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 살피는 AI 가전 전성시대… 상한 식재료 체크 반려동물 케어는 기본, 맞춤형 조리법부터 부족한 식자재 주문까지
이종혁 기자
입력 : 2021.11.02 16:15:14
수정 : 2021.11.02 16:15:49
가전은 더 이상 모터 달린 기계가 아니다. 요즘의 가전은 집안 구석구석을 자율주행하고 음성으로 제어하며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세탁부터 조리까지 제공한다. 초당 수조~수십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와 사물을 인식해 디지털로 재구성하는 ‘라이다’ 같은 첨단 부품의 힘으로, 가전은 인공지능(AI)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AI 가전은 집을 스마트홈으로 재구성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24.1% 성장세가 기대된다. 작년 말 약 608억달러(약 71조원) 규모였던 스마트홈 시장은 2025년 178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다퉈 똑똑한 AI 가전제품을 국내외에 선보이고 있다. 냉장고부터 에어컨, 청소기, 오븐까지 안 만드는 게 없는 종합 가전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홈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미국·유럽 브랜드는 종합 가전보다 소품종 전문 가전을 만드는 기업에 가까우며 가전제품군을 아우르는 스마트홈 서비스는 도전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하이얼·샤오미가 스마트홈 시장에 도전장을 냈으나 아직 삼성·LG만큼의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기술력을 이용해 스마트홈 플랫폼을 주도한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이 가능한 AI 비서인 ‘빅스비’가 중심이다. LG전자는 ‘LG 씽큐’를 앞세우고 있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그룹장(전무)은 “구글과 아마존 같은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쇼핑과 레저 같은 분야에서 AI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삼성이 잘할 수 있는 AI 서비스는 다양한 가전기기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정교화해 소비자들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마트홈 기기를 통합 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인공지능(AI) 냉장고 디오스 스마트 얼음정수기 냉장고
▶반려견의 똥도 피해가는 똑똑한 삼성 제트봇 AI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출시한 비스포크 제트봇 AI 청소기가 8월 말까지 4개월간 국내 전체 로봇청소기 매출의 60%를 차지한다고 최근 밝혔다.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4개월간 로봇청소기 매출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배 증가시켰다고 한다. 황태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전무는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로봇청소기 사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율주행 능력을 비롯해 청소 성능과 펫 케어 기능까지 차별화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 제트봇 AI 청소기는 라이다 센서와 NPU를 탑재해 AI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 청소기를 켜면 알아서 자율주행하며 집안이 몇 평인지, 구조는 어떤지, 바닥은 어떤 재질로 이뤄져 있는지 즉각 인식한다. 제트봇 AI는 이렇게 돌아다니며 집의 지도를 그린다. 3년간 100만 장의 영상·사진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장착된 덕분이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냉장고 비스포크 패밀리허브
제트봇 AI는 집안의 가전·가구 19종을 알아보고, 그 특징에 맞게 대응한다. 수건과 양말, 장난감의 특성을 구분할 수 있고 유리컵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은 건드리지 않는다. 반려견의 변을 인식해 스스로 회피한다. 카펫 위에서는 흡입력을 한껏 높이기도 한다. 청소가 끝나면 알아서 충전기로 돌아가 충전을 시작한다. 빅스비를 통해 음성으로 청소 명령을 내리거나 청소할 곳을 지정할 수도 있다.
