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얼마 전 외 명품 부문을 이끌 신임 럭셔리부문장에 신세계 출신 조형주 상무보를 임명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형주 상무보는 경쟁사인 신세계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 바이어로 근무한 바 있다. 역시 신세계 출신으로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대표가 된 정준호 대표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반면 백화점 업계 선두를 자부하던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명품 부문은 현재 백화점 업계 핵심 캐시카우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반면 롯데백화점 지난해 매출에서 명품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실적 개선 및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인 김상현 부회장을 롯데쇼핑 수장으로, 정준호 대표를 백화점 수장으로 선임하는 등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앞서 조형주 부문장의 명품 부문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판단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건의해 신 회장이 과감히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엔 신세계 출신의 이승희 상무와 안성호 상무보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이 상무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장 출신으로 오퍼레이션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강남점 리뉴얼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디자인담당 임원으로 일했던 안 상무보는 롯데백화점에서 스토어 부문장으로 점포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그간 롯데그룹의 암묵적 원칙처럼 여겨지던 재입사 금지도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20년 말 그룹 정기 인사에서 퇴임했던 장호주 전 부사장을 지난해 12월 유통군 재무혁신본부장(CFO)에 임명했다. 지난해 4월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으로 임명된 나영호 부사장은 롯데를 떠나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온라인 쇼핑 사업을 총괄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롯데만 부진한 점이 신동빈 회장의 인사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