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가격대로 하이엔드급 명품을 소유할 수만 있다면?’ 많은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들의 바람이지만 쉬울 리 없다. 중고시장, 대형 아웃렛, 해외 쇼핑을 부지런히 다녀 봐도 마음에 드는 명품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남성들이 열광하는 하이엔드 워치는 주문 제작이 많아 이곳저곳 돌아다녀봐야 찾기도 힘들뿐더러 가격도 수천만~수억원에 달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매거진 속 명품시계 한번 쳐다보고 하염없이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쓰라린 마음 달래는 남성들이 꽤 있다.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피터 스타스(Peter Stas) 프레드릭 콘스탄트 CEO다.
“누구에게나 하이엔드 워치의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는 매력적인 문구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품격 클래식 워치를 만드는 대표적인 액세서블(Accessible) 럭셔리 브랜드. 1904년 시계회사를 설립한 콘스탄트 스타스의 증손자인 피터 스타스가 1988년 현재의 모습을 갖춰 성공을 이끌었다. 특히 유럽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90만원대의 쿼츠모델부터 6000만원대의 뚜르비옹 라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워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1995년부터 바젤 박람회에 초청받아 높은 기술력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최근 브랜드의 역사와 워치메이킹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서적 <Live Your Passion>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피터 스타스를 만나 그의 브랜드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합리적인 명품 누구나 향유할 수 있어야
“25년 전 스키를 즐기러 스위스에 방문해 처음 클래식 워치를 접하게 됐는데 너무 비싸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당시 세이코나 시티즌 등 일본 쿼츠시계의 도전으로 스위스 시계브랜드들은 거의 괴사직전이었거든요. 두 가지 현상을 목격하니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시계사업에 뛰어들기 전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시스템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아시아 시계들이 디자인은 뒤처졌다는 생각에 새로운 기술을 가져와 보완하기 시작했다.
몇 년간 연구과정을 거친 후 처음 1992년 200피스 정도 일본 업체에 공급을 시작했다. 이후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매해 3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작년에는 전 세계 약 12만개의 시계를 생산했는데 이러한 성공에는 자사 무브먼트 개발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첨단 시설을 갖추고 고품질의 무브먼트를 개발해 비용을 낮추고 이제까지 없던 디자인을 선보이려 주력했는데 그 중심에는 ‘하트비트(Heart Beat)’가 있습니다.”
‘하트비트’는 시계 속 탈진기(기어의 회전 속도를 선택하는 장치)와 평형바퀴가 한눈에 보이도록 디자인해 마치 심장이 뛰는 것과 닮아 붙여진 명칭이다. 시계 마니아들과 수집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고 이후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지속적으로 시계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피터는 이후 컴플리케이션 워치 중 가장 복잡한 구조인 뚜르비옹(Tourbillon)의 제작에도 나선다. 프랑스어로 ‘회오리 바람’을 의미하는 뚜르비옹은 지구 중력이 시계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으로 오토매틱 시계기술에 있어서의 최고의 경지를 의미한다. 액세서블 럭셔리를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에 굳이 이러한 첨단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입니다(Of Course)”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는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문자판을 만들어내는 것이 “독립적인 회사로 남아있기 위해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여타 하이엔드워치 브랜드가 그러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뚜르비옹 무브먼트의 핵심은 이스케이프먼트에서 에너지 손실 없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에요. 우리의 뚜르비옹은 진폭이 약 310도로 유지되는 반면에 타사의 뚜르비옹은 210~270도로 일정치 않습니다. 소재에 있어서도 실리시움(규소의 부산물)을 사용하게 되면 진폭이 높아지고 움직임이 부드러워 지는데 현재 실리시움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비롯해 파텍필립, 브레게, 오메가 등 6개뿐입니다. 여타 브랜드들은 거북이처럼 느려 따라오질 못하고 있죠.”
한편 피터 스타스는 2014년 실리시움 소재로 만든 3가지 부품(이스케이프먼트 휠, 앵커, 플라토)을 장착한 ‘뉴 하트비트 매뉴팩처(New Heartbeat Manufacture)’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며 이는 하이엔드 워치 시장에 다시금 “혁신적인 시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업계를 선도하는 신 모델을 자주 선보이는 피터 스타스이지만 그의 머리 속에 3년 이후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변화가 빠른 시장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그는 유연하게 계획의 방향을 설정하고 수정한다고 밝혔다.
“저는 항상 두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다음 주 계획은 무엇일까? 다음 달 무슨 일을 해야 하나?(웃음) 예측과 계획은 3년을 절대 넘기지 않아요. 장기 계획은 여러 가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힘들거든요.”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매년 확연한 성장세를 거두고 있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이기에 보다 대형 워치브랜드가 군침을 흘리진 않았을까?
“아직까지 스와치를 비롯해 다른 브랜드에서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팔 의향이 있는지 물어온 곳은 없었어요. 아내와 이러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설사 물어왔더라도 대답은 NO!였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유브랜드로 남아 사람들을 기쁘게 할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만 주력할 것입니다.”
2년 걸려 펴낸 책 <Live Your Passion> 시계 모든것 담아
피터 스타스와 세계적인 시계전문 기자이자 작가인 기스베르트 부르너가 2년간 공들여 집필한 <Live Your Passion: Building A Watch Manufacture>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워치메이킹브랜드의 시작부터 지금의 성공까지의 역사를 되짚고 있다. 피터 스타스는 “무려 2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친 이 책은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동시에 시계를 매개로 전 세계의 잠재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또한, 브랜드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이 책이 룰북(Rule Book)으로서 브랜드만의 장기적인 문화를 만들고,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지속 성장하게 하는 동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책은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브랜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는 한편 워치 메이킹의 전반적인 역사와 과정을 폭넓게 짚어 주고 있다. 품질과 혁신 등 프레드릭 콘스탄트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매뉴팩처의 워치메이커를 비롯한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풀어내고 있다. 한편 오토매틱 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감없이 짚어 시계 마니아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브루너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경영진 및 직원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에서 시중의 다른 시계 전문 서적과의 차별화를 추구했다”며 “이 책 한권을 독파하면 누구나 시계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용어설명이스케이프먼트 : 시계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톱니바퀴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닻 모양의 장치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