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서울 핵심 상권의 꼬마 빌딩이 다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꼬마 빌딩은 아파트보다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기준금액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핵심 상권 내 꼬마 빌딩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더 좋 거나, 건축법상 용적률 이익을 볼 수있는 ‘똘똘한 물건’을 찾는 시각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꼬마 빌딩 거래는 총 208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2156건) 고금리 사태 이후 2023년(1425건) 거래량이 확 줄었다가 2024년(2042건)년부터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꼬마 빌딩은 통상 연면적 3300㎡ 이하에, 7층 이하 건물을 뜻한다. 주로 상가나 오피스텔, 중소형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다. 대형 빌딩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으면서도 월세와 함께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 있어 자산가들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였다.
특히 기준금리가 1%대 중반 이하였던 2016~2021년이 꼬마 빌딩 투자 전성기였다. 아파트처럼 1년 이내에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단타족’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이후 꼬마 빌딩 투자심리가 꺾였다. 꼬마 빌딩 역시 최소 수십억 원에서 100억원이 넘는 투자 자금을 대출로 조달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실 문제로 적정한 임차인을 구하는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더불어 서울 강남권에서 ‘똘똘한 한채’로 분류되는 아파트의 가격이 꼬마 빌딩과 맞먹는 수준으로 오르자, 꼬마 빌딩의 인기가 점점 식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현재 3.3㎡당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 베일리’의 경우 전용 133㎡의 실거래가가 2024년에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고, 호가는 120억~150억원에 달한다. 꼬마 빌딩의 경우 여러 임차인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관리 차원에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서울 아파트에 대한 잇단 규제책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해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2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2억원의 주택 담보대출만 허용된 점이 아파트 투자의 치명적 걸림돌이 됐다. 더불어 최근 정부는 주택 아파트 장기보유 특별공제 인센티브를 줄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보유세 인상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이 꼬마 빌딩으로 눈을 돌릴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업자로 등록하고 사업자대출을 받아 자금조달에서 아파트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거래기록과 신용점수 등 고객 신용도에 따라 60~80%까지 적용된다. 가격이 100억원인 빌딩이라면 80억원까지 대출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1주택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부과받는 기준금액이 공시가격 12억원 초과인데, 빌딩의 경우 토지 공시지가가 80억원을 넘어야 세금을 낸다.
더불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감소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5.1%로 전년 동기(5.6%)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성동구 성수동이나 강서구 마곡지구 등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은 아예 공급이 부족해 임차 수요가 인근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규모 IT(정보기술) 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가 늘며 중소형 오피스 수요도 커진 만큼 꼬마 빌딩 임차 수요 역시 증가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꼬마빌딩에 투자하기보다는 핵심 상권 위주로 매물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9%대에서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빌딩 투자는 투자금액이 크다 보니 금리의 추이가 중요한데, 고환율로 인해 금리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상권이 크거나 우량 임차인이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빌딩 시장도 양극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중에서도 ‘연무장길’ 인근이 꼬마 빌딩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성수 일대 상권은 크게 북성수와 남성수로 구분되는데 북성수가 서울숲과 연무장길을 아우르는 곳으로, 성수의 핵심 상권이다. 패션 브랜드 무신사가 위치했고, 각종 팝업스토어도 꾸준히 열린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에게도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에 따라 연무장길 인근 꼬마 빌딩 가격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무장길 인근 한 5층 빌딩은 3.3㎡당 3억 9400만원(총 220억원)에 거래됐다. 당초 3.3㎡당 4억원에 나온 매물이었으나 거래 중 가격이 소폭 깎였다. 이 건물엔 고급 수건 브랜드 ‘테토’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있다.
올해 2월에는 3.3㎡당 4억 5000만원에 한 건물이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해 연무장길 인근 빌딩들은 3.3㎡당 2억~3억원에 거래됐는데 3.3㎡당 4억원 시대가 열린 뒤 최근 일부 매물에서 3.3㎡당 5억~7억원 수준의 호가가 제시되는 등 가격 눈높이가 상향되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핵심 상권 중 하나인 압구정 로데오와 도산공원 인근 꼬마 빌딩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도산공원 상권은 다양한 국내외 패션브랜드 매장과 함께 객단가가 높은 식당들이 다수 위치했다는 특징이 있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모여 있어 건물 외관도 독특한 곳들이 많다. 현재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크게 ‘L자 거리’라 불리는 메인 상권과 갤러리및 오피스 상권, 도산대로 이면 및 극장 상권, ‘한국의 오모테산도일본 도쿄의 패션·트렌드 중심지’라 불리는 도산공원 상권 등으로 나뉜다. 모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상권 특성에 따라 건물 가격이 다르다. 도산공원 인근 꼬마 빌딩의 경우 지난해 말 3.3㎡당 3억원 대 중반에서 4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3.3㎡당 4억~5억 5000만원 수준이다.
압구정 로데오는 1990년대부터 유학생을 비롯해 이전 세대보다 사고 방식이 자유로운 X세대가 쇼핑과 데이트를 즐기며 상권이 커졌다. 하지만 지나친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해져 침체기를 겪었다. 당시 압구정 로데오의 명성은 인근의 ‘가로수길’이 차지했다. 상권의 쇠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던 일부 건물주들이 2010년대 후반부터 합심해 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임대료를 낮추는 등의 노력과 가로수길의 임대료 급상승 등이 맞물려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홍대와 합정 인근 꼬마 빌딩도 눈여겨볼 만하다. 홍대 상권은 전통적인 유흥·공연 중심지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F&B와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결합된 ‘복합 소비 상권’으로 진화하면서 투자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홍대 일대 상권은 크게 홍대입구역 중심의 메인 상권과 상수·합정 방향, 그리고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확장 상권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여전히 ‘홍대입구역~걷고싶은거리’ 일대지만,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브랜드 유입이 활발한 연남동과 상수 쪽도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연남동은 골목형 상권 특성상 저층 꼬마 빌딩 수요가 꾸준히 붙는 지역이다.
올 초엔 지하철 2호선과 경의중앙선이 다니는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인근한 건물이 3.3㎡당 3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대로변에 위치한 만큼 골목 건물들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연남동이나 홍익대학교 방면 골목으로 들어서면 3.3㎡당 1억원 중반대 매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홍대 이면은 대부분 주차가 어렵고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상가주택이 많아 3.3㎡당 1억원 초반 매물도 많은 편이다.
배지혜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빌딩 투자를 할 땐 눈에 보이는 수익률보다는 해당 상권의 유동 인구 흐름 등을 봐야 한다”며 “건축법의 변화에 따라 용적률이 달리 산정돼 같은 지역이라도 훨씬 높게 지어진 건물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안 매일경제 부동산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