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홈술 덕에 와인시장 나 홀로 UP, 특급호텔 소믈리에가 포린이에게 추천하는 올여름 와인은?
안재형 기자
입력 : 2021.05.31 16:31:50
수정 : 2021.05.31 16:32:13
국내 수입주류시장에 와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수입량은 총 40만4229t으로 전년 대비 13.7%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주류 수입량이 평균 28.5%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시장이 된 셈이다. 수입주류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맥주의 수입량도 전년 대비 22.8%나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와인 등 과실주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30.4%(총 6만9413t)나 늘었다.
주류업계에선 ‘홈술’과 ‘혼술’ 등 팬데믹 상황이 나은 현상이 와인시장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와인수입사의 한 관계자는 “내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술을 즐긴다는 라이프 스타일에 와인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며 “특별한 날에 마시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즐기는 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올 1분기에만 와인 수입 1억달러 훌쩍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여전하다. 올 1분기(1~3월) 와인 수입량(2ℓ이하 제품)은 좀 더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1분기 와인 수입량은 총 1만5473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3%나 늘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966만2000달러(약 12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5.4%나 껑충 뛰어올랐다. 역시 최고치로 1분기 기준 와인 수입액이 1억달러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특급호텔의 한 소믈리에는 “코로나19 이후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기는 고객은 현저히 줄었지만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고객은 오히려 늘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의 이유로 집에서 즐기는 분들 중에도 데일리 와인과 함께 그보다 가격대가 높은 와인을 함께 고르는 분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2030세대가 와인을 즐기는 것도 저변 확대의 중요한 축이 됐다”며 “무엇보다 고객군이 넓어지며 와인의 품질과 가격대도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MZ(밀레니얼+Z)세대가 주류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와인업계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집과 가까운 소매점의 와인 구매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마트의 경우 올 1~4월 2030세대의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47% 성장한 반면 맥주 매출은 13.1% 느는 데 그쳤다. 이처럼 2030세대의 와인 구매가 늘면서 기존 주류 매출 1위인 맥주 매출도 바짝 뒤쫓고 있다.
올해(1~4월) 이마트의 와인과 맥주 구성비는 42:58로, 전년 동기 35:65 대비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편의점 사정은 더 극적이다. 올 1분기 세븐일레븐의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CU의 와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5.8%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24는 올 1분기 와인 판매량이 80만 병을 넘어섰다. 1분기에만 지난해 판매량(170만 병)의 절반을 판매한 셈이다.
▶대형마트·편의점, MZ세대 잡아라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관련 업체들도 MZ세대를 향한 적극적인 마케팅과 와인 상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상반기 와인장터’ 행사를 진행한 이마트는 총 1200여 품목의 와인을 정상가 대비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행사가 와인 고객 비중이 높은 전국 50여 개 대형 점포 위주로 진행되며 중·소형 점포에는 일부 품목만 할인 판매됐다면, 이번엔 와인 시장 대중화에 맞춰 전 매장에 중저가 데일리 와인 기획 물량을 2배로 늘렸다.
롯데마트는 업계 최초로 국가대표 소믈리에와 선정한 와인을 단독으로 한정수량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와인 2종은 ‘아브 루 꼬네 씨 앤 루즈’(1만2000병)와 ‘도멘 라파주, 더블 파사주’(6000병). ‘아브 루 꼬네 씨 앤 루즈’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박스로 사야 할 만큼 뛰어난 가성비를 지닌 와인”이라고 극찬한 제품이다. ‘도멘 라파주, 더블 파사주’는 글로벌 와인 정보 제공 애플리케이션인 비비노(VIVINO)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이다.
편의점도 와인이 중심이 된 주류 특화 매장을 늘리고 있다. CU는 지난 3월 시작한 와인 특화 매장 수가 1400개점까지 늘었다. 연내 500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GS25는 지난 2월 서울 역삼홍인점을 ‘와인25플러스’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으로 지정했다. 취급하는 와인만 130여 종이나 된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와인25플러스에선 고객에게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와인을 구입하면 레스토랑에서 와인 오프너와 와인잔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 빕스, 더플레이스, 오늘 와인한잔, 애슐리 등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GS25는 연내 2000개까지 와인 특화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 역시 주류 특화 매장을 2600여 개 점포로 확대했다. 일반 점포가 대부분 4~5종의 와인을 취급한다면 이곳에선 수십 종의 와인을 판매한다. 매월 추천 와인을 할인 판매하는 ‘이달의 와인’, 앱(APP)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O2O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칠성음료 온라인 공식몰 ‘칠성몰’과 와인 픽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칠성몰에서 원하는 와인을 예약하고 수령 날짜와 희망하는 세븐일레븐 매장을 선택한 후 수령하는 방식이다. 세븐일레븐은 자사 모바일 앱 ‘세븐앱’을 통한 ‘와인 당일 배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앱에서 오전 8시까지 와인을 예약하면 당일 오후 6시에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올여름 와인은 로제와 스파클링
그렇다면 와인에 첫발을 내디딘 이른바 ‘포린이(포도주+어린이)’ 입장에서 올여름엔 어떤 와인을 선택하는 게 가장 적합할까. 국내 특급호텔 3곳의 소믈리에에게 ‘올여름 와인’ 추천을 부탁했다. 이동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식음팀장과 김덕주 JW메리어트호텔서울 소믈리에, 유승민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 수석 소믈리에가 가격대(1만, 3만, 5만, 10만, 20만원대 이상)별로 총 5종의 와인을 선정했다. 국가대표급 소믈리에가 선정한 ‘올해의 와인’을 소개한다.
