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8년 만에 자산규모 약 47조원대(공정위 2011 기준)로 재계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GS그룹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부장이 지난해 12월7일 상무보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이 본격적인 후계정립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직 60대인 허 회장의 퇴진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GS그룹 만의 신중한 경영스타일을 놓고 볼 때 허 상무로의 후계구도를 일찌감치 시작하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GS그룹의 혼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 혼맥의 총본산이라고 일컬어지는 LG그룹만큼의 방대한 혼맥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특히 대한민국 재계를 이끌어온 LG그룹의 공동 창업자를 배출한 집안인 만큼 정·관·재계는 물론 언론계와 법조계와도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경영DNA 가진 허씨 8형제
GS그룹의 시작은 허창수 회장의 할아버지인 故허만정옹으로부터 시작됐다. 허만정옹은 당시 LG그룹의 모태가 된 락희화학(현 LG화학)을 창업하는 과정에서 故구인회 LG그룹 창업주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3남인 故허준구 명예회장(허창수 회장의 아버지)을 맡겼다. 경영수업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허준구 회장은 당시 락희화학의 영업담당 이사로 LG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허준구 회장은 반도상사(현 LG상사)를 거쳐 1962년 금성사(현 LG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반도상사와 금성전선(현 LS전선) 등의 경영을 책임지며 LG그룹의 명실상부한 창업멤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허준구 회장만 경영에 나섰던 것은 아니다. 허준구 회장의 아버지인 허만정옹은 모두 8형제를 두었는데 이들은 모두 경영인으로서 두각을 보였다. 특히 허만정옹의 장남인 故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은 삼성그룹 초창기 멤버로 활약했다. 이후 삼성물산 그대 대표에 선임됐다.
허정구 회장의 혼맥을 살펴보면 정계와의 연결이 눈에 띈다. 장남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을 통해 박태준 전 국무총리 가문과 연결되며, 장녀인 허영자씨를 통해 김종필 전 총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장남인 허남각 회장은 부인인 구자영 이화여대 교수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맏사위가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의 장남인 정대호씨다. 사돈인 정문원 전 회장은 동생인 정도원 삼표산업 회장을 통해 현대차그룹·故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LS그룹과 연결된다. 정문원 전 회장은 두산그룹 故박용오 전 회장과도 동서지간이다. 허남각회장의 아들인 허준홍씨는 GS칼텍스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허정구 회장의 장녀인 허영자씨는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과 결혼했다. 김희철 회장의 동생인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동서간이 되며,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과도 연결된다. 김희철 회장과 허영자씨는 2남1녀를 두고 있으며 아들들은 모두 벽산그룹에서 경영을 맡고있고 딸은 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석유왕’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허정구 회장의 차남이다. 허동수 회장은 김선집 동양물산 전 회장의 딸인 김자경 여사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허세홍 전무는 부방그룹 이동건 회장의 차녀인 이희정씨와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특히 허 전무는 지난 2005년 1월 ‘이건희 하트섬’으로 유명한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일대의 토지를 사들여 관심을 받기도 했다. 차남인 허자홍씨는 GS칼텍스의 제휴회사인 H-Plus ENG의 대표를, 딸 허지영씨는 이병무 아세아시멘트 회장의 둘째인 이인범씨와 결혼했다.
차녀인 허영숙씨는 소설가 겸 시인으로 한국문학원 원장을 지내고 있는 윤후명씨와 결혼했다.
허정구 회장의 막내인 3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그야말로 막강한 혼맥을 자랑한다. 허광수 회장은 故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딸인 김영자씨와 결혼했는데, 손아랫동서가 바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범현대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6남으로, 현재는 경영에서 물러나 정치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큰처형인 김영애씨는 모건스탠리 부사장을 지냈으며, 작은처형인 김영숙씨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손원일 장군의 장남 손명원 전 쌍용차 사장과 결혼했다. 손 전 사장은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의 장인이기도 하다.
허광수 회장은 김영자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모두 언론가문과 연을 맺었다. 장녀인 허유정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준오씨와 결혼했으며 장남인 허서홍씨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장녀인 정현씨와 부부가 됐다.
코스닥 상장기업 새로닉스를 경영 중인 故허만정 회장의 2남 故허학구 전 LG전선 부사장 일가는 1970년 LG그룹 2세 경영자였던 구자경 회장이 취임하자 물러났다. 이후 정화금속(현 새로닉스)을 창업한 허학구 부사장은 최필선 여사와의 사이에서 1남3녀를 뒀으며 현재 손자인 허제홍 대표가 회사를 맡고있다.
정·관계에 연결된 故허준구 회장 일가
허창수회장(좌)의 2005년 GS칼텍스 여수공장 방문 모습. 오른쪽으로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김기영 연세대교수, 이건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설명을 듣고 있다.
故허만정옹의 3남인 故허준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故구인회 회장의 조카사위다.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故구철회 LIG손해보험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위숙씨와 결혼해서다. 구인회 회장과 허을수 여사에 이어 겹사돈을 구축한 셈이다. 허준구 회장은 슬하에 5명의 아들을 뒀는데 이들이 지금의 GS그룹 최고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다. 사실상 GS그룹의 오너 일가인 셈이다.
