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GDP의 36.6%를 수출이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경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감소, 이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 등의 위협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그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지 시장에서 성공사례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벌써 베트남에서 음식 배달 사업을 철수한 배달의 민족을 비롯해 금융플랫폼 토스 등이 해외 법인을 철수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현지화 전략 실패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무, 세무,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 해도 쉽지 않다. 2023년 글로벌인재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의 해외인재유치 순위는 134개국 중 59위에 그쳤다. 이때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유학생 채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은 이미 25만 명에 달한다. 2025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유학생 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86.5%가 국내 취업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문학사 과정 유학생의 90.8%가 높은 취업 의지를 보였다. 같은 해 한국무역협회에서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 국내기업 취업 의사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9%가 국내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문화에 대한 이해도다.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며 한국어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유학생들은 현지 언어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 중간 다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굳이 타지인 한국에 남으려 할까? 2025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및 잡코리아의 설문 결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한국에 거주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에 계속 살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35.2%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모국보다 임금이 높아서’라는 답변이 27.7%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이 매력적인 이유로 치안, 편의시설 등 생활 인프라와 K-컬처 등 문화적 애정, 커리어 성장 기회 등을 꼽았다. 서구권이나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들은 한국에서의 삶의 질이 본국보다 높다고 평가한다. 한국은 밤늦게 다녀도 안전하다는 인식, 빠른 인터넷과 편리한 대중교통, 24시간 이용가능한 편의시설 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K-pop)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한 문화를 현지에서 직접 누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높은 급여수준과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을 배워 커리어 상승 기회로 삼고자 하는 유학생들도 많다.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외국인 임금 근로자들의 직장 만족도는 68.7%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해 6.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순히 ‘코리안 드림(임금)’만을 좇아 한국을 찾았다면, 지금의 유학생들은 ‘한국이라는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윤태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이 인재 정거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재 흐름을 버스 노선에 비유하며 중국이 인재의 ‘출발점’이고 미국이 ‘종점’이라면, 한국은 중간에서 인재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고 싶은 ‘매력적인 정거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 AI인재들은 주로 20대 싱글이기 때문에 돈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는 한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외국인 인재들을 유인할 요소로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서비스 분야와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인력난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첫째, 현실화된 인구 절벽이다. 세종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이슬기 교수는 “거시적으로 인구 절벽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시기가 왔다”고 진단하며, 저출산의 영향이 현재 노동 시장에 직접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긴 후유증이다. 관광산업은 코로나19 이전의 95%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팬데믹 당시 업계를 떠났던 인력이 복귀하지 않는 심각한 인력 수급 불일치 문제가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특정 분야로의 인재 쏠림 현상이다. AI와 같은 고임금 기술 분야로 우수 인재가 몰리면서, 호스피탈리티를 포함한 특정 서비스 분야의 전공 선호도가 하락하며 해당 산업의 인력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재 편중 현상은 호텔업계가 서비스 혁신을 위해, 그리고 중소기업이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직접 배경이 되고 있다. 위기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0년 373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에는 2419만 명까지 약 35.3%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력 확보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또한 외국인 채용 플랫폼 코워크(KOWORK)에서 국내 인사 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외국인 채용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외국인 채용을 이미 진행 중이거나 채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기업들의 채용 사례를 살펴보면, 외국인 유학생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함이며, 두번째는 해외 법인 운영과 현지시장 공략, 마지막으로 다국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수준 향상 등이 있다. 우선, AI 및 IT 기업들은 글로벌 수준의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했다. 