▷1만원대
빌라 욜란다 로제 모스카토 다스티
(Villa Jolanda Moscato d’Asti Rose) (이탈리아|CSR)
“낮은 알코올 도수, 달콤한 맛과 화려한 색상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입니다. 과일 케이크나 과일 타르트와 찰떡궁합이죠.”
▷3만원대
카니버 카베르네 소비뇽
(Carnivor Cabernet Sauvignon) (미국|롯데주류)
“카니버는 ‘육식동물’이란 의미예요. 카베르네 소비뇽의 묵직한 타닌은 캠핑 가서 육류와 즐기기에 좋습니다. 그릴에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나 양갈비 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5만원대
판티니 그랑 퀴베 비안코 스와로브스키
(Fantini Gran Cuvee Bianco Swarovski) (이탈리아|와이넬)
“라벨의 스와로브스키 장식은 고급스러움과 함께 와인의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각종 야채, 샐러드와 생선회, 초밥, 치즈 플래터와 함께 하면 더욱 좋습니다.”
(Cloudy Bay Sauvignon Blanc Te Koko) (뉴질랜드|모엣헤네시)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클라우디 베이의 프리미엄 소비뇽 블랑으로 테 코코는 오크 숙성으로 복합적인 맛과 짙은 보디감을 갖춘 와인입니다. 해산물 요리에 어울리는데, 대게나 킹크랩, 그릴 생선, 혹은 염소 치즈와 썩 잘 어울립니다.”
▷20만원대
로랑 페리에 그랑 시에클 그랑드 퀴베 브뤼
(Laurent Perrier Grand Siecle Grande Cuvee Brut)
(프랑스|동원와인)
“그랑 시에클은 ‘찬란한 시대’라는 의미예요. 8년 숙성에서 오는 뛰어난 복합미와 산도의 밸런스가 완벽한 맛을 선사합니다. 로브스터 구이나 소 등심 스테이크, 브리 치즈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1만원대
미스팅게 브뤼 로제
(Mistinguett Cava Brut Rose) (스페인|신세계 L&B)
“야외 피크닉에서 가볍게 드실 수 있는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카바(CAVA)’는 샴페인과 동일한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가격 대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죠. 화려한 분위기를 표현한 도발적인 컬러의 라벨 디자인과 함께 로제 스파클링 와인 특유의 산뜻한 산도와 거품의 조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토마토 부라타 치즈 샐러드, 각종 튀김류, 해산물과 곁들여 먹기 좋은 와인입니다.”
▷3만원대
발타사 레스, 리슬링 카비넷 ‘모노폴’
(Balthasar Ress, Riesling Kabinett ‘MONOPOLE’) (독일|CSR)
“포린이와 약간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을 찾는 여성분들에게 추천해드리는 와인입니다. 독일의 리슬링은 훌륭한 산도를 지녀 가볍게 식전 와인으로 마시기 좋고, 독일의 와인 등급 중 하나인 카비네트는 와인에 남아있는 당분으로 산도와 밸런스를 유지해 새콤달콤한 맛을 안겨 줍니다. 복숭아, 자몽, 시트러스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타이 푸드, 로브스터 구이, 샌드위치 등과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5만원대
기센 더 브라더스 말보로 피노 누아
(Gisen The Brothers Marlborough Pinot Noir) (뉴질랜드|LB 와인)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은 산도가 중요한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의 세계적인 생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밤낮의 일교차를 이용해 산도를 유지하는 말보로 지역의 피노 누아는 풍성한 붉은 과실들의 복합적인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의 밸런스가 훌륭하죠. 오리 구이, 구운 치킨, 버섯 그라탕 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와인입니다.”