제트봇 AI는 반려견을 돌보는 펫 서비스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견종 6종의 자료를 수집해 제트봇 AI에 학습시켰다. 제트봇 AI의 펫 케어 기능을 켜면 청소기는 반려견을 찾아 영상·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반려견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음악을 틀거나 말을 걸어준다. 또 반려견이 갑자기 짖거나 이상 행동을 하면 주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주기도 하며 소리를 들으면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바크 디텍션’ 알고리즘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제트봇 AI에게 앞으로 고양이 같은 다른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얼굴, 행동을 알아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로 학습시킬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인식하면 펫 케어뿐 아니라 고령 가구를 위한 시니어 케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제트봇 AI가 스마트홈의 중심 가전으로 위상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고 다양한 활용방안을 구상 중이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AI
▶레시피부터 내게 맞는 세탁법까지 알려주는 삼성 AI 가전들
삼성전자는 제트봇 AI 외에도 비스포크 직화오븐 AI와 비스포크 패밀리허브 냉장고, 그랑데 AI 세탁·건조기 등 AI 가전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비스포크 직화오븐 AI는 사용자의 사용습관에 따라 모드 순서와 온도가 자동 조정된다. 또 올해 출시한 신형 직화오븐 AI는 ‘대화형 알림창’을 통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23가지 요리의 조리 과정을 안내해준다. 이 제품은 또 자주 하는 요리의 조리법을 ‘나만의 레시피’로 저장해 불러올 수 있고 빅스비로 온도·시간을 음성명령으로 제어하거나 삼성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푸드 AI는 비스포크 패밀리허브 냉장고로도 연결된다. 비스포크 패밀리허브의 AI는 식품 자동 인식 기술로 보관 중인 식재료를 스스로 파악하며, 인식된 식재료는 ‘푸드 리스트’에 추가해 관리한다. AI는 식재료를 인식하고 관리할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음식 취향을 분석해 최적의 식단과 레시피를 제안한다. 맞춤형 식단은 식재료 선호도뿐 아니라 다이어트, 영양 등 기준을 총 7가지로 세분화해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는 데 중점을 뒀다.
패밀리허브의 추천 레시피에서 제공하는 조리 모드나 시간, 온도는 삼성 직화오븐 AI나 전자레인지로 곧바로 전송할 수 있다. 각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는 이마트몰 앱에서 간편 주문할 수도 있다. 패밀리허브의 스크린은 단순한 냉장고 화면이 아니라 스마트홈과 소통하는 ‘창(窓)’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패밀리허브 스크린을 이용해 ▲가전제품을 진단, 관리하는 ‘홈케어 매니저’ ▲공기 질을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싱스 에어’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과 절전 가이드를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에너지’ ▲보안 관리를 위한 ‘스마트싱스 홈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역시 AI 기능을 통한 맞춤형 정밀 세탁·건조가 가능하다. 세탁기는 빨래 무게에 따라 세제와 유연제를 10단계로 정밀하게 구분해 투입할 수 있다.
그랑데 AI는 옷감의 무게, 종류와 오염도 등에 따라 세탁부터 탈수까지 맞춤으로 동작하는 ‘AI 맞춤세탁’ 코스도 진행할 수 있다. 세탁물 중 섬세한 소재 비중이 높으면 버블펌프 동작을 강화하고 모터 회전은 줄여 옷감을 보호한다. 타월이 많으면 헹굼 횟수를 자동으로 추가해 잔류 세제가 남지 않도록 해준다. 세탁물이 9㎏이 넘으면 세탁기가 알아서 감지해 더욱 강한 물줄기를 쏘는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세탁기·건조기·에어드레서를 연동시켜 취향에 맞는 의류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싱스 클로딩 케어’도 제공하고 있다.
