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의 보석함에 하나 이상 존재하는 컬렉션은 알함브라 아닐까요?”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마주한 주얼리 매니저에게 가장 유명한 주얼리 컬렉션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전세계 유명 인사들이 하나쯤 갖고 있다는 알함브라 컬렉션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중적인 컬렉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선망의 대상인 셀러브리티의 목걸이와 팔찌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의 장식을 닮아 알함브라로 명명된 행운의 네잎 클로버는 그렇게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쳐 6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직접 손으로 깎고 다듬어 알함브라 컬렉션을 완성한 이는 누구일까. 올해 탄생 119주년을 맞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Arpels)’이 그 주인공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역사는 1895년 보석공의 아들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보석 딜러의 딸 에스텔 아펠의 결혼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년 알프레드 반클리프는 보석 감정사였던 에스텔의 오빠 샤를 아펠과 두 가문의 성을 딴 반클리프 아펠을 설립하고 주얼리 사업을 시작한다. 파리방돔 광장에 첫 부티크(플라스 방돔 22번지)를 연 두 사람은 이후 줄리앙 아펠, 루이 아펠을 영입하며 가족 사업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간다. 작은 보석(스톤) 하나까지 최상급 원석만 고집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장인정신은 이내 프랑스 상류 사회에서 회자됐다.
특히 꽃과 잎사귀, 나비 등 자연을 모티브로 완성한 독창적인 주얼리 디자인과 섬세한 세공 기술이 브랜드 확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치 실제로 리본을 묶어놓은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지는 브로치와 링, 1930년대 말 윈저 공작 부인이 처음 주문해 현재까지 재해석해 출시되고 있는 지퍼 네크리스 등이 대표적인 컬렉션. 우아함과 여성스러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발레리나와 요정 모티브의 주얼리도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모티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나의 주얼리를 다양하게 변형해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 콘셉트는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다. 반지를 한 손가락에 낄 수도 있고 두 손가락에 낄 수도 있게 디자인한 ‘비트윈 더핑거 링(Between the Fingers Ring)’이 있는가 하면, 목걸이가 브로치나 팔찌, 혹은 벨트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원동력은 장인정신과 세팅 기술로 요약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반클리프 아펠은 최고의 원석만을 고집한다. 다이아몬드의 ‘컬러(Color)’는 화이트 톤으로 투명할수록 가치가 높다. 함유된 질소의 양에 따라 옐로, 브라운 등의 색상을 띠게 되고 D, E , F~Z 등급으로 나뉜다. 여기에 내포물이 없을수록 ‘투명도(Clarity)’의 등급이 높아진다. FL(Flawless), IF(Internally Flawless), VVS1, VVS2, VS1, VS2, SI1, SI2, I 1, I2, I3 등 11등급으로 나뉜다.
반클리프 아펠의 브라이덜 컬렉션에 사용되는 다이아몬드는 D, E 컬러에 IF에서 VVS2 등급의 투명도를 가진 최상등급 원석만을 사용한다. 아무리 작은 원석이라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세팅하는 장인정신은 1933년 독자적인 세공기법인 ‘미스테리 세팅(Mystery Setting)’으로 진일보한다. 이 세공기법은 원석을 지지해주는 발물림(프롱)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세팅해 광채와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1939년 반클리프 아펠은 미국의 뉴욕 록펠러센터에 첫 해외 메종(매장)을 열고 같은 해 뉴욕 세계 박람회에 참가하며 해외로 진출한다.
이후 1999년 까르띠에, IWC, 바쉐론콘스탄틴, 몽블랑, 피아제 등을 보유한 스위스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한 반클리프 아펠은 2002년 서울, 오사카, 도쿄,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여러 도시로 네크워크를 넓혔고, 2005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베이징 차이나 월드 몰에 첫 부티크를 열게 된다. 반클리프 아펠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성장세로 대변되기도 한다. 올 1월 전년 대비 10% 성장한 리치몬트 그룹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주얼리 부문이 전년 대비 14%(45억유로), 패션·액세서리가 11%(7억 8200만유로) 증가하며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실적 발표 전 애널리스트가 예측한 실적은 단 1% 성장에 불과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클리프 아펠이 견고한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유명 인사가 하나쯤 갖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 좀 더 민감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