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운전(그랜드 투어링)을 위해 설계된 고성능 스포츠 쿠페나 컨버터블을 일컬어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 혹은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라 부른다. 영어와 스페인어 혹은 이탈리아어의 발음 차이인데, 자동차 업계에선 이 두 단어의 차이가 꽤 크다. 영어권 완성차와 비영어권, 그 중에서도 유럽 차의 차이랄까. ‘Good car, Fast car, Best car’란 슬로건이 인상적인 영국의 럭셔리카 ‘벤틀리’는 바로 이 그랜드 투어링 시장의 강자다. 국내시장에 새롭게 선보인 4세대 ‘더 뉴 컨티넨탈GT 스피드’는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 벤틀리 측의 말을 빌면 “여유로운 주행 성능, 장인의 수작업으로 마무리된 감성까지, 벤틀리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구현했다.”
우선 파워트레인은 600마력(PS)의 힘을 내는 신형 4.0ℓ V8 엔진과 190마력(PS)을 내는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벤틀리는 최근 2035년까지 완전 전동화 달성을 위한 전략 로드맵 ‘비욘드100+(Beyond100+)’를 선포하며 2026년 첫 번째 순수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이 계획에 따라 브랜드의 상징이던 W12 엔진을 단종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 차에 탑재된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바로 벤틀리의 미래인 셈이다. 제로백은 단 3.2초, 최고속도는 335㎞/h나 된다. 여기에 순수 전기만으로 최고속도 140㎞/h까지 가속할 수 있고, 순수 전기 모드로 81㎞(WLTP 기준)나 주행할 수 있다.
1952년에 완성된 R-타입 컨티넨탈을 계승한 외모는 ‘휴식하는 맹수의 자세’란 벤틀리 디자인 콘셉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959년형 ‘S2’ 이후 처음으로 싱글 헤드램프를 채택해 수평 라인을 도드라지게 했다. 후면부 또한 범퍼, 테일램프, 트렁크 리드와 배기 파이프 등 모든 부분이 새롭게 디자인됐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내·외장 모두 무한한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영국의 크루(Crewe)에 위치한 벤틀리 드림팩토리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가격은 3억4610만원이다.
지난해 초고성능 전기SUV ‘엘레트라’를 선보이며 한국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가 대형 전기 세단 ‘에미야’를 공식 출시했다. 로터스 측이 소개한 수식어는 ‘브랜드 최초의 하이퍼 GT카’. 그만큼 성능과 사양이 앞서있다는 표현인데, 로터스 측은 ‘에메야 베이스’ ‘에메야 S’, 최상위 모델인 ‘에메야 R’의 가격이 각각 1억4800만원, 1억6990만원, 1억9990만원으로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메야 R은 듀얼 모터 AWD 시스템을 통해 918마력의 압도적인 출력을 뿜어낸다. 제로백은 단 2.78초. 전기차 전용 2단 기어와 맞물려 250㎞/h 이상의 초고속 주행도 가능하다. 에메야 S 역시 듀얼 모터 AWD 시스템으로 최고 출력이 612마력에 이른다. 제로백은 4.15초다.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될 에메야 S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86㎞(환경부인증)에 이른다. 21인치 대형 알로이 휠과 피렐리 P제로 일렉트 타이어가 기본으로 적용됐고, 강력한 제동 성능을 보장하는 6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와 경량 브레이크 디스크도 기본으로 장착됐다. 초급속 DC 충전을 이용하면 단 14분 만에 80%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현재 로터스 라인업 중 가장 큰 대형 세단(길이 5139㎜, 휠베이스 3069㎜)이란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최대 509ℓ의 트렁크와 31ℓ의 프렁크를 갖추고 있다.
로터스 그룹의 디자인 총괄인 벤 페인 부사장은 “로터스가 한국 시장에 새롭게 소개하는 에메야는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와 고급스러운 내·외장 소재, 최첨단 기능, 지속가능성까지 총 망라한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이라며 “한국 시장은 럭셔리 세그먼트 수요가 높고 고객이 차량을 선택하는 안목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최상의 만족감을 전달할 에메야에 적합한 시장”이라고 전했다.
