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부터 오피스텔 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방식이 완화된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대출 한도가 적어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오피스텔에 실제 거주하면 ‘집’으로 인정받아 재산세, 양도세에서 주택으로 세금을 내는데, 대출을 받을 때는 ‘비주택’으로 아파트보다 적은 대출 한도를 적용받아서다. 그런데 이번에 그 족쇄가 풀리게 된 셈이다. 부동산 빙하기 속 급감하는 오피스텔 거래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지난 4월 7일 금융위원회는 오피스텔 담보대출의 DSR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오피스텔 DSR 부채를 산정할 때 실제 원리금 상환액이 반영되는 게 골자다. 그동안은 DSR를 계산할 때 오피스텔은 담보대출 원금 상환 기간으로 8년을 적용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 원리금 상환액이 반영되면서 대출 한도는 더 늘어난다. 이 같은 개정은 주거용뿐 아니라 업무용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원리금 분할상환(금리 연 5% 가정) 형태로 오피스텔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1억3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기존 대비 약 1억8000만원 늘어난다.
단 정부는 전액이 아닌 일부 금액에 대해서만 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실제 원리금 상환액을 DSR 부채 산정 방식에 반영하되 주담대와 동일하게 1년의 거치 기간 제한을 두기로 했다. 거치 기간이 1년을 초과하면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을 적용한다.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은 실제 대출 기간과 관계없이 만기를 8년으로 잡는 현행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가 오피스텔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하자 부동산 업계는 얼어붙었던 오피스텔 매매가 다소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이 밀집한 인천 송도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오피스텔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데 조금씩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오피스텔 시장은 ‘역대급 빙하기’였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오피스텔을 팔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대출 규제로 살 사람은 없어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월 거래량이 1만4000건을 넘었는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급감하더니 올해 1월에는 4000건대로 주저앉았다.
거래가 급감하고 매물만 쌓이면서 1년 사이에 가격이 30% 넘게 하락한 곳도 많다. 경기 하남시 학암동에 위치한 오피스텔 ‘위례 지웰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월 13억원(5층)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는데, 올 1월에는 7억8700만원(13층)에 실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5억1300만원(39.5%) 급락했다. 인천 서구 청라동의 ‘청라 린스트라우스’ 전용 59㎡도 작년 1월 3억5000만원(31층)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1월에는 2억5000만원(35층)에 매매돼 가격이 1억원(28.6%) 떨어졌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오피스텔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은 커지고 대출 한도는 적어 실수요가 급감했다”라며 “아파트의 경우 청약, 대출, 세금 규제까지 완화돼 투자 수요가 몰렸고, 오피스텔은 투자·실거주 수요 모두 줄어 거래량과 매매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DSR 40%’ 규제에 막혀 오피스텔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을 받더라도 주담대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출 한도가 적어 잔금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었던 입주 예정자들은 일단 “한숨은 돌렸다”라는 반응이다. 올해 하반기에 입주가 예정된 오피스텔을 보유한 김 모 씨는 “작년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대출이 적어 잔금을 못 치를 상황이었다.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 않았는데 이번 소식을 듣고 매물을 걷었다. 대출을 받아 내 집에 입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소유자들 사이에선 주거용 오피스텔 ‘아파텔’의 경우 실제로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아파트와 달리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오피스텔 규제를 다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세금을 낼 때는 실질 과세의 원칙에 따라 실제 거주하면 주택으로 간주된다.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사용하면 주택분으로 재산세가 나오고, 양도할 때도 주택으로 사용했다면 주택으로 적용된다. 취득할 때만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쓸지, 업무용으로 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보고 취득세를 4.6% 낸다.
그러나 대출을 받을 때는 ‘비주택’으로 분류돼 아파트와 달리 ‘더 강화된 DSR 규제(만기 8년)’를 받아왔다. 이번에 해당 규제가 풀렸는데, 실수요자들은 특례보금자리론에서 배제된 것도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오피스텔은 지원되지 않는다.
경기도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씨는 6%대 금리가 부담돼 특례대출로 갈아타고 싶었지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은행의 설명을 듣고 좌절했다. 김 씨는 2020년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규제가 강화됐을 때 ‘내 집 마련’ 수단으로 규제가 덜한 아파텔을 매수했다. 김 씨는 “실제 거주하고 있고, 세금 측면에서 집으로 인정받아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대출에서는 ‘비주택’이라고 한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한다. 특례대출이 실수요자들의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 만큼 현실에 맞게 오피스텔에도 적용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새로운 내용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피스텔 대출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끌 수 있지만 시장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오피스텔이 이제야 아파트와 비슷해진 것이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서 오피스텔만 살아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살아나야 오피스텔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금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요즘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오피스텔 투자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급매로 나온 오피스텔을 거주 목적으로 눈여겨보는 실수요자라면 대출 규제가 풀어진 김에 관심 있게 지켜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선희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