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중식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서울 한남동의 중식 다이닝 레스토랑 ‘쥬에’는 광둥식을 베이스로 다채로운 식재료가 담백하고 깔끔하게 어우러진 음식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강건우 쥬에 총괄셰프는 “아주 화려하지 않지만, 청량한 느낌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섬세한 중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닝 공간 분위기도 화려한 인테리어를 강조하는 보통의 중식당과 달리 미술관 같은 화이트 톤의 차분한 분위기와 절제된 단아함이 돋보인다.
쥬에는 국내 유명 호텔에서 수년 간 함께 합을 맞춰온 강건우 셰프와 황톈푸 셰프가 CJ제일제당과 손잡고 지난 2018년 문을 연 중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황 셰프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올해부터는 강 셰프가 단독 총괄셰프로 주방을 이끌고 있다. 화교 3세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중식 외길을 걸어온 강 셰프는 세계중국요리대회 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녔다. 대만과 일본, 한국을 오가며 다채로운 중식을 섭렵했고, 서울의 힐튼 호텔을 거쳐 조선 호텔에서만 23년간 중식 다이닝을 맡았다. 특히 최근 10년은 정통 광둥식 요리를 집중 연구하면서 정통 방식에 한식과 일식의 장점을 가미해 더욱 담백한 중식을 개발해왔다.
강 셰프는 “호텔 다이닝도 물론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메뉴가 정형화돼 있는 느낌이 있다. 좀 더 자유롭게 중식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쥬에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쥬에엔 여기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들이 많다. 바삭함과 촉촉함이 공존하는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인 ‘홍콩식 바비큐’와 트러플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 ‘송로버섯하교(트러플 하가우)’가 대표적이다.
쥬에는 점심과 저녁, 다양한 가격대의 코스 메뉴와 단품 메뉴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단, 프라이빗 룸 테이블에서는 코스 메뉴만 주문 가능하다. 코스 메뉴는 중국 귀족의 작위 이름을 따서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등으로 구성돼 있고 각 코스는 전채, 다양한 딤섬, 메인 요리, 디저트 등으로 진행된다. 룸은 4인석부터 12인석까지 다양하다. 1층과 2층 테이블을 모두 최대로 사용할 경우, 최대 78명까지 수용 가능하지만 음식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한 번에 50명 내외의 손님을 받고 있다.
올해로 운영 8년차에 접어든 쥬에는 최고급 딤섬과 향긋한 광둥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이미 정평이 났다. 특히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 식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모든 음식에 시간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코스 메뉴는 매년 3월과 9월 리뉴얼되는데, 평소에도 메뉴는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이다. 강 셰프는 “한국은 사계절 제철 식재료가 다양해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여행을 다니면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늘 머릿속으로 새로운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전했다.
쥬에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홍콩식 바비큐와 딤섬이다. 바비큐는 강 셰프가 일본의 미쉐린 1스타 중식당인 ‘후레이카’에서 직접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스페셜 메뉴다. 팔각, 계피, 화초 등 다섯 가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양념에 삼겹살 고기를 재우고, 꼬박 하루 동안 말린 다음 중국 화덕에 넣고 300℃ 이상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구워낸다. 씹었을 때 껍질은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입안에서 부서지고, 뒤이어 촉촉한 속살이 고소함을 끌어올려 준다. 특히 쥬에의 홍콩식 바비큐는 강 셰프의 노하우로 껍질에 미세한 구멍을 내 굽는 동안 기름이 빠져나가 수육 같은 담백함을 자랑한다.
돼지 목살을 달달하고 쫀득하게 요리한 홍콩식 차슈도 전채로 제격이다. 육포 같은 인상을 주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강 셰프는 “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육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에서는 홍콩식 바비큐, 차슈와 함께 당근·무 초절임, 해파리 무침, 매실 방울토마토 등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한입거리가 전채로 제공된다.
딤섬의 경우,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게 쥬에에서 직접 개발한 메뉴들을 맛 볼 수 있다. ‘봉안어시교’는 ‘봉황의 눈 모양을 한 딤섬’이란 뜻으로, 오징어 먹물로 만든 피 새우와 시금치를 감싼 뒤 그 위에 샥스핀을 올린 메뉴다. 쌀로 만든 반죽을 얇게 펴낸 후 새우살을 채워 쪄낸 딤섬 위에 간장 베이스의 특제 소스를 뿌려 내는 ‘새우창펀’과 송로버섯과 바닷가재살을 채워 바삭하게 튀긴 ‘송로가재춘권’, 다진 돼지고기와 새우가 들어간 소매(샤오마이) 위에 전복을 올린 ‘전복소매’도 인기다.