“기아는 탐험적이고 모험적인 고객이 마주할 다양한 상황에서(그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타스만을 디자인했다. 라이프스타일과 유틸리티의 조화를 이룬 타스만은 고객에게 항상 대담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겠다는 기아의 의지다.”
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부사장이 10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밝힌 ‘더 기아 타스만’에 대한 첫 일성이다. 그보다 약 한 달 앞선 시점에 <매경LUXMEN>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타스만을 디자인할 때 의도한 건 눈에 띄는 자동차였다”며 “알다시피 픽업트럭 시장은 경쟁자도 많고 로열티가 굉장히 강한데, 후발주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움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기아의 첫 픽업트럭 ‘더기아 타스만’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새로움’이다. 디자인부터 남다르다. 전면부는 가로로 긴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로 강인한 인상을 표현했다. 후드 상단의 가니시와 그릴 테두리를 조합해 기아의 ‘타이거 페이스’를 구현했고, 수직 형상의 시그니처 램프를 좌우로 배치해 웅장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측면부는 45도 각도로 모서리를 다듬어 좀 더 단단한 느낌을 담았다. 이와 함께 시원하게 트인 윈드실드(전방유리)와 곧게 선 리어 글라스(후방유리)로 대담한 실루엣을 마무리했다.
실내는 좀 더 실용적이다.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공조 디스플레이,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ccNC 기반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자리했고, 동승석 크래시패드 상단 수납함과 ‘폴딩 콘솔 테이블’, 듀얼 타입 무선 충전 시스템이 탑재됐다. 픽업트럭의 특성상 뒤로 기울이기 어려운 2열 시트에 동급 최초로 슬라이딩 연동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한 건 또 다른 새로움이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5 터기아, 더 기아 타스만 ‘새로움’으로 무장한 픽업트럭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281마력(PS), 최대 토크 43.0㎏f·m를 확보했다. 여기에 샌드, 머드, 스노우 등의 주행모드를 갖춘 4WD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노면을 판단해 적합한 주행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오토 터레인 모드’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흡기구를 차량 전면부가 아닌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적용해 800㎜ 깊이의 물 속에서 7㎞/h로 이동할 수 있는 도하 능력과 트레일러, 요트 등 최대 3500㎏까지 견인할 수 있는 토잉(towing) 성능을 확보했다. 길이 1512㎜, 너비 1572㎜(휠 하우스 1186㎜), 높이 540㎜의 적재 공간은 동급 최대 수준인 약 1173ℓ의 공간에 최대 700㎏의 짐을 실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1990년 미국에서 출시된 ‘익스플로러’는 포드의 첫 4도어 SUV이자 북미 시장에 대형 SUV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지난 35년간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익스플로러가 5년 만에 부분 변경되며 변화를 시도했다. 2019년 국내 출시된 6세대 모델을 재해석한 ‘더 뉴 포드 익스플로러’의 새로운 테마는 ‘익스플로러, 시작은 호기심과 확신(Live Curious)’. 기존 트림인 플래티넘과 국내 처음 도입된 ‘ST-라인’ 등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며, 두 트림 모두 2.3ℓ 에코부스트 I-4 엔진을 장착해 최고 304마력, 최대 토크 43.0㎏·m의 성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디자인. 우선 전면부 프론트 그릴이 트림별로 독특한 패턴으로 마무리돼 개성을 담았다. 날렵해진 LED 헤드램프나 LED 테일램프도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스트리트 패키지를 적용한 ST-라인은 블랙 메시 인서트가 돋보이는 벌집 구조의 글로스 프론트 그릴로 모던함을, 21인치 알로이 휠과 퍼포먼스 브레이크,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안쪽을 살펴보면 대시보드를 기존보다 전면에 배치해 1열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트윈 패널 파노라마 문루프와 일곱 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팅도 볼거리. 특히 주행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12.3인치 LCD 디지털 클러스터와 주행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센터 콘솔의 13.2인치 LC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안정적으로 자리했다. 가격은 ST-라인이 6290만원, 플래티넘이 6900만원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1호 (2024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