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ycle Test-Drive] 이탈리아산 다혈질 모터사이클, 두카티 몬스터 821| 멋진 모터사이클러 될 수 있는 기회
입력 : 2019.02.14 10:46:20
수정 : 2019.02.14 10:47:07
모터사이클은 잘 몰라도 ‘두카티(DUCATI)’는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붉은색 모터사이클 정도로 이해하려나. ‘페라리’처럼 일종의 상징이 된 두가티는 고성능을 지향하는 기계의 짜릿함, 여기에 이탈리아 레드만의 섹시함까지 갖추고 있다. 도로에서 빨간색 두카티를 보면 왠지 모를 부러움이 차오르는…. 이 모터사이클은 그 자체로 자극적이다.
▶라디오 부품 회사에서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이탈리아 사람은 흔히 다혈질이라고 말한다. 참인지 거짓인지, 선입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내놓은 탈것은 확실히 다혈질에 가깝다. 다혈질 본성이 속도에 대한 열망으로 반영됐다고 할까. 이탈리아 고성능 브랜드들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지역에 몰려 있다. 자동차든 모터사이클이든 소도시 마라넬로에선 페라리부터 ‘마세라티’까지 탄생했고, 그 옆 볼로냐에선 두카티가 태동했다.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 사람들의 유전자 구조가 궁금해졌다. 페라리와 두카티가 이웃사촌이라는 걸 알게 되니, 역시나 싶었다. 토양이 같았다.
두카티는 레이싱 대회를 통해 만개했다. 사실 원래 두가티는 라디오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다 전자기기로 영역을 넓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형 엔진을 장착한 자전거 쿠치올로로 두 바퀴 세계에 들어왔다. 인지도 없는 회사에게 레이싱 대회는 최고의 마케팅 장이었다.
물론 단지 나간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기술을 갈고닦아 성적을 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두카티만의 기술과 걸출한 모델이 탄생했다. 덕분에 두카티는 ‘모터사이클의 페라리’로 발돋움했다. 그때 발화한 두카티 이미지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두카티, 그 중에서도 ‘몬스터’는 특별한 모델이다. 몬스터는 1993년 태생이다. 당시 모터사이클은 슈퍼 스포츠 장르가 주류였다. 경주용 모터사이클처럼 차체 전체가 카울(COWL)로 덮인 형태, 오직 속도만을 위한 형태를 빚었다. 몬스터는 조금 달랐다. 카울을 벗겨내고 핸들바를 높였다. 카울을 벗겨낸 ‘네이키드’ 모터사이클로서 독특했다. 차체가 드러나 조형미가 강렬했다. 그 위에 얹은 연료통은 근육처럼 박력 있었다. 그 아래 파이프를 이어붙인 트렐리스 프레임은 기능과 장식 두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응집된 느낌을 주는 둥근 헤드라이트까지. 꽉 들어찬 기계덩어리 몬스터는 눈을 자극했다.
몬스터는 무엇보다 자유분방했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여지가 있었다. 한껏 차체에 붙어 소실점을 향해 달릴 필요가 없었다. 슈퍼 스포츠 모델의 엔진을 품었지만 라이딩 자세가 다소 느슨했다. 꼭 레이스 수트를 입고 시트에 앉지 않아도 어울렸다. 각을 풀고 카울을 벗기자 더 많은 사람이 다가왔다. 더 많이 회자되고 더 많이 보이면서 두카티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26년이나 흘렀다. 언젠가 타고 싶은 모터사이클로서.
▶다양한 주행모드, 짜릿한 드라이빙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중요하다. 특히 모터사이클은 머리보다는 가슴을 건드리는 분야니까. 모터사이클을 선택할 땐 항목별로 재지 않는다. 단지 가슴을 찌릿, 울리는 요소가 필요하다. 몬스터에는 그게 담겼다. 이탈리아 고성능 모터사이클이란 브랜드, 슈퍼 스포츠 엔진을 품었지만 자유분방한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고급스러운 파츠가 돋보이는 기계적 조형미, 오랫동안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대표 모델로 군림한 정통성도 빼놓을 수 없다.
몬스터 라인업은 다채롭다. 그 중에 한 대를 고를 때 고민했다. 이왕이면 오버리터인 ‘몬스터 1200’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거기에 S까지 붙은 모델이라면? 아니면 더 편하게 타도록 배려한 ‘몬스터 797’이 적당할까? 같은 몬스터라도 냉각 방식과 배기량에 따라 분명히 맛이 다를 터다. 점심시간에 메뉴를 고르기 전 멈춰 선 걸음걸이처럼 갈팡질팡했다. 고민을 끝내고 선택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절충한 모델, ‘몬스터 821’에 다랐다.
