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보석은 무한 비례한다. 청나라 마지막 권력자 서태후(자희태후·1835~1908)와 보석 이야기이다. 서태후의 보석 애착은 나라를 망칠 정도였다. 생전에 그녀는 엄청난 보석을 수집하였다. 죽어서도 무덤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무덤에 가져갔던 보석들은 이성무(李成武)가 남긴 ‘자희 무덤에 부장한 보석 목록(자희장보도기·慈禧葬寶圖記)’에 종류·수량·가격 등이 기록되고 있다. 당시 청나라가 지고 있던 빚을 다 갚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녀가 가장 아꼈던 보석은 야명주(夜明珠)였다. 고대부터 전해져 온 것으로 캄캄한 밤중에서 빛을 발하기에 야명주란 이름이 붙었다. 무게는 4냥2전7분(133.4g)으로 당시 1080만냥 가치였다. 밤에도 스스로 빛을 내며, 더위와 추위를 잊게 하며, 죽은 자가 입에 물고 있으면 시신이 영원히 썩지 않는다. 그녀가 죽자 소원대로 그녀의 입안에 야명주를 넣어 매장하였다. 자신의 육체가 영원히 썩지 않기를 소망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20년 후인 1928년 군인 손전영이 능을 폭탄으로 파헤쳤다. 그녀의 입을 찢어 야명주를 챙겼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야명주는 당시 최고의 군벌 장제스의 부인 송미령에게 전해진다. 보석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이후 야명주 행방은 묘연하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풍수 소품으로 보석을 활용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옥과 수정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첫째가 옥, 둘째가 수정(一玉二水晶)’이다. 옥은 귀신 퇴치·질병 치유·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인양옥, 옥양인(人養玉, 玉養人)’이란 격언이 생겨났다. ‘사람이 옥을 기르고, 옥이 사람을 기른다’는 뜻이다. 수정은 집에 복을 주고(복택·福宅), 재물을 늘려준다(왕재·旺財)고 하였다. 다양한 수정들(자수정·홍수정·녹수정·황수정)이 풍수 소품으로 활용되었다.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서양에서도 생활풍수로 보석이 활용된다. 미국의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 소린 밸브스가 출간한 <영혼의 공간>(2011)은 “집안을 번창할 수 있게 하려면 자수정·석영 원석 등을 집 안에 놓아두라”라고 권한다. 왜 그럴까? 독일의 실내 건축가 바바라 아르츠뮐러의 실용풍수서 <영혼의 거울로서 우리 집>(2015)이 설명한다.
“보석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생겨난다. 그것들이 지표면으로 나와 빛에 쪼이면 비로소 그 보석들이 갖는 강력한 힘들이 발산되기 시작한다. (…) 인간들이 질병 치료와 장식으로 보석들을 활용하고자 한 시도들은 옳은 행동이었다. 왜냐면 보석들 속에 잠재된 힘들이 실제로 인간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보석 풍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중세 독일에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이라는 수녀원장이 살았다. 귀족 출신으로 신학·의학·음악에 능했던 그녀는 지금도 독일에서는 성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녀의 ‘보석을 이용한 질병 치료(Steinheilkunde)’는 지금까지 독일 민간에서 수용되고 있다. 그녀의 ‘보석치료론’은 풍수의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과 비슷하다.
“하느님은 보석이 갖는 빛과 힘들을 헛되이 버리지 않는다. 왜냐면 이 땅 위에서 보석들이 치료의 목적으로 봉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보석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강력한 압력과 충격으로 만들어진다. 이때 보석들은 특정한 진동을 얻게 되며, 이러한 특정 진동은 다시금 사람에게 전이된다. 보석의 에너지 파장이 피부와의 접촉을 통해 패용자의 에너지 흐름에 작용하여, 보석마다 갖는 특정한 에너지가 인간의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 육체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 또는 영혼의 상태에도 효능을 끼친다. 그러한 전통은 서구 민간에서 다음과 같은 속설로 전해진다.
‘오팔(opal)은 시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패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 스톤(eye stone)’이란 별명이 생겨난 이유이다. 토파즈(topaz)도 오팔과 비슷한 힘을 갖는다. 위급상황에서 토파즈를 지니면 투명인간이 될 뿐만 아니라 더 강한 힘을 준다(전장에 나가는 군인·기사들이 좋아했다). 또 토파즈는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잠 못 이루는 귀부인들이 즐겨 패용하였다).’
보석은 노출되어야 하고 상용되어야 한다. ‘장롱 보석’이 보석이 아닌 이유이다.
2017년 일본에서 출간된 <다이아몬드 풍수> 저자 카호우 세이쥬 역시 보석을 통한 개운을 주장한다. 그녀는 결혼반지나 선물 받은 보석들을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하면 보석의 기운이 발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혼·파티 등 특정한 행사에만 패용하면 보석의 기운을 받지 못한다. 보석 패용의 일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청소·설거지를 하다가 보석이 상할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보석은 사용할수록 반짝인다. 반짝일수록 보석의 기운은 더 크게 발산하여 그것을 패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적극적으로 보석을 패용하여 개인과 가족 그리고 온 나라가 함께 행복하자.”
한국에서 보석은 가진 자의 ‘사치품’ 혹은 ‘밀수’라는 부정적 단어와 연계되어 ‘보석의 생활화’가 더디다. 서울 종로 소재 ‘KDT 다이아몬드’ 강승기 대표의 주장이다.
“보석 산업은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 도심 산업이면서도 친환경적이며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미래에 국내가 아닌 인도와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될 수 있다. 한류를 더욱더 고급화할 수 있는 것이 보석 산업이다. 타 산업에 비교하여 경기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보석 시장이다. 코로나19 시절에도 순금과 해외 명품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MZ세대에게 그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똑같고 가격은 5분의 1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추천한다. 풍수가 ‘보석의 생활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로 인해서 개인·가정·국가의 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