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5일 진행된 스위스 명품 브랜드 발리(Bally)의 2012 Spring/Summer 프레스 프레젠테이션은 아늑했다.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선보인 남성과 여성 컬렉션은 여유로운 유럽의 라이프스타일과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발리만의 모던 로맨스가 돋보였다. 모델의 동선, 제품의 위치를 하나하나 확인한 뒤 차분하게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은 부드럽고 섬세한 패션 트렌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유롭고 심플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발리의 2012 S/S 남성 컬렉션은 1950년대 유럽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을 담고 있다. 여유롭게 일등석에 앉아 달콤한 휴가를 꿈꾸는 모습이랄까. 그 시절 편안한 캐주얼로 손꼽히던 ‘데크 슈즈(Deck Shoes)’부터 부드러운 해도면(Sea Island Cotton·미국 시 아일랜드에서 재배되던 면화, 현재는 서인도제도산이며 전 세계 최상급 품종으로 유명하다)으로 제작된 니트웨어, 편안한 스타일의 가방과 액세서리까지 모든 아이템이 여유로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1950년대에 태어난 스크리브 레제르의 변신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60여 년 전부터 고집했던 밑창 대신 가볍고 유연한 굿이어 공법(Goodyear Construction)을 적용했다. 발리만의 스니커즈는 모양과 소재, 색상의 범위를 확장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대체적으로 남성 컬렉션은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기능성 가방과 액세서리가 재치 있는 디자인과 컬러로 다시 한 번 강조됐다. 퍼포레이티드 레더(Perforated Leather·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어 패턴을 만든 가죽)와 아이코닉 트레인스포팅 스트라이프(Trainspotting Stripe·발리만의 시그니처 스트라이프)는 심플한 럭셔리의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
슈트 실루엣의 바지는 좁고 스타일리시하다. 소재는 울 모헤어(Wool Mohair·앙고라 산양에서 채취한 모섬유 또는 직물)로 구조는 부드럽고 느슨하지만 완전히 풍부하고 세련된 룩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모던 로맨스’
올봄과 여름 발리의 여성 컬렉션은 현대적인 스포츠웨어 실루엣에 꽃잎이 뿌려진 듯 최고급 패브릭과 가죽이 만나 모던한 로맨스를 추구하고 있다.
발리의 160년 역사에 담겨진 장인정신과 가죽, 스위스 포토그래퍼 카를하인츠 바인베르거(Karlheinz Weinberger)가 촬영한 1950~1960년대 다큐멘터리 사진 중 처음 사교계에 데뷔하는 여성(Debutante)의 이미지를 투영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헤르츠(Michael Herz)와 그레이엄 피들러(Graeme Fidler)가 창조한 브랜드 고유의 현대적 미학이다. 이번 시즌에는 손으로 공들여 만든 자수와 아플리케(Applique·천 조각을 덧대거나 꿰맨 장식)를 사용해 3차원적인 입체 효과를 냈다. 스웨이드 가죽 스월(Leather Swirls·스웨이드로 독특한 소용돌이 모양 주름을 만들었다), 튤(Tulle·실크, 나일론 등으로 망사처럼 짠 천) 위를 빼곡히 장식한 시퀸(Sequin)과 기하학적인 크리스털 조각들이 2차원 위에 입체적으로 장식돼 희소성을 더한다. 컬렉션의 메인 아이템은 레이스와 가죽 꽃잎으로 장식된 심플한 튜브톱 레이스 드레스부터 모노크롬(Monochrome·컬러 이미지를 단색화) 스타일의 원 오프 숄더 드레스까지 다양하다. 슈즈 컬렉션은 1951년 발리 100주년 포스터에 자리한 그물 형태의 샌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얇은 끈의 레이스와 두꺼운 두께의 스트랩들이 교차해 우아하게 발을 감싼다. 가방에서도 컬렉션 의상에서 선보인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