장남인 허창수 회장은 GS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경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창수 회장은 미 세인트루이스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해외 근무와 LG상사 LG화학 부사장을 지냈고, 1992년 LG산전 부사장을 맡았다. 1995년 구본무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취임하자 아버지인 허준구 회장이 맡고 있던 LG전선 회장직을 이었고, 2002년 LG건설 회장을 맡고 있던 중 LG그룹과 분가를 단행했다.
허창수 회장은 故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인 이주영씨와 결혼했다. 이철승 전 차관은 OCI그룹과도 사돈관계인데, 이주영씨의 언니가 OCI그룹 이수영 회장의 동생인 이화영 유니스 회장의 부인이다.
OCI그룹은 삼광유리 이복영 회장의 장남 이우성씨가 LS전선 구자열 회장의 장녀 구은하씨와 결혼해 LIG→GS→OCI→LS로 이어지는 겹사돈을 맺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이중 장녀인 허윤영씨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장남 현주씨와 결혼해 법조 집안의 며느리가 됐다. 김영무 변호사는 이에 앞서 2003년 장녀인 김선희씨를 故정주영 회장의 4남인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차남인 정문선 현대BNG스틸 전무에게 시집보냈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씨는 지난해 12월7일자로 상무보로 승진하며 본격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유교적 가풍이 강한 만큼 앞으로 GS그룹의 대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씨와 허진수씨는 재벌가임에도 소박한 가문과 결혼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허정수 회장은 GS네오텍(구 LG기공) 지분 100%를 보유하며 대표(회장)를 맡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99년 LG기공으로 독립했다. 부인인 한영숙씨와의 사이에 허철홍·허두홍 형제를 두고 있다. 허진수 GS칼텍스 사장도 허치홍·허진홍 형제를 두고 있다.
4남과 5남인 허명수 GS건설 사장과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정치권 및 관가와 혼맥을 맺고 있다. 허명수 사장은 노재현 전 국방부 장관의 딸인 노경선씨와 결혼해 슬하에 형제를 두고 있으며, 허태수 사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장녀인 이지원씨와 결혼했다. 허태수 사장은 조지워싱턴 MBA과정을 졸업했으며, 해외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서 일하다 2002년 GS홈쇼핑 전략기획 상무로 자리를 옮기며 GS그룹에 합류했다.
방계그룹 혼맥도 알짜배기
GS그룹 허씨 일가는 창업주인 故허정구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해 아마골프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故허만정옹의 4남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은 오늘날 LG그룹의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합성세제 개발 주역이다. 부산대 졸업 후 해운회사인 ‘조선통운’에 근무하다 락희화학에 합류한 허신구 명예회장은 히트상품인 ‘하이타이’를 개발하며 국내 세제시장을 장악했다.
허신구 명예회장은 부인 윤봉식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뒀으며, 장남인 허경수씨는 코스닥등록기업인 코스모화학을 주력으로 한 코스모그룹을 이끌고 있다.
코스모그룹은 코스모정밀화학, 코스모앤컴퍼니·코스모앤홀딩스·코스모양행·코스모아이넷·코스모레저·드림스포츠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허경수 회장의 동생인 연수씨는 GS리테일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허만정옹의 5남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LG그룹에서 나와 혼자만의 길을 간 케이스다. 허완구 회장은 LG그룹에서 일하다 1969년 ‘대왕육운(현 승산)’이라는 물류회사를 세우며 독립했다.
허완구 회장은 시인 김광균씨의 자제인 김영자씨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인 허용수씨는 GS홀딩스 전무로 일하고 있다. 승산그룹은 물류·레저 전문기업으로 운송업체와 골프장·호텔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연예인 강호동씨 프랜차이즈 사업인 ㈜육칠팔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받았다.
故허만정옹의 6남 허승효, 7남 허승표, 8남 허승조씨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승’자 돌림을 쓴다. 위의 형들이 이름 마지막자로 ‘구’자를 쓰는 것과 달라 눈길을 끈다.
6남 허승효씨는 국내 조명업계의 대표기업인 알토를 경영하고 있다. 알토는 아셈타워·인터컨티넨탈·서울역사·인천공항·GS타워 등의 조명시스템을 설계, 제작한 업체다. 허승효 알토 회장은 부인 최윤혜씨와의 사이에 3형제를 두고 있다.
7남인 허승표씨는 통신장비 제조 및 광고대행사인 피플윅스를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GS그룹의 광고를 주로 대행하고 있다. 허승표 회장은 축구선수로도 유명하다.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로축구 3부리그 선수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축구협회장직을 놓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故허만정씨의 막내인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태광그룹 창업주인 故이임룡 회장의 장녀인 이경훈씨와 결혼했다. 장모인 이선애 태광산업 고문은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누나며,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아들인 양원용 경희대 의대 교수, 한태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등과 동서관계다. 막내처남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의 딸인 신유나씨와 결혼해 롯데가문과도 이어진다.
4세 경영 준비하는 GS
GS의 혼맥은 정치권 유력가문은 물론, 재계와 관가·언론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방대하다. 특히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국내 재계 서열 수위를 다퉈온 LG그룹과 삼성그룹의 창업에 일조한 만큼 혼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GS그룹의 혼맥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4세대들이 미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GS 4세들이 국내 최대의 법조가문인 김앤장은 물론, 언론계(조선일보·중앙일보)와의 통혼이 이뤄지고 있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신중한 선비가문인 GS그룹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