몬스터 821은 딱 중간에 있다. ‘몬스터 797’과 배기량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797은 공랭 엔진, 821은 수랭 엔진이다. 냉각방식 차이로 출력은 꽤 차이 난다. 몬스터 797은 74마력, 821은 109마력이다. 100마력이 넘으면 일단 출력에서 아쉬울 리 없다. 물론 오버리터급인 몬스터 1200이 더 강력한 출력을 뿜는다. 하지만 꼭 출력이 높다고 즐거운 건 아니다. 너무 높으면 조작할 때 부담스럽다. 제대로 출력을 뽑아내기도 힘들다. 109마력만 해도 충분하다. 1200과 797의 딱 중간, 몬스터 821이 끌린 이유다. 부담은 줄이고, 출력은 높이고.
이탈리안 레드로 칠해진 몬스터 821을 깨우기 전 감상했다. 몬스터의 상징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연료탱크와 트렐리스 프레임에 우선 시선이 머물렀다. 검은색 기계 덩어리에 피가 도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강렬했다. ‘몬스터는 역시 이탈리안 레드지’ 하는 감탄. 기계 덩어리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어떤 확신. 꽉 들어찬 기계의 조형미에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몬스터 821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반응을 보일 테다.
다른 파츠도 모두 고급스러웠다. 유광이든 무광이든 부분마다 은은하게 빛을 내비쳤다.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L모양으로 박힌 엔진에서 나온 매니폴더의 형상도 한참 쳐다보게 했다. 구부러져 하나로 모이는 형상도 기교가 돋보였다. 보는 즐거움이 오래 지속됐다. 1993년에 첫 몬스터를 본 사람들이 왜 환호했는지 알 정도로.
보는 즐거움은 시트에 앉아서도 계속됐다. 각도 다른 감상 포인트가 생긴 까닭이다. 연료탱크는 옆으로 퍼져 보다 풍성하게 보였다. 각종 부품이 꽉 들어찬 차체는 허벅지에 밀착됐다. 볼 때보다 앉았을 때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기계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더 직접적으로 전해졌다. 그 상태에서 시동을 켜자 본격적인 쇼가 시작됐다. 카랑카랑한 환영 연주. 날카로우면서도 거친 질감이 몸을 관통했다. 멈춰 있던 심장이 깨어난 기계의 울림은 컸다. 두카티는, 몬스터 821은 그 차이가 극명했다. 새로운 장으로 인도했다.
클러치를 붙이고 움직이기 시작하니, 성격이 도드라졌다. 과거 몬스터보다 지금의 몬스터가 타기 쉬워졌다고 한다. 전자장비가 개입해 보다 유순해졌다고들 한다. 트랙션 컨트롤과 ABS가 어지간한 실수는 무마시켜주니까. 수랭 엔진으로 바뀌어 보다 부드러운 질감도 획득했다.
그럼에도 몬스터 821은 쉽게 자기 등을 허락하지 않았다. 역시 상대적이었다. 과거에 비해 그렇다는 뜻이다. 스로틀 감각부터 다시 몬스터 821에 맞춰야 했다. 예민하고 과격했다. 살살 달래며 적응하기 전까지 몸에 힘이 들어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짜릿한 영역으로 밀어 넣었다. 카랑카랑해야만 전할 수 있는 감각이 있다. 적응하는 건 순간이다. 반면 즐길 시간은 길다. 몬스터 821은 그 점을 익히 알았다.
과격하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터사이클은 더 타기 편해졌다. 커다란 흐름은 몬스터 821에도 적용됐다. 주행모드를 변경하면 성격이 달라졌다. 스포츠 모드는 몬스터를 가장 도발적으로 몰아붙였다. 노멀 모드만 해도 거친 성격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반 모드는 달랐다. ‘어반’ 즉 도심에선 편하게 타기위해 마련된 주행 모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상황이 많으니 편하게. 어반 모드에선 스로틀 반응이 덜 예민해졌다. 출력 전개도 부드러웠다. 몬스터 821이 진정제 맞은 듯 온순해졌다. 이런 배려, 고마웠다.
몬스터 821을 타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활자로, 혹은 말로 들은 두카티와 몬스터를 이해하게 됐다. 말보다 느낌으로 다가올 때, 몬스터 821에 점점 끌렸다. 몬스터가 왜 대표적 로드스터인지 몬스터 821이 몸으로 알려주니까. 몬스터 821을 타는 내 모습이 제법 멋있게 보인다는 게 답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