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택배 전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 빠른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고객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익일배송, 새벽배송을 넘어 당일 배송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전쟁의 시작은 10년 전 쿠팡이 2014년 많은 자금을 투입해 구축한 자체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와우 서비스 도입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며 고객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러한 전쟁은 새벽배송을 넘어 택배 당일도착, 당일반품 등으로 전장이 확대되고 있다. 쿠팡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출시되며 대기업은 물론 유통사와 스타트업들도 저마다 배송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BCG 유통산업주간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에는 국내에서 빠른 택배 물동량이 약 38억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일반 택배 배송(약 32억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빠른 도착 보장 서비스’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딜리버스(Delivus)는 김용재 대표가 2021년에 설립된 AI 기반 물류 플랫폼 기업으로, 더 나은 물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탄생했다. ‘우주를 넘어선 물류 인프라 구축’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이커머스 기업과 브랜드 자사몰을 위한 당일도착보장 택배 서비스인 ‘딜리래빗(Delirabbit)’을 운영하고 있다.
김용재 대표는 딜리버스 이전에 교육 스타트업인 ‘노리’를 2012년 창업해 2018년에 대교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미 유명인사였던 김 대표가 전혀 경험이 없던 물류 분야에 회사를 차린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딜리버스 서비스를 내놓은 이후 무신사 스튜디오, 지그재그, 올웨이즈, 젝시믹스를 비롯해 40여 개 넘는 업체의 선택을 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딜리래빗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당일도착보장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신속한 배송과 높은 가시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평균 7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하며, 일반 택배비와 비슷한 비용으로 제공된다.
딜리래빗의 기술적 핵심은 ‘에셋 라이트(Asset-Light)’ 방식의 ‘AI 딥러닝 다이내믹 클러스터링(Dynamic Clustering)’ 기술에 있다. 용어는 어렵지만 핵심은 물건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역지에 분류하고 배송기사의 최적의 이동경로를 계산해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이다. 출발지와 목적지의 위경도, 행정구역, 날씨, 건물 타입,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무와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품당 배송 예측 시간을 합산한다. 이를 통해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물품을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최적의 노선을 생성한다.
딜리버스는 당일 배송기업 중 유일하게 대규모 물량 처리가 가능한 자동화된 물류 허브를 보유하고 있다. 하루 10만 개 이상의 물량이 소터기를 통해 유닛박스로 자동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AI 딥러닝 기술을 통한 이점은 명확하다. 일반 택배 서비스가 기사별 고정 구역 배정 방식으로 배송 시간 보장이 어려운 데 비해, 딜리래빗은 AI 딥러닝 다이내믹 클러스터링 기술로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많은 물품을 배송할 수 있는 조합과 배송 지역을 매일 유동적으로 생성한다. 각 물품 배송 시간의 정교한 예측을 통한 라스트 마일 배송 노선 최적화는 배송의 신속성은 물론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의 배송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편의성까지 확보했다. 이러한 배송 조합을 최적화하는 기술력을 통해 딜리버스는 국내 기술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도 특허 출원 중이다.
또 하나, 딜리래빗은 차별화된 물류 경쟁력으로 당일 배송 뿐 아니라 반품에 대한 당일 수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후 2시 전 접수되는 반품 건에 대해 당일 저녁 수거하며 익일 오후에 판매자의 창고로 다시 입고된다. 또한, 오후 3시 이전에 교환 신청이 접수되면 당일 저녁에 배송 기사가 해당 제품을 수거하는 동시에, 교환한 제품을 가져다주는 당일 교환 서비스도 제공한다.
딜리버스는 지난 7월 25일 146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해시드벤처스가 주도했고, 라구나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DB금융투자가 참여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하나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김기사랩이 참여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총 누적 투자금액은 224억원이다.
이번 투자금으로 딜리버스는 대규모 물량 처리가 가능한 신규 자동화 물류 허브를 구축하고, AI 기반 도착보장 최적화 기술 및 시스템 고도화 투자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딜리래빗 서비스 지역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에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딜리버스는 빠른 택배 배송의 니즈 증가에 따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시장의 성장 기회를 선도하고 있다”며 “연쇄창업가와 물류 전문가들로 구성된 딜리버스팀이 CapEx(Capital Expenditures, 자본적 지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오던 업계의 성장 방정식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딜리버스 김용재 대표는 “딜리래빗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이커머스 기업들은 빠른 물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투자 유치로 딜리버스는 기술력 강화와 함께 더 빠르고 넓은 배송 커버리지를 추가 확보하여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Q. 여타 당일 배송 서비스 기업들과 딜리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딜리버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AI 딥러닝 기반 배송권역 클러스터링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시도착 보장률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딜리버스는 큰 규모의 자동화 및 무인화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서울·경기권 주요 도시 대부분을 커버하는 등 업계에서 가장 넓은 배송권역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차별성을 토대로 내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딜리버스는 적은 설비투자(CAPEX) 구조의 효율화된 물류 프로세스 운영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쿠팡 수준의 빠른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물류 경험이 없는데 물류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예전부터, 규모가 크고 성장하는 산업군에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한 영역에 관심이 많았다. 이전에 창업했던 AI 교육 소프트웨어 기업 ‘노리(Knowre)’의 경우에도 교육 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기술적 접근을 통해 교육 방법론을 디지털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 딜리버스 역시도 물류 산업이 가진 아날로그적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기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물류 산업이 가진 여러 문제점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러한 물류 서비스가 한국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확장가능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지? 그러한 생각이 있다면 어느 국가에 적합할지?
딜리버스만의 물류 산업을 혁신하는 방식이 도시권 중심의 국가에 매주 잘 접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의 국가에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Q. 해외 벤치마킹하고 있는 기업이 있나?
물류 산업을 크게 바꾼 아마존의 케이스를 참고하고는 있다. 다만, 아마존이 구현한 방식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딜리버스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딜리버스는 적은 설비투자로도 물류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식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Q. 딜리버스의 다음 프로젝트, 사업확장 분야는 무엇일까?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영역은 반품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반품을 처리하기 위한 물류 등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하고 있다. 딜리버스의 당일 반품·수거 프로세스를 활용해, 반품을 더욱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줄 다양한 방향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8호 (2024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