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4차 산업 시대의 ‘원유’라고 불린다. 챗GPT로 더욱 빨라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의 대중화 시대에 학습의 원료가 되는 데이터는 필수적인 산업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3조원으로, 향후 연평균 12.6%의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 정부는 올 1월 개최된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서 2027년까지 국내 데이터 시장 규모 50조원으로 성장, 데이터 활용 역량 10위권 내 돌입, 기업 데이터 도입률 30% 이상 달성 등의 추진 목표를 발표했다. 향후 이에 맞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마이데이터 사업 확대에 따른 데이터 산업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이렇듯 정부의 데이터 산업 역량 강화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하이픈코퍼레이션(이하 하이픈)이다.
하이픈은 2021년 11월 종합 페이먼트 솔루션 기업 케이에스넷의 금융 밴(VAN) 사업부가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국내 최초 데이터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마켓인 ‘하이픈 데이터마켓’ 서비스를 론칭한 하이픈은 조회성 API를 비롯해 핀테크, 프롭테크, 헬스케어 API 등 약 1080개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조회성 API를 포함해 하이픈이 제공 하는 데이터 API는 약 550개 이상이다. 지급결제, 주문배달 등 다양한 데이터 API를 보유한 하이픈은 간편결제, 신용카드, 1원 인증 서비스 등 가맹점 등에 브랜드 맞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매출 증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이픈 관계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와 솔루션 을 API 형태로 제공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국내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라며 “하이픈의 API를 활용하면 기업은 노동력과 비용을 모두 아낄 수 있어 다수의 스타트업이 하이픈의 고객사”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은 크게 API(원하는 정보 선택 및 전송) 방식과 스크래핑(인터넷 화면 내용 중 필요한 내용을 추출 및 저장) 방식 2가지로 구분된다. API 방식은 스크래핑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보안성이 뛰어나며, 표준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경우, API 방식의 데이터 전송만 허용함에 따라 API 방식의 데이터 전송의 중요성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한편, 하이픈은 지난 3월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공급기업으로 선정됐다.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은 수요기업이 사업이나 연구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전문기업이나 기관을 정부가 지정 하는 제도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이 주관 한다. 수요기업 대상이 되는 초기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정부로부터 받은 바우처를 통해 공급기업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공급기업 선정에는 하이픈의 데이터 공급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 하이픈은 API 테스트베드를 회원가입과 동시에 제공하고 ▲샘플코드 ▲API 명세서 ▲코드리스트를 오픈한다. 이를 통해 수요기업이 빠르고 간편하게 자체 솔루션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한 API 연결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전담 업무 지원 인력을 배치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
하이픈은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홈텍스 서비스 ▲부동산 시세 분석·조회 서비스 ▲자동차 종합정보 서비스 ▲국민연금관리공단 서비스 ▲정부24 서비스 ▲배달앱 매출정보 조회 ▲신용카드 매출내역 조회 ▲기업 자산관리 패키지 ▲건강관리 패키지 ▲세무회계 패키지 ▲비대면 금융업무 자동화 등의 API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API 상품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마련돼 있어서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핀테크 ▲프롭테크 ▲헬스케어 ▲HR플랫폼 ▲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이미 하이픈 데 이터마켓에 입점한 데이터 가공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요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적합한 상품 선택이 가능하다. 하이픈 관계자는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꼭 필요하지만,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경우 비용이나 데이터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이번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공급기업 선정을 통해 하이픈이 가진 다양한 API 상품으로 수요기업들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케이에스넷 시절부터 지속해서 구축 해 놓은 금융기관 전용회선 등 인프라 시설을 잘 활용한 하이픈은 국내 펌뱅킹 시장점유율 1위(68%, 약 700여 개 기업 사용 중)를 기록하고 있다. 펌뱅킹은 기업과 금융사가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다. 보안이 생명인 작업인 만큼 두 기관을 잇는 전용회선을 사용한다. 하이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펌뱅킹 전용회선을 보유하며 70%에 육박하는 기업뱅킹 시장점 유율을 확보한 선두주자로 꼽힌다.
