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거친 숨소리에 저절로 눈길이 쏠린다. 시선에 들어온 자동차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라인을 자랑한다. 스포츠카 특유의 수려한 유선형 디자인에 중후한 느낌의 엠블럼까지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터질 듯하다.
지난 9월27일 이탈리아의 3대 슈퍼카 브랜드로 손꼽히는 마세라티의 트랙데이가 전남 영암 F1경주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마세라티의 한국 공식 수입원 FMK는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MC스트라달레를 비롯해 기존 라인업들까지 총 다섯 대의 모델을 선보였다.
대당 가격만 2억원대를 넘나드는 슈퍼카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차는 바로 MC스트라달레였다. MC스트라달레는 가장 화려한 디자인의 스포츠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란투리스모의 외형에 1940~60년대 초반까지 유럽 레이싱 경주대회의 우승컵을 쓸어 담았던 마세라티의 레이싱 DNA를 품고 있다.
특히 차량 모델 이름 앞에 붙은 ‘MC’는 지금 당장이라도 레이싱 경주에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튜닝을 한 모델에만 수여되는 극존칭 수식어란 점에서 MC스트라달레의 자태는 그야말로 황홀한 모습처럼 비춰졌다.
순식간에 200km/h 돌파하는 무시무시한 가속력
MC스트라달레의 인테리어는 운전자의 기호에 따라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수려한 외관에 취하는 것도 잠시, MC스트라달레의 육중한 도어를 열고 탑승했다. 대당 100억원대의 F1머신들이 달리는 영암 F1 트랙을 돌기 위해서다.
탱크가 와서 부딪혀도 끄덕하지 않을 듯한 도어 문을 열고 드라이버 시트에 착석하니, 강렬한 붉은색 실로 박음질된 화려한 인테리어가 시야에 들어왔다. 가죽으로 마감된 스티어링휠 아래로 커다란 페달시프트가 위치해 있고, 그 너머로는 속도계와 RPM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센타페시아에는 럭셔리 카의 상징인 아날로그 시계가 자리해 있고, 아래로 조금은 클래식한 느낌의 오디오 컨트롤러와 에어컨 조작이 가능한 공조장치, 그리고 손에 착 붙는 변속기가 있다. 대체적으로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인테리어라고 생각됐지만, 시승차로 제공된 모델이 MC스트라달레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란 점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용 차량들은 상당히 호화로울 것 같은 느낌이다. 마세라티는 제작과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버튼은 물론, 가죽시트의 박음질 문양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정도로 세밀한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마세라티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모델 라인업은 세단형인 콰트로포트테와 스포츠카형인 그란투리스모 두 종류지만, 옵션 선택에 따라 총 400만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차량을 언제나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마세라티의 전 세계 판매량은 5000여 대 수준이다. 고객의 옵션 선택 후 이에 따라 수작업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마세라티 측의 설명이다.
인테리어에 잠시 정신이 팔린 후 곧바로 시트에 앉아 시승 준비에 나섰다.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고 스타트 버튼을 가볍게 누르자 곧바로 시동이 걸리면서 거친 배기음이 들려왔다. ‘크렁크렁’ 대는 배기음이 차량은 물론 운전자의 심장을 떨리게 만든다.
기계음이라기보다는 맹수의 울음소리 같은 마세라티의 배기음은 사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기음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과거 경쟁차종과의 배기음 비교 실험을 통해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엔진소리’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P’에 놓았던 변속레버를 ‘D’로 변경한 뒤 천천히 트랙 한 바퀴를 돌았다. 트랙 지형을 익히기 위해서다. 이후 곧바로 직전주로를 시작으로 거친 주행이 시작됐다. 엑셀 페달을 깊게 밟자 몸이 뒤로 젖히면서 차가 튕겨지듯 나아갔다. 1km 정도 되는 직진주로를 단 3~5초 만에 주파했다. 주변 사물들이 망막을 통해 형체를 갖춰지기 전에 지나쳐버릴 정도였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뒤 관성을 이용해 급커브를 돌자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차가 돌아 나온다. 미끌림(스티어링) 현상이 예상됐지만, 토션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의 강제 개입이 차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스티어링 현상을 방지해 준다는 설명이다.
주행성능이나 가속력 부분에서 MC스트라달레는 그야말로 ‘레이싱 DNA’의 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커브 구간을 통과한 뒤 급가속하자 곧바로 속도계는 200km/h를 넘어선다. CF에서 보던 것처럼 속도계 바늘이 한순간에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경험케 해준다.
주행을 마친 뒤 차량을 정차시키자 타이어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급가속과 곡선 구간의 과격한 코너링을 경험한 뒤 숨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운전석에 내리자 주행 중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피곤함이 밀려온다. 아마도 긴장을 많기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피곤도 잠시, 맹렬한 울음소리에 또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토록 강렬한 가속력과 주행성능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화려한 외모에 호사로운 실내, 폭발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MC스트라달레는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원인 FMK를 통해 10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상태다. 대당 가격이 2억4600만원이지만, 수작업으로 생산을 하는 만큼 물량이 적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선점 경쟁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의외로 남성들보다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서종열 기자 snikers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