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 등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산 소셜 플랫폼의 공세 때문에 이용자 수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4500만 명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으로 유튜브에 플랫폼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이용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9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의 MAU는 4497만 2002명으로, 한 달 전 4519만 3468명보다 22만1466명 감소했다. 카카오톡 MAU가 45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5월 이후 22개월 만이다. 지난해 4월(4707만 4590명) 정점을 찍었던 때와 비교해 보면 210만 명 이상 줄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내 1위 이용 앱 자리를 유튜브에 내주기도 했다. 당시 유튜브와 카카오톡의 이용자 수 격차는 10만 4980명이었지만, 3월에는 5배인 54만 3152명으로 벌어졌다.
일각에선 메신저를 주 기능으로 하는 카카오톡과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의 이용자 수를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 앱이 더 이상 하나의 기능만을 제공하지 않고 커뮤니티, 커머스(쇼핑), 정보 검색 등 다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간 영역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업계에선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짧은 동영상)이 대세 서비스가 되면서 이들 플랫폼의 이용자 충성도가 올라가는 이른바 ‘록인 효과’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는 4개월 연속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모바일 앱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3월 유튜브의 월평균 사용 시간은 19억 623만 5650시간으로 카카오톡(5억 4814만 4204시간)의 3.5배, 네이버(3억 5682만 7289시간)의 5.3배에 달했다.
‘국민포털’과 ‘국민 메신저’를 보유한 국내 양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상 플랫폼에 힘을 주고 있다. 영상 플랫폼의 경우 글로벌 거대 소셜미디어들이 이미 장악한 시장인데, ‘네카오’가 이를 놓지 못하는 것은 향후 플랫폼의 주 사용자층인 1020이 숏폼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 사는 올 들어 자사 주요 동영상 서비스를 잇달아 개편했다. 단순히 세부 기능을 없애거나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숏폼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큰 틀에서 새판 짜기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주목된다.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해 콘텐츠 전반의 방향성을 재정비해왔다. 그 중심에는 클립(숏폼)과 치지직(실시간 스트리밍)이 있다.
우선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모바일 앱을 개편하고 숏폼 서비스인 ‘클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유튜브(구글), 인스타그램(메타), 틱톡 등 외산 플랫폼들이 선점한 시장에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상태다. 해당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공식 창작자를 직접 선발·지원·양성해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네이버가 지난 1월 진행한 ‘클립 크리에이터’ 모집에 3만 6000여 명이 지원했다. 크리에이터 선발 규모도 지난해 하반기 때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직접 신규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확대 가동해 양질의 콘텐츠를 플랫폼에 수혈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클립에서 쇼핑, 예약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를 연결하는 ‘정보 스티커’도 3월부터 정식 기능으로 적용했다. 클립 이용자는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 영상 속 제품이나 장소 등에 부착된 스티커를 누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플레이스 등으로 이동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방문 예약까지 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립에는 현재 장소, 쇼핑, 블로그, 뉴스 등 4가지 종류의 정보 스티커가 제공되고 추후 오픈톡(주제별 커뮤니티) 등 다양한 정보를 연동할 수 있도록 자사 여러 서비스와 연결 지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25일부터 회사가 운영 중인 포털 서비스 ‘다음’에서 ‘숏폼’탭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숏폼 브랜드인 ‘오늘의 숏’과 TV 하이라이트 영상 등 동영상을 볼 수 있었던 ‘요즘영상’ 탭은 종료됐다. 이와 관련해 다음 측은 “숏폼 탭은 스포츠, 연예, 꿀팁 등 다양한 주제의 오늘의 숏 영상을 전면 플레이어 방식으로 끊김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숏폼 영상 전용 공간”이라며 “기존 TV 하이라이트 영상은 연예 탭에서 시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음이 이용자 수요 추이 등을 파악하면서 조심스럽게 숏폼 시장에서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숏폼 등 동영상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관련 조직 재정비에도 나섰다. 네이버는 2020년 4월부터 운영했던 블로그 내 숏폼 서비스인 ‘모먼트’를 최근 클립으로 일원화했다.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네이버TV’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는 결국 네이버TV로 브랜드가 정리되는 수순으로 보인다. 또 네이버는 4월 초 전사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치지직(스트리밍 플랫폼)’ 등 일부 조직에 대해선 별도의 ‘셀’ 조직으로 분리해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카카오도 최근 커머스CIC를 본사로 흡수하는 한편 기존 다음CIC를 숏폼과 카페·스토리 등의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별도 조직인 ‘콘텐츠CIC’로 재편했다. 아울러 기존 동영상 서비스인 ‘카카오TV’는 상대적으로 그 역할이 축소되는 분위기다. 2015년 출시 당시만 해도 카카오TV는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통해 SNS에서 손쉽게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고 친구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신개념 모바일 소셜 영상 서비스를 추구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결국 카카오TV는 현재 뉴스, 예능 등 일부 동영상 콘텐츠와 라이브 서비스만 남겨놓고 모두 철수한 상태다. 3월부턴 별도 앱마저 종료돼 지금은 PC나 모바일로만 접속할 수 있다.
