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 Manager]10년 맡긴 고객인데 좋은 성과 내야죠…이채원 부사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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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04 14:31:23
수정 : 2013.02.26 10:20:11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시대가 있었던 지난 2011년이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해 코스피가 11% 마이너스로 떨어졌는데 우리 회사는 적지만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덕분에 재작년에 운용사 전체로 2등을 했다. 지난해는 18.7% 수익률로 1등을 했다.”
지난해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전체 자산운용사 실적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은 환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코스피가 9.4% 올랐는데 이 부사장의 펀드들은 전체적으로 더블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올해만 제대로 가면 그의 10년 만기 펀드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사장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6년 전 자신의 이름을 내 건 펀드를 냈고 본인이 직접 광고에까지 출연했는데 금융위기로 성과관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년 4월에 펀드를 론칭했는데 그 뒤 6년 8개월 동안 금융위기가 두 번이나 찾아왔다. 실적이 좋기가 어려운 때였다. 상대수익률 꼴등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 보다는 5년 이상 고객이 전체 고객의 64%인데 그들에게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줘야 하는 게 나의 의무였다. 그런데 2006년에 넣은 분의 수익률이 5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에 약진하면서 지금은 5만명 전 고객의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작년 말까지 모든 고객의 수익률이 플러스가 나서야 한숨 돌린 느낌이다.”
그는 특히 주가가 하락하는 장에서도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 행진을 하고 있는 게 아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5월 2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2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 코스피가 1970에서 80 사이를 오가는데도 그때 가입한 고객들이 10%선의 수익률을 냈다.”
이 부사장은 증권사에서 6년, 운용사에서 6년 등 12년간 운용을 하는 동안 지수가 하락한 해에 (자신의 펀드가) 지수보다 더 크게 빠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 6년 누적수익률은 116%이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가 76% 올랐는데 연평균 6~7% 복리는 충분히 해낸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장기투자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나는 밸류자산운용을 맡으면서 두 가지 약속을 했다. 당시에 내 얼굴을 내걸고 광고를 해서 자금을 유치했다. 약속 가운데 하나는 10년 동안 내가 떠나지 않고 운용하겠다는 거였다. 또 하나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기업가치만 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부사장은 10년 투자 펀드를 성공시키는 데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성공해야 한국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의 장점을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10년 투자 펀드를 멋지게 성공시켜 우리나라에서도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 또 10년 이상 한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 두 가지를 실현한 뒤에도 가능하면 계속 펀드를 운용하고 싶다. 10년이 아니라 30~40년을 가는 펀드매니저로 고객과 함께 하는 게 꿈이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도 확실한 것 두 가지가 있으니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첫째 절대 지구는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 시장이 아무리 흔들리더라도 금융시스템이 깨질 정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금 미국이 재정절벽에 봉착해 있고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 당장 재정절벽과 재정위기가 해소되더라도 시장이 수직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급하게 고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업의 가치를 믿고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 싶으면 팔고, 반대로 유행이 아니라도 가치에 비해서 지나치게 싸졌다고 싶으면 산다.”
성장주 30% 가치주 70% 방침
이 부사장은 거시경제를 무시하고 바텀업(Bottom-Up) 어프로치를 한 것이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도 이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며 자신의 투자 방향을 소개했다.
“앞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매출이 늘어나고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발굴해서 프리미엄을 받을 것이다. 이런 종목으로 포트폴리오의 20~30%를 채우려고 한다. 나머지 70%는 배당 잘하고, 벌어놓은 것이 많아 곳간이 두둑하고, 절대적으로 싼 주식으로 채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장주 30%에 가치주 또는 자산주 70%로 가려고 한다.”
그는 “지금은 더 이상 팔 우물이 없다. 더럽더라도 고여 있는 물을 정화해서 마셔야 한다”는 말로 가치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동안 성장가치를 많이 보았으나 이제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에 주목할 때란 것이다.
“이런 종목들이 섹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전 같이 잘 움직이지 않아 소외됐던 저PBR주가 관심을 끌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런 기업에 대해 성장도 하지 못하는데 벌어놓은 돈을 뭐하려고 끌어안고 있냐며 배당을 요구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나 소액주주 운동가들이 이런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사장은 당분간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선에서 멈추게 될 것이다. 아마 1달러에 100엔과 1000원은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삼성전자 등 수출기업들이 그동안 성과를 냈다. 그런데 토요타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75엔에서도 버텼기 때문이다. 통화가치가 높아질 때 고생하며 경쟁력을 키워 환율이 높아질 때 고수익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불안한 세상에서 투자대상을 찾을 때 각 자산의 수익률을 따져보라고 했다.
“각 자산별 현금창출 능력으로 평가해 보자. 지금 아파트 사서 전세 논다고 할 때 시가의 절반 정도 전세금을 받는다. 이것을 은행에 넣으면 1.5% 수익률에 불과하다. 서울 주택의 평균 수익률이 3%선이고, 은행의 수익률 또한 3%대이다. 그렇다면 주식은 어떤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40조원인데 25조원 정도 이익을 내면 10%대 수익률이다. 주식시장 전체로는 시가총액이 1140조원인데 95조원 정도를 벌었다. 그러면 8.2% 수익률이다. 은행 이자율 대비 거래소 상장기업의 수익률이 5% 이상으로 벌어졌다. 과거엔 이 격차가 2~3% 정도에서 움직였는데 너무 벌어졌다. 지금은 어느 모로 보나 주식이 제일 싸다.”
주식으로 자금 이동 가치주 유동성 장세 기대
더 이상 3% 이자를 견디기 어려운 구간에 온 만큼 자금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또 주식 중에서도 가치주의 유동성 장세를 기대했다. 다만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했다. 대박은 어려운 때란다.
“은행 이자 3%에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는 정도가 좋다. 배당주 투자가 그런 면에서 적당하다. 전체적으로 대형 가치주와 배당주가 유망하다.”
국내 가치투자의 선두주자인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채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가치투자 전문가를 계속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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