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MBN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의 박해미·이재용, “지금부터 제대로 기세등등 기대하세요”
입력 : 2011.12.29 15:13:33
수정 : 2012.02.10 10:27:07
우리나라에서 쉽게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소재들이 있다. 정치와 재벌, 그리고 군대 이야기다. 특히 군대는 남자라면 누구나 경험하기 때문에 남자들만의 진한 공통분모이자 여자들에게는 완전히 배척되는 관심 밖의 이야기다.
이 같은 ‘군대’를 소재로 가족을 이야기한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MBN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매주 주말 저녁 8시30분)이 과감히 도전했다. 한 부대 안에 중령인 아빠와 대령인 엄마, 소령인 딸이 함께 근무한다는 독특한 설정 아래 9살 어린이부터 6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색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12월14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갈수록 기세등등' 세트장 현장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완벽한 촬영을 위해 연이어 “다시”를 외치며 고군분투 중이었다. 이 가운데 유독 씩씩한 목소리로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부부가 있었으니, ‘신구 조화’의 중심이자 '갈수록 기세등등'의 실질적 기둥인 배우 박해미와 이재용이다. 집안에서는 ‘19금 로맨스’를 펼치는 이들이 군부대만 들어서면 독한 ‘기 싸움’을 벌인다는데… 속사정은 이랬다.
중령 이재용 “아내의 대령진급, 정녕 이게 운명입니까?”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대령 진급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가족 친지들은 물론 동네 어르신들까지 모두 초대했지만 청천벽력도 유분수지, 내가 아닌 아내가 대령으로 승진하고 말았다. 아, 누가 여자는 연약한 존재라고 했던가! 내 아내 박해미는 웬만한 남자들을 넘어서는 강인한 카리스마와 통솔력으로 남편인 나를 앞질렀다.
“다음번에 좋은 기회가 있겠지, 힘내게”라는 동료의 전화를 받고 온라인 진급자 명단에서 수차례 내 이름을 검색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아내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않으리….’ 굳게 다짐한 나는 부대에서 그녀만 보이면 무조건 도망쳤다. 사실 나와 부인, 큰 딸 한별(박한별)은 한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터에서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었지만 지금은 지옥이 따로 없다. 하루 종일 아내를 피하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나의 예민한 ‘장’은 한시도 편할 새 없이 난리다. 부대 곳곳에 독가스(방구)를 내뿜으며 필사적으로 아내를 피했지만 결국 ‘운명’임을 깨달았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나보다 잘난 부인을 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녀 앞에 당당히 다가가 ‘충성!’을 외쳤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아내는 묘한 미소를 띠며 나의 경례를 받았다. 정말 큰마음 먹고 내린 결정인데 그 후 아내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나를 자주 도발한다. 사내대장부가 너무 나약하게 굴복한 것이었을까. 집에서는 한없이 달콤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아내지만 군대에서만은 오묘하게 신경에 거슬린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다시 한번 마음을 꽉 붙잡고 아내의 기에 맞서보련다.
생각지도 못한 대령 진급, 기분은 좋았지만 마냥 기뻐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에 들어가면 실망한 남편과 언짢은 시어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건 여성이었다.
중무장을 한 남자들 뒤에서 치마폭에 숨겨둔 돌을 집어던지던 그 때부터…. ‘나약한 여자들은 이래서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남자들보다 더 독하게, 열심히 훈련해 온 나다.
웬만한 여자들은 낼 수도 없는 굵은 목소리, 거친 호통을 얼마나 연마했던가. 따지고 보면 나의 진급은 남편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본인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나 보다.
부대에서는 멋있는 척, 카리스마 있는 척 행동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내 남편은 ‘허당’ 그 자체다. 이 모습이 무척 귀엽지만 ‘루저’로 보일 때도 있다. 삐지기도 참 잘 삐지는 남편에게 대놓고 상관 티를 낼 순 없고…. 그래도 이왕 진급한 것 보여줄 건 보여줘야지.
다행히 남편과 달리 큰딸 한별(박한별)은 나를 닮아 씩씩하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딸아이가 군대에 온다고 했을 때 시어머님은 반대하셨지만 나는 기쁘게 허락했다. 멋들어진 제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젊은 열정을 불태운 다는 것, 얼마나 멋진가! 이젠 나이가 들어 내가 할 수 없는 혹독한 군 훈련들을 한별이가 대신 멋지게 해내고 있다. 정말 대견하다. 지금까지는 가족들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소개하느라 나의 진정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시청자 여러분, 박해미의 진면목은 이제부터 시작돼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