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 스트리트(Wall Street, 1987년 작)'에서 성공을 꿈꾸는 NYU 출신 젊은 증권브로커 버드 폭스(찰리 쉰)는 악명 높은 금융가인 케코(마이클 더글러스)와 손을 잡고 온갖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에 나선다. 그러다가 블루스타(Bluestar) 항공사의 정비사 노조위원장인 아버지를 모처럼 방문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1년 전 블루스타의 항공 사고에 대한 FAA(미국 연방항공우주국)의 잠정 조사결과를 듣게 된다. 즉 사고는 항공사의 과실이 아니라 기체결함으로 제작사의 잘못이며 블루스타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져, 정지된 항공노선이 다시 재개될 것이고 조사결과는 곧 공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폭스는 이 사실을 보스인 게코에게 알려주고, 게코는 블루스타 주식을 매집한다. 매집한 다음날 신문에 FAA의 조사결과가 공표되자 동 주식은 개장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다.
게코는 블루스타 항공사 주식에 대한 내부자거래를 통해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한다.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란 일반적으로 기업의 임직원 및 주요주주 등 이른바 내부자가 그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해당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직접적인 내부자 외에도 해당정보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가들, 즉 변호사나 회계사들(준 내부자)과 그런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1차적으로 수령한 사람도 내부정보를 이용한 증권의 거래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내부자거래를 중대한 증권범죄로 규제하고 있다.
이는 정보가 매우 중요한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내부자들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 정보의 우위에 서서 증권을 거래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의 존립자체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직하고 공정한 증권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투자자들과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며, 궁극적으로 증권시장의 공정성 저하로 인해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 내부자거래를 규율하는 주요 근거라 할 수 있다.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내부자거래
미국 주부들이 가장 닮고 싶어 했던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한때 내부자거래 혐의로 교도소에 5개월간 복역해 대중에 큰 충격을 줬다.
실생활에서 내부자거래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갤리언 헤지펀드 설립자인 라지 라자라트남이 반도체 회사의 합병을 포함한 내부정보를 빼내 주식투자를 해 63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중형을 받은 일로 올 초 미국은 매우 떠들썩했다. 라자라트남은 스리랑카 재봉틀 회사 매니저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유명 MBA스쿨인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한때 70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영하며 업계의 거물로 성장한 사람이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의 주인공이었지만 하루아침에 명예와 부를 모두 날려 버렸다.
미국 주부들이 가장 닮고 싶어 했던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도 생명공학회사인 임클론의 CEO로부터 전화를 받고 동 회사 주식 4천주를 팔았다가 내부자거래 혐의와 위증죄로 5개월간 복역을 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 해 미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인 할로윈데이에 가장 유행한 복장이 마사 스튜어트가 죄수복을 입고 쇠고랑을 찬 모습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의 주부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심지어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조지 소로스도 20년 전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의 민영화 과정에서 내부자거래를 한 혐의로 최근 유죄가 확정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나라에도 내부자거래 혐의로 결국 감옥에까지 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국내 내부자거래 규제 어떻게 이뤄지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를 소재로 한 영화 [월 스트리트] 포스터
그럼 우리나라의 법률은 내부자거래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규제하는 지를 상세히 살펴보자.
우리나라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의하면 상장법인이 발행한 증권 등의 매매와 관련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란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서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전의 정보를 말한다. 따라서 해당 상장기업의 주식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로서 아직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는 모두 미공개 중요정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런 정보를 취득한 해당 기업의 임직원, 대리인, 10%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요주주, 해당 기업에 대한 인허가권 및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관계 당국의 직원이나 해당 기업과 계약협상 중이거나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들은 규제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그들의 대리인, 사용인 및 종업원들까지 직무와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취득해 이를 이용하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 내부자의 범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즉 더 나아가 그런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령해 주식거래에 이용한 사람도 정보의 제1차 수령자로 이들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이처럼 내부자거래로 인해 처벌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를 했음에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당 기업의 임직원인 내부자, 준 내부자(대리인 등) 및 제1차 정보수령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제2차 정보수령자는 받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엄청난 수익을 얻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사례로 본 현행 내부자거래 처벌규정의 문제점
헤지펀드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20년 전 내부자거래를 한 혐의로 최근 유죄가 확정됐다.
실례로 1990년대 말 신동방이란 업체가 무세제 자동세탁기를 개발해 시연회를 연다는 미공개 정보를 그 회사 이사로부터 입수한 모 신문사 기자가 부동산 임대업을 하던 동생에게 알려주어 동생이 그 회사 주식에 투자해 4억여 원의 이익을 얻은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은 1차 정보수령자인 기자는 내부자거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가장 큰 부당이득을 얻은 기자의 동생, 즉 2차 정보수령자의 경우 처벌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 자본시장법하에서도 이런 불합리한 문제점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전 증권거래법 시절보단 내부자거래의 처벌 대상이 되는 자의 범위를 상당히 구체화해 처벌 대상을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정보수령자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어 여전히 2차 정보수령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물론 1차 정보수령자가 2차 정보수령자와 수익배분 등에 대해 합의한 후에 정보를 줘서 이용하게 했다면 2차 정보수령자는 1차 정보수령자의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1차 정보수령자와 전혀 공모를 한 적이 없다면 1차 정보수령자는 논외로 하고 정작 정보를 받아 엄청난 이익을 얻는 당사자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정보의 1차 수령자인지 2차 수령자 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처벌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전 증권거래법 시절의 입법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여전히 2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 더욱이 내부자 또는 준내부자라 해도 직무와 관련해 또는 권한 행사 과정에서 지득한 경우가 아니면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예고에서 제2차 정보수령자에 대해서도 행정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2차 정보수령자는 가벌성이 적다고 봐서 형사적·민사적 처벌대상에서 제외해 왔지만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입법 방향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내부자거래가 생기면 거의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내부자거래를 통한 부당이득을 누리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증권거래소(한국거래소)의 내부자거래 추적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어지간한 경우는 다 적발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 상황을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한다. 이상 징후가 발견이 되면 첨단 감시 기법을 동원해 내부자 등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자들이 불법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진 않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차명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적발해 내기 위해 친인척은 물론 학교 동창 및 주변 지인들 및 심지어는 전혀 상관없는 제3자까지도 연관성을 파악해 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내부자거래 범죄가 지능화됨에 따라 이를 적발하는 기술도 매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차명으로 거래하면 적발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입수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소명을 요구 받아 곤욕을 치르는 대리인이나 자문사도 가끔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들 중에서도 주식투자를 하면서 지인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라며 듣는 이야기들이 가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 정보를 잘못 이용하면 위와 같이 내부자거래로 인해 형사적으로 큰 고초를 치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사적인 책임까지 지게 되므로 절대적으로 삼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