠 앞두고 권영수 LG디스플레이 당시 사장은 구본무 LG 회장에게서 긴급 호출을 받았다.
구 회장은 본인의 집무실에서 “권 사장, 이번에 LG화학으로 옮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2차전지 사업을 챙겨줘야겠네요. 전지사업도 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주소”라는 주문을 권 사장에게 전달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 ‘싸움닭’ 정신으로 LG화학의 미래 핵심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세계 1위 업체로 키워달라는 오너 회장의 간곡한 부탁이기도 했다.
1957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권 사장은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를 1년 만에 정상궤도로 올려놓고 글로벌 1위 업체의 발판을 마련할 만큼 놀라운 추진력을 발휘했다.
LG디스플레이는 권 사장의 후임으로 한상범 부사장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1955년생으로 용산고와 연세대 요업공학과를 나온 한 부사장은 정보기술(IT)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전자부품 전문가로 꼽힌다. 대표이사가 되기 전에는 LG디스플레이의 FPR태스크리더를 맡아 FPR 3D TV의 성공을 측면 지원해왔다.
작년 11월 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2005년 취임한 후 두 자릿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면서 회사 외형과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키웠다. 취임 기간 중 LG생활건강의 주가는 15배가 뛰었고 영업이익은 5배 늘었다.
1953년생으로 경기고와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과,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사(MBA) 출신이다. 차 부회장은 1985년 미국 P&G에 입사한 뒤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LG생활건강으로 이동했다. 늘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이면서 음료사업부를 만들었고 2010년에는 더페이스샵을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등 3개 사업부를 갖추고 있다.
LG전자는 2010년 10월부터 TV사업을 담당하게 된 권희원 HE사업본부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켜 시네마 3D TV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공을 인정했다.
1955년생으로 경성고와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의 시네마 3D 스마트TV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중국 등을 중심으로 FPR 3D TV의 저변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LG전자 내에는 임원 정기인사가 나기 전부터 권 본부장의 사장 승진이 확실시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43명의 승진자를 내서 전년(39명)보다 숫자가 늘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 사위 문성욱 부사장 해외사업 총괄
신세계 이마트 해외총괄 문성욱 부사장
LS그룹 인사에서는 사촌경영을 돈독히 하면서도 오너십 강화가 눈길을 끈다. LS그룹 공동 창업주인 고 구두회 예스코(옛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LS전선 대표이사를 맡았다.
LS전선은 LS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데 구 신임 사장은 기존 LS전선 대표이사인 구자열 회장과 손종호 사장 등과 함께 3인 체제로 각자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구자은 사장은 미국 시카고대 MBA과정을 수료한 뒤 GS칼텍스와 LG전자 등에서 근무했다. 이어 2004년부터 LS전선으로 옮겨 중국지역담당, 사출시스템사업부장, 통신사업부장 등을 거친 후 2010년부터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수업을 했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외아들인 구본혁 LS 사업전략팀장(부장)은 LS니꼬동제련 이사로 발탁되어 LS오너 일가의 3세 중 처음 임원에 올랐다. 미국 UCLA에서 MBA를 마친 구 신임 이사는 LS니꼬동제련 중국사업부에서 자원재활용사업의 중국 진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GS그룹은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49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면서 오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전문회사인 GS에너지를 신설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허진수 신임 GS칼텍스 부회장은 현재 정유영업본부를 비롯해 대외업무, 구매 등의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GS칼텍스에서 국제금융, 소매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2005년 생산본부장을 역임한 후 2009년부터 석유화학사업본부와 경영지원본부를 총괄해 왔다.
허 상무보는 한영외고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이후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주유소에서 석 달간 주유원 생활을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룹 총수 아들이 평사원으로 들어간 것도 이례적인 데다 주유원으로 현장을 경험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그는 GS칼텍스에서 영업전략팀, 강남지사, 경영분석팀 등을 거친 뒤 2005년 1월 GS건설로 옮겨 경영관리팀, 재경팀, 플랜트영업기획팀, 재무팀 등을 거쳤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 이마트 부사장을 이번 인사에서 새로 생긴 해외사업총괄로 임명했다.
이를 통해 해외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전략과 추진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 문 부사장은 1972년생으로,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 분리를 앞두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팀장과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 팀장이 나란히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홀가분해진데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분리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오너십 경영을 강화하고 석유화학사업 현안에 집중하려는 박찬구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현대중공업도 전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젊은 인사들로 임원진을 꾸렸다. 특히 민계식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이 된 것이 특징이다.
SK그룹은 검찰 수사 여파로 예년보다 열흘 이상 늦어진 1월10일에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동을 최소화했다. 사장단급 인사로는 이문석 SK케미칼 그린케미칼부문 대표가 그린케미칼부문 사장으로, 이종성 SK텔레시스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올랐다.
SK그룹 관계자는 “수행 업무 가치와 기여도를 근거로 승진과 임원 승진 인사를 했다”며 “글로벌 기업처럼 직무가치가 보상과 처우에 직접 연계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