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가 주목받고 있다. 캐스퍼는 공식 판매 이전에 사전계약을 시작하자 열흘 만에 올해 생산 목표(1만2000대)를 훌쩍 뛰어넘는 약 2만4000대가 예약될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약자 행렬에 동참한 일인이었다. 문 대통령은 캐스퍼 사전 예약 첫날인 지난 9월 14일 인터넷을 통해 차량을 예약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10월 6일 오후 청와대 경내에서 인도받은 캐스퍼를 시운전하기도 했다.
캐스퍼는 개성을 살린 내·외관 디자인과 컬러와 용도에 따라 실내 공간 조절이 가능한 시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기본 적용으로 확보한 안전성, 운전자 중심의 편의사양 등이 주요 특징이다. 외관은 당당함과 견고함을 바탕으로 SUV만의 젊고 역동적인 감성을 담았다
실내는 캡슐 형상의 조형 요소를 외장 디자인과 공유하면서도 공간 전반에 곡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동적인 인상의 외관과 대비되는 부드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울러 생동감 넘치는 색상의 대비를 더해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Full-folding) 시트를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확장했다. 캐스퍼는 1·2열 전 좌석에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리클라이닝(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 기능이 적용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2열 시트를 최대 160㎜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최대 39도로 젖힐 수 있어 뒷좌석 탑승자들까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했다. 경차지만 차체 구조를 고강성 재질로 만들어 안전성을 확보했다.
▶일반 경차 뛰어넘는 안전성
캐스퍼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7개 에어백이 기본 적용되고 고강성 경량 차체 구조를 확보해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성을 갖췄다. 현대자동차는 캐스퍼 전 트림에 지능형 안전기술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을 경형 최초로 기본 적용해 동급 최대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했다. 또한 앞좌석 센터에 사이드 에어백을 기본 적용해 차량 측면 충돌 발생 시 운전석·동승석 승객 간의 충돌과 내장부품과의 충돌에 의한 상해를 최소화했다. 다만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사용할 때는 정차와 재출발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앞차와의 속력과 거리에 맞춰 자동적으로 속도가 조절되지만 정체구간이나 신호 때문에 앞차가 멈춰 설 경우 자동으로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해제되면서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춰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 카페이, 서버 기반 음성 인식 차량 제어 등 운전자 중심 편의사양도 갖췄다. 캐스퍼 기본 모델은 1.0 MPI를 탑재해 최고 출력 76PS(마력), 최대 토크 9.7㎏f·m, 복합연비 14.3㎞/ℓ를 확보했다. 선택사양으로 운영하는 ‘캐스퍼 액티브’는 1.0 터보 엔진과 역동적인 외장 디자인으로 구성해 최고 출력 100PS, 최대 토크 17.5㎏f·m, 복합연비 12.8㎞/ℓ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가격은 트림별로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 등이다.
▶100% 온라인 구매 가능
특히 캐스퍼는 현대차 역사상 처음으로 100%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한 차종이다. 수입차는 이미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노조 눈치를 보느라 온라인 판매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캐스퍼에 앞서 지난 7월 출시한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는 일부 금액만 지불하는 사전예약에 한해 온라인 판매 방식을 진행했다. 기아 노조의 반발 때문이었다.
전용 웹사이트 ‘캐스퍼 온라인’에서 고객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차량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웹사이트에서 트림(등급)별 가격과 사양, 선택 품목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개별 사양 명칭을 선택하면 해당 사양에 대한 설명을 이미지·영상과 함께 볼 수 있다. 기존 실물 카탈로그 형식의 이미지 파일도 있다. 3D로 각 사양이 적용된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출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령·성별에 따른 사양 추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계약 시에는 카카오톡과 공동인증서를 활용해 전자 서명이 가능하고 계약 후에도 웹페이지를 통해 직접 계약을 취소·변경 가능하다. 차량 출고 후에는 배송 현황을 조회할 수 있다. 차량은 고객이 직접 지정한 장소나 공식 인도장으로 운영하는 전국 200여 개 지정 블루핸즈 등에서 받을 수 있다.
MZ세대를 겨냥해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캐스퍼는 현대차에게 중요한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현대차그룹의 다른 차종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결국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은 상품을 온라인에서 손쉽게 사는 데 더욱 익숙해졌다. 이런 시대에 유독 현대차그룹 차량만 매장에서 사야 하는 상황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MZ세대의 수입차 구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는 현대차그룹 이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구닥다리’가 될 수 있다.