산업용 자율주행 솔루션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는 엔지니어의 약 40%가 외국인이다. BMW 등 글로벌 고객사를 상대하는 만큼, 국적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채용 전략을 택한 것이다. LG이노텍은 2024년 베트남 국적 공대 유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진행했다. 우수 인원은 베트남 하이퐁 법인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한국 본사에서 기업문화를 익힌 뒤 현지 사업을 이끌 인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JB금융그룹은 올해 금융사 최초로 러시아, 몽골, 베트남, 중국 출신 유학생 5명을 신입직원으로 채용했다. 서울대, KAIST 등 국내 명문대 졸업생들로, 디지털·데이터 분석·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AI 전문기업 씽크포비엘(대표 박지환)은 8년 이상 꾸준히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해왔다. 현재 중국(한양대), 모로코(고려대) 출신 등 17개국 인재가 AI 기술개발과 프로젝트 관리 등 핵심 R&D 직무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실제 서비스 수출 성과로도 이어졌다. 씽크포비엘이 개발한 ‘AI신뢰성 평가’기술 및 서비스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주에 수출한 것이다. 사마르칸트 정부는 씽크포비엘 ‘리인(Re:In)’과 ‘AI튜터’를 도입해 현지 교육인프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승한 씽크포비엘 매니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직원을 채용한 것이 사마르칸트 주정부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호텔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안다즈 서울 강남,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서울 명동 등 국내 유수의 호텔들은 외국인 인재 채용을 핵심 서비스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파크 하얏트 서울의 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80% 이상이다. 이는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세심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뜻한다. 외국인 직원 입장에서도 한국에 머물면서 체계적인 시스템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배우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채용이 확산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025년 6월 287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국내 외국인 유학생 채용 지원제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유학생 구직자 정보 부족’(39.4%)과 ‘비자 취득 관련 복잡한 행정절차’(35.9%)였다. 업계에서는 국가별, 전공별, 한국어 수준별로 유학생 인력풀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상시적인 매칭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장비 수출업체 G사의 채용담당자는 “연구직 채용을 위해 일부 대학에 직접 연락하였으나, 관련 정보 취득이 어렵고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라며 “기업에서 필요한 유학생 정보 취득과 채용 실무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통합사이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민간과 공공이 동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선 민간에서는 채용 플랫폼들이 외국인 채용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잡코리아가 론칭한 외국인 전용 서비스 ‘클릭(KLiK)’은 단순 공고를 넘어 비자 요건에 맞는 인재를 큐레이션해준다. 클릭은 출시 1년 만인 2025년 외국인 채용공고가 14만 건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인에서도 2024년 외국인 채용 플랫폼 ’코메이트(KOMATE)’를 출시했다. 외국인 개인회원은 외국인 등록번호와 발급 일자를 입력하면 인증이 완료되고 이력서에 인증 배지가 부여된다. 구인 기업들은 인증된 인재의 실명, 국적은 물론 비자 종류와 만료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스타트업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채용의 최대 걸림돌인 비자 행정 처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해 중소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공공 부문의 지원책도 한층 정교해졌다. 서울특별시는 ‘2025 글로벌 인재 채용 사업’을 통해 서울 AI 허브 입주기업에 인턴 매칭과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며 기술 인재 수급을 돕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국내 최대 규모인 ‘글로벌 탤런트 페어’ 내에 외국인 유학생 채용관을 운영하며 만남의 장을 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유학생 전용 매칭 플랫폼 ‘케이워크(K-Work)’를 가동하는 한편, ‘K-수출전사 아카데미’를 통해 무역 실무와 마케팅 교육을 이수한 검증된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던 채용 비용 문제에도 숨통이 트였다. 최근 가장 반가운 소식은 비자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이다. 2025년 4월부터 전문인력(E-7-1) 비자의 임금 요건 기준이 기존 ‘전년도 GNI의 80% 이상’에서 ‘법무부장관이 확정·공고한 임금요건’으로 변경되었다.
기존 제도는 매년 상승하는 GNI에 연동되어 있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고연봉을 지급해야만 비자가 발급되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 실제로 국내 신입사원 초봉보다 외국인 채용 기준이 더 높아 발생하는 ‘역차별’ 논란이나, 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번 개정으로 임금 기준이 산업 현장의 현실에 맞게 조정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연간 약 1000만원 이상 완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검증된 인력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제도가 좋아져도 정작 기업들의 활용률은 아직 낮은 편이다. 조사 결과 지원사업에 참여해본 기업은 전체의 13.9%(40개 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참여 경험이 있는 기업 중 65%는 “도움이 됐다”고 답해, 사업 자체의 효과는 검증된 셈이다. 문제는 제도에 대한 이해와 홍보 부족이다.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49.5%)이 출입국관리법, 외국인 체류자격 요건 등 관련 법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채용 담당자 1~2명이 내·외국인 채용을 모두 전담하는 구조라, 복잡한 규정을 일일이 숙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기적인 설명회나 교육 프로그램, 또는 법무부 지정 출입국민원 대행기관을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박수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