이처럼 쥬에의 딤섬은 재료의 조합이 색다르다. 관자와 새우살,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쪄낸 ‘관자복래교’ 위에는 감칠맛을 더해 간을 맞춰 주는 캐비어를 올리고, ‘제비집게살교’ 위에는 오돌도돌한 식감을 더해주는 제비집(중국 식재료)을 올려 특별함을 더한다. 중국에서 예부터 고급 식재료로 손에 꼽힌 제비집은 실제 흰집칼새의 둥지다. 흰집칼새는 제 입속에서 게워낸 희고 끈적한 침샘 분비물만으로 둥지를 짓는다. 이 둥지에서 깃털이나 배설물 같은 불순물을 핀셋으로 일일이 걷어낸 뒤 말려 식재료로 쓴다. 말린 둥지 1㎏이 100만원에 팔릴 정도로 값이 비싸다. 제비집은 중국에서 청나라 최장수 황제 건륭제(乾隆帝)가 아침마다 챙겨 먹고, 미식과 사치를 즐겼던 서태후(西太后)가 회춘을 꿈꾸며 먹었다는 제비집 수프 ‘연와탕’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북경오리 역시 쥬에만의 해석을 거쳐 특별한 메뉴로 변신했다. 북경오리는 바삭한 겉껍질과 촉촉한 오리 속살을 함께 얇게 썰어낸 조각을 양파채, 오이채 등과 함께 얇은 밀전병으로 싸 먹는 음식인데 쥬에는 여기서 오리살을 과감히 뺐다. 오리 껍질만 넣은 밀전병 쌈을 제공하고, 오리살은 매콤한 볶음 요리로 따로 제공한다. 강 셰프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식감과 향이다. 북경오리 특유의 식감과 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롭게 재해석한 메뉴”라며 “껍질이 부드럽게 펴지도록 오리에 바람을 넣어 이틀 간 말린 뒤 50~60분 굽고,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 뜨거운 기름을 한번 끼얹어 한 번 더 바삭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손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쥬에만의 ‘킥’인 셈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옥돔 튀김’에서는 새콤달콤한 유린기 소스와 기름기 없이 바삭하게 튀겨진 담백한 생선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옥돔의 비늘을 세워 기름을 끼얹으면서 튀기는 일본식 조리과정으로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쥬에의 페어링은 고량주 같은 중국술부터 와인, 맥주, 하이볼, 칵테일, 논알콜 티 칵테일까지 폭이 넓은 편이다. 패션프루트의 풍부한 맛과 레몬의 상큼함, 럼이 잘 어우러진 ‘후르츠선셋’, 백주와 라임·민트향이 어우러진 쥬에 스타일의 모히또인 ‘쥬히또’ 등 칵테일이 인기다. 특히 최근에는 ‘홍루이차 논알콜’처럼 논알콜 티 칵테일 페어링을 주문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셰프는 “중국에서 딤섬은 원래 차를 오래 마시기 위한 음식으로 전해져 내려왔다”며 “그래서 딤섬과 차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쥬에는 모던 프렌치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먹는 즐거움에 멋스러움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비취(翡翠)와 핑크톤의 대리석, 벨벳 소재 패브릭이 더해져 마치 유럽의 고급 보석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강 셰프는 “손님들이 ‘나만의 비밀 공간’ 처럼 여길 수 있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레스토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쥬에는 지난해에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주목할 만한 식당으로 소개됐지만, 아직 ‘스타’를 달지는 못했다. 강 셰프는 “개인적으로나 쥬에로서나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면, 모든 셰프들의 꿈인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받는 것”이라며 “매일 변함없이 최상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장르 광둥식 모던 컨템퍼러리 중식
위치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4-7
헤드 셰프 강건우 셰프
영업시간 월~금 11:30~22:00, 토~일 11:30~21:30(15:00~18:00 브레이크 타임)
가격대 코스 기준 10만~20만원대
프라이빗 룸 4~12인석
전화번호 02-798-9700
주차 발레파킹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