현대 캐스퍼 실내
▶고객 맞춤형 구매 정보 제공
현대차는 캐스퍼 판매 확대를 위해 ‘라방(라이브 방송)’을 활용한 마케팅을 벌였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차별화된 판매방식으로 이미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며, 그 여세를 몰아 쇼핑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는 라방을 통해 인기몰이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라방은 온라인 플랫폼의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형태로 쇼호스트, 방송인, 인플루언서 등이 대거 출연해 상품 판매를 돕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된 비대면 문화와 즉각적이고 솔직한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라이브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가 고객 맞춤형 구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새 시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캐스퍼 전용 온라인 라이브 채널인 캐스퍼 TV를 9월 29일부터 시작해 10월 24일까지 운영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비롯해 스페셜 기획 영상, 광고 등의 콘텐츠를 내보냈다. 라이브 방송은 출시 당일인 지난 9월 29일 오전 11시 30분 방영된 ‘캐스퍼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캐스퍼 스페셜 라이브’, ‘캐스퍼 라이브 Q&A’ 등이 진행됐다. 첫 라방인 캐스퍼 프리미어에는 쇼호스트 정경현과 인플루언서 차봤서영이 출연해 실시간 토크쇼 형태로 캐스퍼의 주요 특징을 소개했다. 캐스퍼 스페셜 라이브에는 쇼호스트 정경현과 캐스퍼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관계자들이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캐스퍼의 상품성과 온라인 구매에 관해 대화를 진행한다. 캐스퍼 라이브 Q&A는 매일 1, 2차례 총 25회차에 달하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소통했다.
특히 현대차는 라이브 방송 등을 시청하며 궁금증이 생긴 고객의 질문에 대응하고 최적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해주는 ‘캐스퍼 챗봇’ 기능을 캐스퍼 TV 홈페이지에 도입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궁금증을 다각도로 해결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시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록 방송을 통해 직접 캐스퍼 구입이 가능한 구조는 아니지만 새로운 온라인 판매 방식과 어울리는 마케팅 활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캐스퍼 실물을 확인하며 시승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현대차는 9월 29일 캐스퍼 출시와 함께 한 달여간 모든 컬러의 캐스퍼 차량을 전시하고, 다양한 트림의 차량 시승 서비스도 제공하는 브랜드 쇼룸 ‘캐스퍼 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며 11월부터 캐스퍼 전용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 29개 상설 전시장도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성수·해운대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시승 체험이 가능하며, 커피 전문점 테라로사와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등에서도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와 협업해 24시간, 전국 가까운 쏘카존에서 캐스퍼 시승이 가능한 ‘쏘카 카셰어링 시승’ 서비스를 운영한다.
다양한 고객에게 캐스퍼 차량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연말까지 누구나 캐스퍼 5시간 시승 쿠폰(5시간 대여료 무료)을 다운받아 사용 가능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해당 쿠폰은 쏘카 앱을 통해 다운로드 및 이용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1호차 상징적 의미
캐스퍼는 노사 상생형 일자리로 주목받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에서 위탁받아 만든 1호 차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광주 빛그린산업단지 내 위치한 GGM 공장은 국내에 23년 만에 신규 설립된 완성차 공장이다. GGM은 프레스 철판을 용접하고 조립하는 차체 공장으로 로봇을 도입해 100% 용접 자동률을 자랑하고 있다. 차체의 방음·방진·방청 처리를 맡은 도장 공장은 건식부스, 수성페인트 등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했다.
연면적 10만9194㎡ 부지 위에 들어선 GGM 자동차 공장은 차체, 도장, 의장 공정을 거쳐 현대자동차의 엔트리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시간당 22대씩 생산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제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이 60대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은 다소 낮지만 570여 명의 직원들이 별도의 교대 없이 근무 중이다. 직원 중 80% 이상이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다. 평균 연봉은 3500만원(주 44시간 근로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업계보다 낮지만 올해 초 신입사원 공채에는 무려 1만2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기도 했다.
GGM은 누적 생산 35만 대를 달성할 때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무노조 체제’를 바탕으로 ▲호봉제 폐지 ▲개방적 사내 문화 ▲전문성 위주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근로자 대표 6인, 사측 대표 6인으로 구성된 상생협의회가 분기별로 회의를 열고 애로·건의사항 등을 논의한다. 또한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상승하는 호봉제를 채택하지 않고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시급제를 채택했다. 내년부터는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직능급과 성과급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사내 문화 형성을 위해 직급을 없애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매니저’로 부르도록 했다. 매니저 제도는 일부 스타트업, 대기업 등에서 근로자들의 창의성 제고를 위해 도입하는 인사 시스템 중 하나다.
GGM은 또한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MZ세대’와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경력직을 연결시키기 위한 ‘서포터즈’ 제도도 새롭게 도입했다. 완성차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한 숙련공들을 서포터즈로 위촉 영입해 신입 직원들에게 기술과 경험을 전수해주기 위해서다.
GGM이 캐스퍼로 주목받으며 좋은 출발을 했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메르데세스-벤츠, BMW 등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들로부터 위탁 생산 물량을 받는 마그나와 달리 GGM은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이 없다. 또 추가로 차종을 수주하고 수출 판매로 개척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익분기점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GGM 직원들이 기대하고 있는 성과급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급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