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12) 직장인의 인사청문회, 평판조회
입력 : 2015.08.21 09:16:46
정부에서나 민간 기업에서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사람을 잘 골라 쓰는 일이다. 점점 더 실력은 기본이고 인품과 도덕성까지 훌륭한, 즉 어느 모로 보나 100점 만점인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여러 평가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후보자 본인이 작성한 이력서만 100% 신뢰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인재 추천 시에 항상 “그 사람 어때요?”라고 물어보는데, 가지각색의 평가가 나온다. 일은 잘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는 독불장군이라든지,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했지만 뒤집어보면 무능하다든지 그야말로 생생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다. 한 인터넷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판조회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채용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부정적인 평판 내용 때문에 탈락한 사례가 70% 이상이라고 하니 면접만 잘 본다고 능사가 아니다.
평판조회가 중요해지면서 예전과 달리 신랄하게 대답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여섯 번의 인터뷰와 적성검사까지 다 거쳤는데 마지막에 전 상사의 “그 사람을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채용이 취소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평판조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평판조회가 일반화돼 있고, 일용직이나 택시기사를 고용할 때도 사실 확인 위주로 평판을 조사하는 등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스펙트럼도 간단히 학력이나 경력, 범죄, 마약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심도 있는 조사까지 광범위하다. 영향력도 대단해서 이력서에 적힌 재직 기간과 평판조회 결과가 단 몇 개월이라도 다르다면 윤리적인 문제로 탈락 또는 합격취소를 통보할 정도다.
평판조회 인터뷰에 참여하는 사람도 자신의 답변이 인재 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신용을 중시하는 서구사회에서는 자신의 말 한마디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성심 성의껏 신중하게 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업은 심지어 신입사원을 뽑을 때에도 평판조회를 실시할 만큼 채용의 필수 요소로 확립돼 가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주로 걸림돌이 되는 3대 요주의 목록은 학력이나 경력 위조, 금전적인 비리, 성희롱이나 폭력 등 불미스러운 사건 등이다. 이외에도 상사나 동료, 부하 직원에게 같이 일하면 절대 안 될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는 것 또한 위험하다.
과대 포장에 대한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A사에서 요청한 식품 부문 영업 본부장급 인력 추천을 위해 이력서를 물색하던 중 눈에 띄는 후보자가 있었다. 외국의 유명 대학을 졸업했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들에서 CEO를 여러 차례 역임하며 큰 성과를 냈다고 서류를 제출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을 발견했다.
총 경력이 25년인데 3, 4년에 한 번씩 총 6번이나 이직을 한 것이다. 이력서 상으로는 그 자리에 적격자이지만 잦은 이직에 따른 문제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서 실질적으로 같이 일을 했던 상사, 동료와 부하 직원에게 조회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항상 새로운 직장에 화려하게 입사한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좋지 않은 실적으로 매번 재계약이 안 되거나 권고사직 당하기를 반복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좋은 평판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경력, 학력 등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것, 자신에게 불리한 이력을 삭제해버리는 것 등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금전적 사고는 치명적이다
B부장은 직장 생활 중에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출중한 능력에 나이도 40대 중반으로 젊어 여기저기에서 데려가려고 하는 인재다. 얼마 전 사직했다는 말을 듣고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어느 기업이든 추천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발견됐다. 회사 법인카드로 주말에 식구들과 외식을 하고, 1년에 수십 권의 책을 비용처리 하는 등 금전적 문제가 평판조회 결과 드러난 것이다. ‘투명 경영’이 강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아무리 사소해도 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을 꺼린다.
재무적인 이슈로 스캔들이 있었다면 좋은 회사로의 재취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동일한 평판으로 낙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돈을 직접 만지는 자리에 있는 재무나 회계 또는 금융권 인재에 대한 평판조회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더 엄격하게 조회된다. 또한 개인 재산 및 채무 상황에 대한 신용 조회도 이루어지므로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청렴결백할 것이 무엇보다도 강하게 요구된다.
무심한 신체 접촉이 영원히 발목 잡는다
50대인 C상무는 신입사원들을 아들, 딸 보듯이 아낀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귀엽다고 어깨나 뺨을 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는 최근 인사부에 투서가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상무님을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하지만, 계속해서 만지시면 성희롱으로 제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는 별로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일들이 요즘에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져서 본인이 기분 나쁘다고 느끼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이슈가 되면 회사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해 큰 위기가 되고, 개인적으로도 ‘성희롱’이라는 낙인이 찍혀 영영 좋지 못한 평판에 시달리게 된다. 프랑스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때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호텔 청소원 성희롱 사실이 밝혀져 나락으로 떨어진 후 “순간의 쾌락을 거부하지 않아 내 인생을 망쳤다”고 후회했다. 이처럼 한순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영원히 발목 잡힐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나온 다리를 불태워서는 안 된다
직장인 D씨는 이직을 결심했다. 준비에 몰두한 만큼 자연히 현재 직장의 업무에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고, 수시로 잡힌 면접 때문에 대충 넘어간 일들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떠나고 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목표한 회사의 최종 면접에 합격했고,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마지막 관문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이직한 직장에서 실시한 평판조회에서 전임 상사와 후임자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업무 인수인계를 소홀히 하고,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않고 그만두었다는 피드백이었다. D씨는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과 외국어 능력 등으로 많은 면에서 전 직장에 공헌했다. 그것을 100 중 90으로 친다면, 떠나기 전 마지막 몇 개월 동안 제대로 못한 10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사람은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하고, 누군가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뇌리에 더 쉽게 남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만 남는 사람들도 편안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장점을 기억할 수 있으며, 평판 역시 자연스럽게 좋아지게 된다.
인간관계의 모든 방면이 중요하다
평소 남다른 인간관계의 소유자로 소문이 난 E팀장은 자기 부서 직원들뿐 아니라 타 부서 동료나 후배들과도 꾸준히 교류해 인기가 좋았다. 그 또래의 사람들이 대부분 선배나 상사에게는 잘하면서도 부하 직원들에게는 소홀한 데 반해 그는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두루두루 마음을 쓰며 도움의 손길을 베풀었다.
“저렇게 부하직원들만 챙기고 다니다가는 출세하기 힘들다”라며 비아냥거리는 무리들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E팀장은 CEO로 스카우트돼 자리를 옮겼다. 과거에 관계를 잘 쌓아두었던 직원들에게 받은 좋은 평판이 큰 힘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사에게 잘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지름길이라 생각해 ‘상사바라기’를 자처한다. 하지만 E팀장처럼 360도 모든 방면으로 인간관계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팀워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팀과의 조화를 먼저 생각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뿌린 씨앗은 언젠가 반드시 귀중한 자산이 되어 돌아온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이력서와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앞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면 평판조회를 통해서는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평판조회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경제 환경은 갈수록 불확실해지는데, 이력서 한 장과 인터뷰 한두 번만으로 중책을 맡길 사람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판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더 어렵고, 두렵기까지 하다.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고, 앞서 말한 물의를 빚지 않으면서 꾸준히 평판을 저축하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다. 과거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이 시대에 매일 벽돌을 쌓듯이 차근차근 좋은 평판을 쌓아 아무리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바란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헤드헌터 1세대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가 직장인들의 성공을 위한 스토리를 시리즈로 이어간다. 유 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정부와 공공기관, 주요 기업에 CEO와 핵심임원, 중견 간부급을 물색해 적재적소에 연결시키는 업무를 해왔다. 전문가 시각에서 누가 인재인지, 몸값을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 경력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직장인의 예민한 관심사를 파고든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