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7년 새 10배 이상 커진 중국 애완동물 시장 ‘1억6800만 마리’ 의료시장만 3조원 달해
입력 : 2018.08.27 08:21:56
수정 : 2018.08.27 09:07:46
노총각 텅페이(40) 씨는 지난 6월 말 베이징의 한 호화 애완동물 호텔에 예약 전화를 했다. 8월 중순 유럽 출장에 이어 여름휴가를 떠나는 3주 동안 강아지를 호텔에 맡기기 위해서다. 예약을 너무 일찍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텅 씨는 “바쁜 일상 탓에 평상시에도 강아지를 종종 호텔에 맡기는데 특히 춘제(중국 설)나 휴가철에는 금세 예약이 꽉 차기 때문에 일찍 움직였다”며 “가격이 제법 비싸지만 가족 같은 반려견에게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춘제 전후 한 달 동안 강아지를 이 호텔에 맡기고 무려 1만8000위안(약 306만원)을 지불했다. 하루에 600위안(10만2000원)짜리 서비스인 셈이다. 텅 씨의 강아지 사랑은 사료에서도 묻어난다. 스테이크 향이 가미된 간식, 프리미엄 개 껌 등이 그의 집안에 가득하다. 텅 씨는 한 달 평균 1000~2000위안(17만~34만원)가량을 강아지 먹이는 데 쓰고 있다.
이처럼 중국 애완동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려는 수요 역시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1인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중국의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80허우(80后 ·1980년대 출생자)’ 이후 세대의 애완동물 양육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관련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 이유로 꼽힌다.
중국 애완동물 산업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1340억위안(약 22조7800억원)에 이른다. 2010년 140억위안(약 2조38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이 7년 만에 9배 이상 커진 것이다. 백서는 오는 2020년 중국 애완동물 시장 규모가 2220억위안(약 37조7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시나차이징 등 중국 경제매체들은 “2016년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돌파한 중국 애완동물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급팽창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며 “호텔, 식료품, 의료, 미디어(TV·극장), 장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완동물에 특화된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 잡으며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베이징 시내에서 애완동물을 임시로 맡아주는 호텔과 전문 애완동물 숍을 둘러보니 다양한 서비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베이징 푸리청에 위치한 호화 애완동물 호텔에서는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예컨대 견주가 강아지를 데리고 이 호텔을 찾으면 의료 상담원이 우선 강아지의 크기와 몸 상태 등을 파악하고 견주에게 맞춤형 패키지를 제시한다. 초호화 패키지인 ‘풀 케어(Full-care) 서비스’의 경우 전문 사육사가 교대로 24시간 강아지를 돌보면서 최고의 식단과 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일반 패키지에 비해 3~4배 넓은 수면 공간, 수영 강습, 마사지 및 미용, 도그 TV(강아지를 위한 TV 프로그램), 정기 검진 등도 포함돼 있다. 견주의 목소리를 녹음해 뒀다가 강아지의 심리 상태가 불안할 때 들려주는 감성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가격에 따라 서비스의 범위와 질은 천차만별이다. 풀케어 상품(성수기 기준)은 하루 900위안(약 15만3000원)이지만 일반형 패키지는 하루 50~120위안(약 8500원~2만400원) 수준이다.
강아지만 돌봐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 중국 애완동물 숍에서는 강아지를 비롯해 고양이, 도마뱀, 거미 등 다양한 애완동물들을 맡아준다. 애완동물 호텔 관계자는 “대도시 출신의 40세 이하 젊은 여성 손님들이 많다”며 “이들은 보통 애완동물을 한 마리 이상 키우면서 자식처럼 여기는 성향이 있다”고 전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애완동물 수는 1억6800만 마리로 집계됐다. 이 중 강아지(4990만 마리)와 고양이(3756만 마리)가 전체 애완동물 가운데 52%를 차지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2만 호로 중국 전체 가구의 17%에 이른다. 또 1인당 가처분소득이 높은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의 가구에서 1억 마리 이상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애완동물 주인 통계를 살펴보면 만 40세 이하가 84%, 여성 비중은 67%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애완동물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주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애완동물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있다고 답했으며, ‘친구(애인)’라고 말한 비율도 27.8%에 달했다. 애완동물 시장은 크게 상품과 서비스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생산액과 부가가치 총계를 기준으로 시장 규모를 비교해 보면 대략 7 대 3정도다. 상품 시장은 다시 식품(사료), 간식, 보건용품, 의약품, 장난감 등으로 나뉘는데 식품과 간식 시장이 70%가량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의 애완동물 식품(간식 포함) 시장은 720억위안(약 12조2400억원)을 넘어섰다. 또 작년 한 해 중국에서는 110억위안(약 1조8700억원)어치의 애완동물 식품이 팔렸다. 이는 전년대비 36.9% 급증한 수치다. 애완동물 식품은 건식사료, 습식사료, 간식·기능성 사료 등으로 구분되는데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반려견 건식사료다. 지난해 중국의 반려견 건식사료 매출은 71억903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애완동물 식품의 고급화 추세도 뚜렷하다. 2013~2017년 매출 기준으로 저가형 습식제품과 건식제품은 각각 29.4%, 26% 성장한 반면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습식 34.6%, 건식 30.6%를 기록해 저가형보다 판매 증가율이 더 높았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세대가 애완동물을 많이 키우다 보니 식품 구매에 있어서도 온라인 채널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업정보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임한 애완동물 주인의 58%(복수응답 포함)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애완동물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트(34%), 화조(花鳥) 시장(31%), 중소 슈퍼마켓(27%), 동물병원(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비스 시장은 의료와 미용 분야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애완동물 의료시장 규모는 175억위안(약 2조9750억원) 수준으로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5%씩 성장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애완동물 수요에 비춰봤을 때 의료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