자금 흐름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통합관리로 자금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플러그인 뱅크(Plug-in Bank) 솔루션인 ‘하이픈 뱅킹’은 전용회선으로 연결해, 별도의 보안절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기관의 경우 비즈니스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기에 선점 효과를 누릴 여지가 크다. 하이픈은 또한 지난 5월 9일 올인원펌뱅킹(All-in-One)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인원펌뱅킹은 기업 고객이 은행 펌뱅킹 서비스와 내부시스템(ERP)을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은행은 밴(VAN)사, 구축사와 협약을 체결해 펌뱅킹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지정된 업체들을 연결해 준다. 이번 제휴에서 하이픈은 VAN사로 참여해 기업뱅킹시스템 구축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굿센 CMS와 함께 기업 고객의 편리한 펌뱅킹 서비스 도입을 돕게 된다. VAN사는 은행과 서비스 이용기관 간 금융 데이터의 송수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구축사는 은행의 펌뱅킹을 서비스 이용기관의 ERP 시스템과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 고객들은 올인원펌뱅킹 서비스 도입을 통해 ▲금융업무자동화 ▲자금관리 ▲보안 등에서 효율화를 끌어낼 수 있다. 기존 기업들은 펌뱅킹 서비스 연동을 위해 은행, VAN사, 구축사와 개별로 접촉해야 했다. 올인원펌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까운 신한은행 영업점에 방문해 간단한 신청 과정만 거치면 된다.
해당 서비스는 저렴한 수수료를 통해 기업이 은행, VAN사, 구축사와 별도로 계약을 맺는 것보다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올인원펌뱅킹 서비스는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추가 프로모션 할인을 제공해 기존 서비스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예정이다.
김병걸 하이픈 그룹장은 “기업은 VAN 서비스와 개발 구축까지 지원하는 올인원펌뱅킹 서비스를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하이픈은 안정적인 데이터 송수신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이픈은 데이터마켓과 펌뱅킹 서비스 이외에도 간편결제 서비스인 ‘하이픈페이’를 출시해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이픈페이는 현재 전국 대학교 무인세탁소에서 간편하게 세탁 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세탁 결제 외 대학교 주변 오프라인 가맹점 및 온라인 서비스로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해 전자금융업 라이선스 등록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하이픈 페이’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가맹점 약 41만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페, 음식점, 마트 등에 단골 확보 및 매출 증대를 위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외에 ‘하이픈 포스’는 가맹점 관련 필요한 모든 서비스(매출, 결제, 사업관리, 고객 트렌드 분석 등)를 올인원(All-in-one) 형태로 제공한다.
한편, 하이픈코퍼레이션은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PI 가치사슬 관련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다. 실제 세무신고 서비스 스크래핑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포텍’, 마이데이터, 결제시스템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뱅크비’, 클라우드 MSP 및 인프라 관리 기업 ‘써드아이시스’를 인수하며,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사업적 협력 및 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하이픈은 지난해 5월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 650억원을 달성했다.(2022년 12월 기준 케이에스넷홀딩스 85.9% 보유). K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홈앤쇼핑, HB인베스트가 등 굵직한 기관이 투자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라운드에서 하이픈의 투자 후 기업가치(Post-money valuation)는 3500억~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미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데다, C레벨(Chief) 경영진의 우수한 역량이 몸값 책정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픈은 조달한 실탄을 기업 인수합병(M&A) 자금과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회사가 계획중인 기업 공개(IPO) 시점은 2024년이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업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비즈니스 추진이 지체되는 경우도 많아, 정부의 규제 완화는 데이터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에 좋은 기회”라며 “하이픈은 데이터 산업의 높은 성장이 전망되고, 국내 최초 데이터 API 시장 서비스 론칭에 따른 선점 효과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일부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법안 개정을 위해 국회 통과가 필요한 경우도 존재한다”라며 “해당 규제 완화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케이스도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