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웨어러블 장비를 옆구리에 붙이면 약 2주 동안 약 5분마다 체내의 혈당정보를 측정하여 스마트폰이나 전용단말기로 전송해 볼 수 있다. 당뇨환자들의 필수템처럼 떠오르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별안간 MZ세대들에게 ‘혈당관리 다이어트’란 명칭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보지 않아도 24시간 혈당 변화를 체크해주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언뜻 생각해보면 채혈에 지친 당뇨환자들에게 위대한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M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에 연속혈당측정기를 검색해보면 트레이닝복을 입은 젊은 사용자들이 운동을 하며 남긴 사용후기가 넘쳐난다. 부모세대나 환자들의 주 관심사로 여겨졌던 ‘혈당관리’가 다이어트의 중요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다이어트의 요체는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며, 음식 섭취 방법을 고려해 꾸준히 낮은 혈당지수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관심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비만치료제와 무관하지 않다. 테슬라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가 섭취해 유명세를 탄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혈당을 떨어트리고 포만감을 유지시키는 것을 통해 다이어트는 물론 심장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이어트 효과 외에 최근 2030세대에서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혈당관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2020년 기준 30대 당뇨병 환자는 12만 1568명으로 4년 전보다 25.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유병률은 47% 늘었다.
연속혈당기기는 크게 ‘센서’ ‘송신기’와 ‘수신기’로 이뤄져 있다. 센서는 피부에 삽입된 카터테를 통해 세포간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고, 송신기는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수신기에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수신기는 얻은 정보를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데, 최근에는 수신기를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해 환자의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에서 보여준다. 이와 별도로 센서를 부착하는 ‘삽입기(애플리케이터)’가 포함되어 있는 상품도 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정교함이 더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질병을 판독하거나 혈당 농도 관리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편이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3월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체중 감량을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은 적절치 않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혈당 다이어트는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과 식단 조절을 통해 혈당 상승을 억제하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방지하여 체중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라며 “언뜻 논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주장은 아직 과학적·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가설의 입증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연속혈당측정기로 측정된 혈당 농도만으로 어떠한 의학적인 결정이나 해석을 할 수 없다”라며 “저혈당, 전당뇨병 등 증상이 의심되거나, 기타 의학적 해석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로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당뇨환자의 무증상 저혈당 쇼크를 예측하는 등 긍정적인 쓰임새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지연 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의사는 소식지를 통해 “연속혈당검사는 야간에 환자가 인지할 수 없는 저혈당을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며 “제1형 당뇨병 소아 환자 5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연속혈당검사 분석 결과 70%의 환자가 60㎎/㎗ 미만의 무증상 저혈당을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당뇨병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단순히 당화혈색소 수치를 낮추고 식사 전 혈당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특히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환자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1형 당뇨환자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용량의 인슐린을 인위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이때 인슐린을 잘못 주입할 경우 혈당이 너무 낮아져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저혈당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혈당 농도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면서 보다 효율적인 혈당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당뇨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침투율은 이미 50%에 육박한다”라며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인 애보트와 덱스컴은 연속혈당측정기 매출(2023년 기준)만 53억달러와 36억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소위 헬스케어 시장에서 연 1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라고 부르는데, 연속혈당측정기는 이를 훌쩍 넘기는 메가 블록버스터인 셈이다.
노령화와 당뇨환자들의 증가세로 인해 덱스컴은 2025년 연속혈당측정기 매출이 49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애보트는 2028년 연속혈당측정기 매출이 1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에도 여러 기업들이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아이센스라는 기업은 2023년 9월, 국내 최초로 연속혈당측정기를 국내 시장에서 상용화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를 넘어 유럽 판매를 위한 CE 인증을 진행중이다. 한독은 지난 5월 개인용 연속혈당측정기 ‘바로잰핏’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바로잰핏은 5분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혈당 수치를 전송해 실시간 혈당 수치와 혈당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혈당값 보정 기능이 있어 측정의 정확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연속혈당측정 시장에서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카카오헬스케어가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지난 2월 1일 카카오헬스케어는 AI 기반 모바일 혈당관리 서비스 ‘파스타(PASTA)’를 선보였다. ‘파스타’는 Personalized(개인화된), Accessible(다가가기 쉬운), Supportive(도움을 주는), Tech-enabled(기술을 활용한), Affordable(합리적인) 등 각 단어의 첫 알파벳을 조합한 브랜드명으로 같은 음식을 섭취해도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혈당 반응이 다양한 모양과 성분을 갖고 있는 파스타와 유사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파스타’ 앱은 별도 회원 가입 없이 본인의 ‘카카오 계정’을 활용하여 쉽게 로그인할 수 있고, 국내 기업 아이센스의 ‘케어센스에어’와 미국 기업 덱스컴의 ‘G7’ 등 2개 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연속혈당측정기) 센서와 간편하게 연동이 가능하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카카오헬스케어는 궁극적으로 환자 삶의 질 개선, 의료 접근성 향상, 사회적 비용 절감, 의료 기술 혁신 및 의료의 질 개선 등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며,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디지털 의료기기의 규제환경 개선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데도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스타’ 앱에서 CGM 센서의 종류를 선택하면 센서 부착 방법, 주의사항, 연동 절차 등이 자세하게 안내된다. 연동이 완료되면 혈당 데이터가 블루투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스타’ 앱에 자동으로 표출된다. 이용자는 실시간 혈당 데이터와 함께 간편한 기록을 통해 생활습관과 혈당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을 촬영하면 음식 종류, 영양소, 열량 등을 알려주는 비전AI 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식사를 기록하고, 운동, 인슐린, 복약 등도 기록이 가능하다. 이렇듯 ‘파스타’는 각종 생활습관에 따른 혈당 반응을 그래프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혈당 변화에 따른 가이드도 제공하여 스스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파스타’는 CGM 착용 기간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혈당 변동성, 혈당관리지표(GMI), 목표 범위 내 비율, 평균 혈당, 혈당 하이라이트 등 각종 수치를 요약 제시하고, 혈당관리에 대해 잘한 점과 아쉬운 점 등을 구분해 보여주는 리포트를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쉽게 혈당을 관리하고 SNS를 통해 쉽게 지인들과 공유하며 놀이처럼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편 카카오헬스케어는 해외 시장에서 구독모델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아직 한국에서는 스마트헬스케어 서비스에 구독료나 유료 서비스의 개념을 비즈니스모델로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한국에서는 혈당관리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연속혈당측정기 유통을 통해 제조사와 이익을 공유하고자 하지만 추후 사용자가 많아지거나,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다른 서비스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구독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