미스팅게 브뤼 로제,
발타사 레스 리슬링 카비넷 ‘모노폴’,
기센 더 브라더스 말보로 피노 누아,
파 니엔테 샤르도네,
찰스 하이직 블랑 드 블랑
▷10만원대
파 니엔테, 샤르도네
(Far Niente, Chardonnay) (미국|나라셀라)
“파 니엔테는 ‘아무 근심걱정 없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모임에 적합한 와인이죠. 화려한 레이블을 뒤로 뛰어난 퀄리티와 보디감을 감추고 있습니다. 잘 익어 즙이 풍부한 배를 비롯해 열대과일, 넛맥(Nutmeg), 헤이즐넛(Hazelnut)과 오크의 풍미도 맛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빼어난 질감과 무게감, 깊이를 갖추는 와인이에요. 해산물 요리와 토마토 파스타에 어울립니다.”
▷20만원대 이상
찰스 하이직, 블랑 드 블랑
(Charles Heidsieck Blanc de Blanc) (프랑스|까브 드 뱅)
“1949년부터 샤르도네 100% 샴페인을 만들어 블랑 드 블랑 카테고리를 개척한 오리지널 블랑 드 블랑 하우스. 전설이 된 블랑 데 밀레네르의 양조 노하우로 만든 논 빈티지 블랑 드 블랑 샴페인입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전쟁 승리 후 즐겨 마셨던 샴페인이자 영국의 찰스 황세자, 다이애나 비의 웨딩 샴페인이었어요. 시트러스, 레몬, 자몽, 토스트의 풍미를 지니고 있어서 특히 연어 요리와 굴, 캐비어 등과 함께 즐기시기 좋습니다.”
▷1만원대
더 롱 독 로제 블랑 에디션 375㎖ 2020
(The Long Dog, Rose Edition) (프랑스|CSR)
“날씨가 더워 쉽게 피로하고 지칠 때 상큼하고 시원한 로제 한 잔이면 한껏 기분을 업시킬 수 있습니다. 신선한 딸기, 라즈베리 등 베리류의 풍부한 과실향을 느낄 수 있고 질감이 부드러워 누구라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와인입니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나 리치한 질감의 크림소스 파스타에 곁들이면 그만이죠.”
▷2만원대
레오파드 립 슈냉 블랑 2020
(Leopard's Leap Culinaria Chenin Blanc) (남아프리카공화국|에노테카코리아)
“남아공의 대표적인 슈냉 블랑 생산지 부아-파드버그(Voor-Paardeberg) 지역의 포도를 사용했습니다. 루아르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어요. 평균 포도 수령이 20년쯤 되고 배수가 원활한 토양에서 수확한 포도죠. 노랗게 잘 익은 흰 복숭아나 멜론과 같은 과일의 아로마를 보여줍니다. 약간 스위트-스파이시한 맛과 생생한 산도감이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이죠. 샐러드나 신선한 해산물 요리에 어울립니다.”
▷3만원대
아다라스, 유비아 <빗물> 2019
(Adaras Lluvia) (스페인|CSR)
“빗물이 담긴 레이블처럼 긴 여름 장마철, 집에서 따뜻한 전을 구워 한잔 곁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사르르 녹는 느낌이죠. 근방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포도밭이 위치해 가장 순수한 비를 맞고 자라 깨끗한 미네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광어 세비체나 풍기 파스타, 로브스터 버터구이, 모듬전과 마리아주가 딱이죠.”
(Chateau Puech Haut, Argali Rose) (이탈리아|와이넬)
“마르코 폴로의 기행문에 나오는 신비로운 양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모던한 스타일의 와인입니다. 2020년 코리아와인 챌린지 대회에서 로제 트로피(2019 빈티지)를 수상했습니다. 시트러스 계열인 포멜로(Pomelo)와 다양한 이국적 과일의 아로마가 느껴지고 활기찬 산도와 크리스피(Crispy)한 질감, 상큼함을 지닌 와인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곁들인 샐러드나 생선구이, 야외 바비큐 요리 등 다양한 메뉴와 페어링 가능한 로제 와인입니다.”
▷10만원대
샴페인 드라피에, 카르트 도르 브뤼 NV
(프랑스|CSR)
“무더운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시작부터 끝까지 깨끗하고 순수하게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이죠. 프랑스 엘리제궁에 공식 납품하고 아시아나 비즈니스 클래스에 서비스될 만큼 동급 샴페인 중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가 선택했고,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아끼던 샴페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닭고기 요리, 치즈, 흰 살 생선 요리에 적합합니다.”
▷20만원대 이상
스리 스틱스, 듀렐 샤도네이 2018
(Three Sticks, Durell Chardonnay) (미국|CSR)
“소노마 카운티의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돼 신선한 산도와 미네랄이 돋보이는 천의 얼굴을 지닌 샤도네이죠. 시원한 산들바람처럼 기분 좋은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리 스틱스의 플래그십이면서 소노마 지역을 대변하는 와인이자 듀렐 빈야드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탄생한 화이트 와인입니다. 연간 8000병만 생산되는데, 잘 익은 과실 풍미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드럽고 묵직한 질감, 뛰어난 산미가 관자 버터구이, 수비드한 돼지고기 요리, 오일 파스타에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