네카오가 ‘험지’인 영상 서비스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슈퍼앱’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검색, 쇼핑, 금융, 뉴스 등 온 국민이 쓰는 앱인 만큼 어느 한 영역이라도 놓치면 이용자 록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익숙한 ‘숏폼’은 네이버 입장에서는 무시하기에 너무 큰 시장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튜브는 최근 국내에서 쇼츠, 라이브커머스 ‘유튜브쇼핑’ 등 동영상을 기반으로 커머스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가 숏폼 전문 서비스인 ‘클립’이나 네이버쇼핑과 연계한 ‘쇼핑라이브’ 등 동영상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에 비해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이제 동영상 플랫폼의 수준을 넘어 검색부터 커머스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며 유튜브라는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멀티 서비스로 강력한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던 네이버나 카카오에 공통적으로 위협이 되는 존재로, 유튜브를 상대하기 위한 최우선 작업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대폭 손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이미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외산 기업에 맞서려면 이들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네이버의 해답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이 분야는 외산 플랫폼이 장악하지 못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네이버는 베타 서비스 기간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의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네이버는 10~20대 이용자들을 네이버에 오랜 시간 붙잡아두기 위해 스트리밍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치지직 론칭 초기부터 시종일관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란 네트워크를 통해 음성이나 영상을 물 흐르듯 재생하는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으로 송출하는 방송을 의미한다. 방송 주체가 개인인 경우가 많아 ‘1인방송’ ‘개인방송’으로 불리기도 한다. 글로벌 1위 실시간 스트리밍(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가 지난 2월 27일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 시장을 놓고 네이버와 아프리카TV가 경쟁하는 시장이다. 치지직은 네이버라는 강력한 뒷배를 갖고 있지만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등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4월 2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치지직 모바일 앱 사용자는 총 216만 명으로, 아프리카TV 196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치지직은 지난해 12월 111만 명에서 올해 1월 153만 명, 2월 201만 명 등으로 매달 늘면서 3개월 새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주요 소비계층으로 꼽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사이에서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면서 주요 채널로 굳어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23년 116억9000만달러 규모에서 2028년 182억2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게임뿐 아니라 팬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주제의 크리에이터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분야 등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게임 스트리밍 시장은 빅테크에도 쉽지 않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앞서 메타(옛 페이스북)는 2018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게이밍’ 앱을 출시했지만 2022년 사업을 접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믹서를 약 4년 만인 2020년 7월 종료한 바 있다. 구글은 2019년 클라우드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타디아’를 선보였지만 2022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가 스트리밍 시장 공략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네이버 플랫폼 내 서비스와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커뮤니티와 커머스, 간편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고, 이용자 유입 확대에 따른 광고 수입 증대 등을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향후 치지직을 네이버 검색, 게임판, 네이버카페, 클립 등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들과의 연계를 통해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본연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르면 6월 정식 출시와 함께 치지직이 네이버 생태계와 본격적으로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 성장 속도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보다 빠르다”면서 “치지직을 클립과 연계하거나, 네이버쇼핑, 페이, 멤버십 등과 연계한다면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 네이버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황순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