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정책 라인 주축을 맡고 있는 이들의 특징은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 온 이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미증유의 상황과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올 줄을 모르는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 실무 경험과 역량에 방점을 둔 인선 기조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1기 정책 라인부터 이재명 정부가 5년 동안 이끌어 갈 국정의 틀을 짜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 곳곳에 이들이 포진해 있다.
먼저 국정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30년 지기로 그동안 ‘경제 멘토, 정책 참모’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정책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에서 대선 공약을 총괄 기획·설계하는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정책본부장을 맡으며 전면에 등장한 이후,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의 틀과 방향성을 잡는 중책까지 맡았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세간의 관심을 끈 정책인 성남시 모라토리엄선언, 무상교복, 청년배당, 산후조리 지원 등이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단연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1차관이 눈에 띈다.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의 공직 생활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다. 한국 경제의 위기마다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국가 정책 전반을 조율해야 하는 정책실장직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1986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재경부 금융부서에 근무했다. 기재부 1차관 시절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발 초유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주도했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를 맺는 데 역할을 했고, 마스크 수급 대책까지 총괄했다. 2018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시절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지만, 상황 관리란 주특기를 십분 발휘했다.
신설된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에 임명된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경제 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성장수석에 임명된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책사’로 꼽힌다. 이재명표 ‘성장 담론’의 설계자로도 불리는데, 이 대통령이 이른바 ‘공정성장’을 강조하는 데에도 하 신임 수석의 구상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진보-보수의 균형감을 갖춘 중도 성향의 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당시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 집행에 나설 관련 부처는 아직 수장인 장관이 공석인 상태다. 당분간 차관체제로 이 대통령의 정책 구상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역시 ‘통’들이 대부분이다.
이형일 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제 정책을 관장하는 주요 보직을 거친 실력파 경제정책통으로 꼽힌다. 공직 입문 후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경부 금융정책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기획재정부 경제분석 과장, 종합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실도 경험했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경제정책비서관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통계청장에 임명됐다.
임기근 신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기재부 내 ‘예산통’으로 꼽힌다. 기재부 예산실에서 지역예산과장과 농림수산예산과장, 예산정책과장, 예산총괄과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고, 국장급으로 승진한 이후 행정국방예산심의관과 경제예산심의관을 거쳐 예산총괄심의관을 맡으며 정부 예산편성을 총괄했다. 조달청장 시절 현장 중심의 조달행정을 통한 기업 혁신성장을 지원해 호평받았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산업·에너지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에너지전환국민소통TF 단장을 맡아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원전산업정책과장, 장관정책보좌관, 대변인 등 산업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산업부 시절 신망이 두터워 월성 1호기 원전 업무와 관련해 수사를 받을 당시 전체 직원들이 법원에 그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현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인 대미 관세 협상을 이끌어야 하는 통상 사령탑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여한구 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이 임명됐다.
산자부 출신의 여 신임 본부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통상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어 2번째로 같은 보직을 맡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 협상 당시 주미 대사관 상무관으로 대미 협상에 깊숙이 참여한 바 있다.
정부 정책을 예산으로 뒷받침할 당에서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정책통으로 꼽힌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함께 10대 정책·공약 설계를 주도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새 정부 정책 관련 인물들과 관련해서는 국정기획위원회에 들어간 이들의 면면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제1,2분과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여당 경제통 및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국회 기재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이 경제 1분과장을 맡았고, ‘코스피 5000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상법 개정을 주도한 오기형 의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홍성국 전 의원, 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장 김병욱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 이종욱 서울과기대 교수도 경제 1분과에 합류했다.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을 다루는 경제2분과는 국회 사무총장 출신 4선 이춘석 의원이 이끈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 황정아 의원, 송경희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차산업위원회 지원단장, 이상경 가천대 교수, 주형철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참여한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8호 (2025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