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자리하고 있는 바이에른주와 뮌헨은 독일 내에서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가장 많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기술력을 중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개발에 적극적이다.
1835년 독일의 첫 기차가 뉘른베르크-푸에르트 구간을 달렸고, 1892년 아욱스부르크에서는 디젤이 세계 최초로 차체 점화 엔진을 개발했다. 기술력을 통해 성장동력을 개발한 뮌헨의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하이테크 진원지가 최근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전기차(EV)이다. 4억 유로(약 6146억원)을 들여 라이프치히 EV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신성장 부문이 단순히 엔진과 배터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자동차 부품과 소재를 새롭게 바꾸고 조명장치와 편의장치를 혁신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방식 자체의 효율성을 키우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드라이브 나우(Drivenow, 카쉐어링 서비스)와 파크엣마이하우스(ParkatmyHouse,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같은 자동차 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가동하면서 탄소 감축을 전방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사이몬 렘파킨들러 프로젝트i팀 부문장은 “BMW의 전략은 단순히 전기차 엔진과 배터리 개발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부품과 소재는 물론 자동차 생산방식 등 모든 면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지속가능성을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MW는 전체적으로 2012년까지 생산차량 1대당 30%(2006년 대비)의 탄소 감축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BMW의 혁신과정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모으고 있다. 뮌헨 시청 앞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하트만 씨는 “BMW 전기차가 나오면 1호차로 내가 구입할 것”이라면서 “전기차 성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BMW 벨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코너에서 만난 소년 마이클 엔데 군은 “아빠와 엄마가 타는 BMW에서 전기차가 나온다고 하니 너무 반갑다”라면서 “미래와 환경을 위한 차라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전기차의 적극적인 개발은 BMW만이 아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르노자동차가 주목을 끈다. 르노자동차는 11월부터 시작해 내년 6월까지 세단인 플루언스와 다목적 미니밴 캉구, 경차 조이, 2인승 승용차 트위지 등 4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쏟아낸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 덴마크, 이스라엘, 러시아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판매하기로 계획을 세워 놨다. 한국도 플루언스의 1차 판매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르노는 전 세계 어느 자동차 그룹보다 발 빠른 전기차 양산체제를 가동하게 됐다. 아예 전기차 라인업이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티어리 코스카스 르노 전기차 프로그램 이사는 “르노는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 “오는 2016년까지 르노닛산그룹의 전기차를 150만대 이상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샹젤리제에 자리하고 있는 르노 대리점은 지난 여름부터 전시공간을 모조리 전기차로 바꿨다. 이 매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로슈아 씨는 “회사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볼 생각”이라면서 “라인업이 많아 선택의 폭도 넓고 차량가격과 배터리 용량, 충전방식 등도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세단인 플루언스는 가속하면 최고속도를 150㎞까지 낼 수 있고 배터리 충전 없이 185㎞를 달릴 수 있다. 시내를 주행하던 가까운 교외 근교를 다녀오든 일상생활에 거의 무리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더욱이 관건이던 차량 가격은 2만900유로(세제지원 후 약 3200만원)까지 떨어졌다. 파리 근교에 살고 있는 실비아 미라보 씨는 “무엇보다도 플루언스의 판매가격이 맘에 든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충전소 등 주변 인프라 설비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 개발과 EV개발에 40억 유로(약 6조1461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자동차는 오는 2016년까지 20% 이상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전기차 생산 전체 공정에서 나오는 최종적인 탄소배출량도 12g에 불과하다.
Interview 1
르노자동차 그룹에서 전기차 플루언스 개발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니콜라스 르미즈 이사는 “자동차 산업이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라면서 “에너지위기와 환경규제로 인해 전기차가 미래의 대안으로 확고하게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미즈 이사는 “전기차는 르노-닛산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전기차를 시장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가격정책과 정부와의 협력,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등 매우 다양한 계획들이 실천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싼 가격의 전기차를 파는 것은 우리의 관심거리가 아니다”라면서 “보다 값싸게 전기차를 판매하도록 양산체제를 서둘러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르미즈 이사는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예컨대 스쿠터를 대체할 수 있는 사륜 모델인 쿼드의 경우 시속 45로 최대 80㎞까지 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차량은 물론 배터리 렌털과 충전시스템을 비롯한 다른 서비스 패키지, 생산·마케팅 등 판매 라인까지 회사 전 부문 직원들의 (전기차 판매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됐다”라면서 “이번 달부터 2012년 초까지는 르노-닛산 그룹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르미즈 이사는 “퀵드롭(Quick-drop) 충전소가 충전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퀵드롭 충전소는 배터리를 바꿔 끼우는데 5분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Interview 2
BMW그룹에서 전기차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i 총괄을 맡고 있는 율리히 크란츠 BMW 이사는 “BMW의 미래를 위한 혁신과정은 탄소배출량 감축만이 아니라 부품과 소재, 디자인과 연구개발(R&D), 생산과 마케팅, 중고차 등 매우 입체적인 관점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 i 는 BMW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혁신하기 위해 접근 사고를 달리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자동차를 위한 해답과 기술이 미래적인 ‘프리미엄’의 개념을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란츠 이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우산이 BMW 전략의 가장 큰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우리는 뉴욕과 런던, 파리, 뮌헨과 베이징, 서울 등 전 세계 대표적인 대도시에서 매우 강도 높은 연구 작업을 벌여 왔다”라며 “BMW 고객은 물론 잠재적인 고객군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회사 내 생산·R&D·디자인 부문 인력과 심층적인 리서치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크란츠 이사는 “매우 종합적이고 심도 깊은 조사결과를 가지고 프로젝트 i 를 진행했다”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기술력과 노하우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크란츠 이사는 “BMW는 신소재를 채택하고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것도 크게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라이프치히 생산공장의 경우 물 소비량을 70% 줄였고 에너지 소비량도 50% 감축했다.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서 전체적인 생산 공정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탄소 감축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의 성능 수준이 희생되면 안 된다”면서 “이 때문에 전기차는 물론 수소차와 디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량을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다. 새로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