▶“주인님 음식이 상했어요”
식재료 유통기한도 알아보는 LG 가전
LG전자 역시 푸드 AI를 강조한 생활가전을 앞세워 스마트홈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가전’ 초연결·초저지연을 지향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고도화한 AI·빅데이터 서비스를 가전제품에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의 대표 AI 가전은 디오스 스마트냉장고다. 올해 출시한 디오스 스마트얼음정수기 냉장고는 보관 중인 식재료를 인식해 요리방법을 추천하거나 집 밖에서도 냉장고의 보관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식품을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디오스 스마트냉장고는 냉장실 내부 카메라를 통해 보관 중인 식품들을 인식한다. 냉장고 상단 도어 전면에 탑재된 21.5인치 투명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는 내부 사진과 식품 목록을 표시한다. 이는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에 표시돼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다. 이 냉장고는 또 보관 중인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방법을 추천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정보를 소비자에 알려주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디오스 스마트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의 씽큐 푸드 메뉴를 통해 필요한 식품을 스마트 식품관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은 후 LG 씽큐 앱으로 결제하면 된다.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을 활용해 냉장고에 있는 식품을 바로 확인하고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삼성전자 스마트홈 서비스
LG전자는 GS프레시몰과 손잡고 LG 씽큐 앱에 식품 구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소비자는 GS프레시몰에 있는 약 3000여 개 식재료 구매가 가능하다. LG전자는 서비스를 지속 확대시켜 식품에 대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LG전자의 푸드 AI는 LG 디오스 광파오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2019년부터 디오스 광파오븐에 적용한 ‘인공지능쿡’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인공지능쿡은 사용자가 와이파이를 탑재한 디오스 광파오븐과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을 연동시켜 사용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정 간편식의 바코드를 찍으면 최적의 조리법을 광파오븐에 자동으로 쏴준다. LG전자는 풀무원식품을 시작으로 CJ 제일제당, 동원 F&B, 대상 등 식품 브랜드와 인공지능쿡 협력을 확대해왔다. 인공지능쿡이 가능한 가정 간편식도 33개에서 120개 이상으로 늘린 상태다.
LG 디오스 광파오븐의 레시피 기능은 AI가 알아서 조리를 해주는 것이다. 요리 재료를 오븐에 넣고, LG 씽큐 앱에서 원하는 요리에 대한 요리법을 확인한 뒤 ‘오븐에 전송’을 누르면 광파오븐이 알아서 요리별 최적 온도와 시간을 설정해준다. 소비자들은 LG 씽큐 앱에서 ▲간식 ▲홈 브런치 ▲제과제빵 등 다양한 주제별 요리법을 파악할 수 있다.
윤경석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부사장)은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편의성을 높인 LG 가전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최신 로봇청소기 ‘LG 코드제로 씽큐 R9 보이스’ 역시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청소를 시작한다. 씽큐 R9 보이스도 AI 학습을 통해 집안 내 구조를 파악하고 장애물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AI는 빅스비다. 빅스비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와 가전제품 전반에 탑재한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원솔루션으로 스마트홈뿐 아니라 스마트 기기, 자동차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빅스비는 현재 대부분의 삼성 최신 기기에 탑재되며 음성인식뿐 아니라 터치, 사진 분석, 사용자 이용 패턴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또 스마트싱스와 결합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완성한다. 삼성전자는 2014년 약 2000억원에 미국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이었던 스마트싱스를 인수하며 스마트홈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글로벌 가전·스마트 기기 수를 약 1억3000만 대로 추산한다. 또 전 세계 스마트싱스 이용자는 2억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이 보내는 실사용 빅데이터를 이용해 AI를 학습시키고 더욱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전 세계 각지에 설립한 연구소와 현장 전문가들을 통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계층의 문화·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AI 가전과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삼성전자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구글·아마존과 열린 생태계 구축하는 ‘LG 씽큐’
LG전자는 자체 AI 기술 브랜드인 LG 씽큐를 가전기기에 적용한다. LG전자는 독자 기술인 씽큐 외에도 글로벌 IT 기업들과 AI 분야에서 협업하는 열린 생태계를 지향한다. 이 때문에 LG 씽큐는 LG전자의 자체 기술인 딥씽큐뿐 아니라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네이버 클로바 같은 다양한 외부 AI 기술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LG 씽큐를 스마트홈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LG전자는 조만간 LG 씽큐를 통한 통합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LG 씽큐 앱을 이용해 집안 내 가전제품 에너지 사용량, 전기요금, 에너지 절약 방법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여름과 겨울철 효과적인 가정 내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